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울겠다”...경남 익명의 천사,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위해 성금 기부
누적 성금만 약 5억원
발신번호제한+손편지 특징
“어떤 말도 위로의 말이 될 수 없기에 그냥 같이 슬퍼하고, 같이 울겠습니다.”
수년째 신분을 밝히지 않고 경남 지역사회에 따뜻한 온정을 전해온 익명의 기부자가 이번엔 이태원 핼러윈 참사 희생자를 위해 1000만원의 성금을 선뜻 기부하고 나섰다. 늘 그렇듯 5만원권 현금 뭉치에 꾹꾹 눌러 쓴 손 편지도 있었다.
7일 오전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국. 발신제한번호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수화기 너머 남성은 “이태원 참사 소식을 듣고 안타까운 마음에 피해자와 유가족이 일상으로 회복할 수 있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한다”며 성금 전달의 뜻을 밝혔다. 사무국 입구에 비치된 모금함에는 성금 1000만원과 손 편지가 남아 있었다.
손 편지에는 “이태원 압사 참사로 인한 희생자분들을 애도하며 삼가 조의를 표한다”며 “슬픔에 빠진 유가족들에게 어떤 말도 위로의 말이 될 수 없기에 그냥 같이 슬퍼하고 그냥 같이 울겠다”고 적혀 있었다. 그러면서 기부금을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유가족분들에게 전해달라는 뜻을 밝혔다.
경남에서는 수년째 발신번호 표시가 제한된 전화와 함께 늘 이 ‘익명의 기부천사’가 찾아온다. 매년 연말 캠페인을 비롯해 경남과 전국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사건·사고 때마다 온정을 전해왔다.
지난 2019년 진주에서 발생한 아파트 방화 살인 사건 피해자 지원, 2020년 코로나19 및 호우피해 특별성금, 올해 산불 및 우크라이나 전쟁 피해 지원 등등으로 그는 모금회를 찾았다. 이 익명의 기부자가 사랑의열매를 통해 기부한 누적 성금만 4억9900여만원에 달한다.
직원들은 그가 기부금을 전할 때마다 도움을 주고 싶은 대상과 이유를 적어둬 인상이 깊다고 했다. 다만 신분을 전혀 밝히지 않고, 조용히 온정을 베풀기 때문에 그가 어떤 직업이나 일을 하는지, 어디에 사는 지도 알지 못한다. 다만 직원들은 전화 속 목소리가 ‘40~50대 정도쯤으로 보이는 남성’이며, 성금에 10원짜리 동전까지 들어있을 때도 있어 매년 기부를 위해 저축을 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모금회 관계자는 “매년 나눔 캠페인과 사회적으로 이슈가 있을 때마다 따뜻한 마음이 담긴 성금을 보내주시는 기부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기부자의 뜻에 따라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분들을 함께 애도하며 성금은 이태원 참사 피해자와 유가족을 지원하는 관계부처와 협의해 잘 전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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