[NIE 경제기사 이렇게 읽어요] 레고랜드 사태로 韓채권 추락 대기업도 자금 못 구해 '비상'
올해 5월 강원도 춘천에 개장한 '레고랜드 테마파크'발 자금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는 지난 9월 28일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레고랜드 개발사인 강원중도개발공사(GJC)에 대한 회생신청을 통해 GJC에 제공한 빚 보증을 철회하면서 불거졌습니다. 대형 건설 프로젝트를 맡은 업체가 빚을 갚지 못해 파산 가능성이 커지자 여기에 돈을 댄 금융권으로 불똥이 옮겨붙었습니다. 이에 금융기관은 다른 사업장에 대한 자금 회수에 나서면서 신용이 취약한 건설사들의 부도 위기도 커졌습니다. 시장 반응에 놀란 금융당국은 대규모 자금 지원 방침을 밝혔고, 강원도 측도 GJC 채무 변제 입장을 밝히며 사태 진화에 나섰습니다.
Q. 이번 위기가 발생한 배경은.
A. 강원도는 2012년 레고랜드 조성을 위해 강원중도개발공사(GJC)를 설립했습니다. 자금 조달을 위해 GJC가 세운 특수목적법인(SPC) 아이원제일차는 205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채권을 발행했습니다. ABCP는 부동산, 회사채 등을 담보로 발행하는 기업어음으로 만기가 짧고 금리가 낮아 건설업계에서 자주 이용하는 자금 조달 방식입니다.
레고랜드 프로젝트가 2050억원을 조달할 수 있었던 것은 강원도가 채무를 보증했기 때문입니다. 신용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지급보증을 서면서 해당 ABCP는 최고 신용등급(A1)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새로 부임한 강원도지사는 지난 9월 28일 ABCP 만기일을 하루 앞두고 지급보증을 거부하고 법원에 GJC의 회생신청을 했습니다. 다음날 만기일이 도래했지만 GJC는 채무상환을 하지 못해 ABCP는 신용등급 D로 부도 처리됐습니다.
Q. 건설·금융업계가 비상이라는데.
A. 아이원제일차 채권 부도 소식에 자금시장은 급속히 냉각됐습니다. 지자체가 보증해 안전할 것으로 여겨진 지방채마저 채무불이행이 선언되자 투자자들 불안은 커졌고, 채권 금리는 크게 뛰었습니다. 이로 인해 우량 회사들도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 빌리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차환 발행이 잇달아 실패하며 위기에 처했습니다. 차환 발행이란 자금 수요가 지속돼 채권 기한이 만기가 되어도 갚지 않고 또다시 채권을 발행하는 것입니다. 다행히도 PF 대출 만기를 하루 앞둔 지난달 27일 차환 발행에 성공하면서 위기를 넘겼습니다. 하지만 건설업계는 대규모 자금을 끌어와야 할 사업장에서 유사한 사례가 나올지 모른다며 우려하고 있습니다.
레고랜드 사태 후폭풍으로 10월 채권 거래 규모는 전달에 비해 100조원가량 감소했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융권 PF 대출 잔액은 지난 6월 기준 약 112조원에 달하는데 기업들이 제때 변제하지 못하면 PF 대출 피해는 금융업계 부실로 이어집니다.
Q. 대기업도 자금 구하기 힘들다던데.
A. 기업어음(CP)과 회사채 외에도 최상위 신용도를 보유한 공사채마저 팔리지 않고 있습니다. 6%에 가까운 고금리에도 2000억원어치의 3년 만기 한전채가 최종 유찰됐습니다. 과천도시공사와 한국도로공사도 공사채 발행에 나섰지만 투자자를 못 찾아 전액 유찰됐습니다. 최근 기준금리 인상으로 주식시장도 위축된 가운데 채권시장마저 자금이 원활히 돌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Q. 자금 경색에 대한 당국의 대책은.
A. 최근 정부와 한국은행은 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회사채와 부동산 PF 시장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가동했습니다. 채권시장안정펀드 20조원, 회사채·기업어음 매입 프로그램 16조원 등입니다. 5대 금융지주사들도 연말까지 95조원 규모의 자금 지원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지난달 24일부터 정부는 회사채와 기업어음 매입을 재개했습니다. 지방자치단체가 보증한 ABCP에 대해서는 지급보증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조민지 경제경영연구소 인턴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사전청약 49대1 아파트마저...본계약땐 절반이상 “계약 포기” - 매일경제
- 흥국생명 사태 진화…대주주 나섰다 - 매일경제
- “엄마 됐어요”...‘김연아 金 강탈’ 소트니코바, 아빠는 비공개 - 매일경제
- “지금도 속 울렁거려”…맥도날드, 버거서 또 벌레 추정 이물질 나와 - 매일경제
- “전사해라 인정받는다” 악플 읽던 이근 “한국 사람 악질” - 매일경제
- ‘이혼 소송’ 조민아 “아기는 말하지 못할 뿐 모든 걸 기억해”
- [단독] “배 만들 사람 부족”...현대重, 외국인 숙련공 550명 들인다 - 매일경제
- "집값 떨어졌는데 종부세 대상 더 늘다니"… 조세저항 커질듯 - 매일경제
- 김광현 상대로 2루타만 2개, 천적 제대로 흔들었는데…웃는 게 참 쉽지 않다 [KS5] - MK스포츠
- ‘V5 가자’ SSG→폰트 vs ‘승부는 7차전까지’ 키움→애플러…2차전 이어 6차전 대격돌 - MK스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