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정 검사는 왜 검찰 조사를 받나
윤석열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와 소송 중이다. 2020년 12월 검찰총장이던 때 받은 정직 2개월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의 원고가 윤석열 대통령, 피고가 법무부 장관이다. 2021년 10월 1심에서 패소(원고 청구기각)했을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즉각 항소했다. 1년이 지났지만 2022년 10월 현재 2심은 변론준비기일을 거듭하며 본격 재판에 들어가지 않은 상태다. 그사이 ‘원고 윤석열’은 제20대 대통령이 됐다.
현직 대통령이 자신의 정부를 상대로 벌이는 소송이라는 묘한 상황을 중심에 두고, 박은정 검사(광주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에 대한 최근 검찰 조사를 바라보면 읽히는 게 많다. 박은정 검사는 10월19일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최우영)에 출석했다. 박 검사가 받는 혐의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공무상비밀누설 등이다. 그는 2020년 12월 법무부 감찰담당관으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징계를 맡았다.
검찰 조사 직전 박은정 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저를 재수사한다고 윤석열 전 총장에 대한 징계가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뒤집히지 않는다. (중략) 검찰 내부에서 검찰 출신 대통령에 대해 기대하는 분들이 있다. 이른바 친윤 검사들이다. 이분들 중 몇몇은 당장 영전하고 출세할 수 있겠지만, 훗날 돌아오는 피해는 검찰 조직 전체가 입게 될 것이다.”
앞서 9월27일에는 검찰이 자신의 휴대전화를 압수해가고 친정집을 압수수색한 사실을 언급하며 “수사로 보복하는 것은 검사가 아니라 깡패일 것이라고 주장했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의견에 적극 공감한다. 다만 그 기준이 사람이나 사건에 따라 달라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라고 썼다.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를 둘러싼 여파가 자신에 대한 수사로까지 이어진다는 게 박 검사의 주장이다.
이 말의 맥락을 살피기 위해서는 시계를 2020년 12월로 돌려 사건을 봐야 한다. 2020년 12월16일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 대해 정직 2개월 처분을 내렸다. △주요 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판사 사찰 문건’) 작성 및 배포 △‘채널A 사건’ 감찰 및 수사 방해 △정치적 중립에 관한 부적절한 언행과 같은 세 가지 사안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고 권한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는 검사로서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윤석열 총장은 반발했다. 징계의 과정과 결과 모두 문제라고 반박했다. 징계가 절차를 지키지 않은 채 이뤄졌고, 징계 사유도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이완규 변호사(현 법제처장) 등이 윤 총장의 법률대리인이 돼 법무부를 상대로 일종의 가처분(징계 집행정지 신청)과 본안(징계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벌였다.
2020년 12월24일 징계 집행정지를 다룬 서울행정법원 12부(재판장 홍순욱)는 윤석열 총장의 손을 들어주는 결정(인용)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논란이 된 윤 총장의 발언에 대해 “정치적 중립에 관한 부적절한 언행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라고 판단했다. 윤 총장은 2020년 10월22일 대검 국정감사에 출석해 “(퇴임 후)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생각해보겠다”라고 말한 바 있다. 또한 윤 총장에 대한 법무부의 징계가 “견디기가 현저히 곤란한 손해”라고 밝혔다. 즉시 업무에 복귀한 윤 총장은 석 달 후인 2021년 3월4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반대 의사를 밝히며 사의를 표명했다. 같은 해 6월29일 정치 참여를 선언했고, 11월5일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무죄를 두려워하는 조직은 아니지 않나”
그런 와중에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에 대한 본안 판단이 나왔다. 2021년 10월14일 서울행정법원 12부(재판장 정용석)는 법무부의 징계가 타당하다고 밝혔다. “절차는 적법하게 이뤄졌고 (세 가지 중) 두 가지 징계 사유(‘판사 사찰 문건’ 작성 및 배포, ‘채널A 사건’ 감찰 및 수사 방해)가 인정되며, 두 사유만으로도 이 사건 처분의 타당성이 충분히 인정된다.” 그뿐 아니라 “면직 이상의 징계가 가능하다”라고 판결했다. 검사징계법에 따르면,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견책·감봉·정직·면직·해임 순이다. 법무부가 윤석열 총장에게 내린 정직 2개월이 가볍다는 뜻이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주변 사람들은 1심이 부당하다고 여긴다. 윤 대통령(원고)에 맞서 해당 소송을 지휘해야 하는 법무부 장관(피고)은 공개적으로 불편한 심정을 내비쳤다. 한동훈 장관은 지난 5월9~10일 인사청문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을 둘러싼 징계 국면은 많은 국민들이 보셨다시피, 윤석열 대통령을 찍어내기 위한 어떤 과정이었다라고 보는 게 합리적인, 이미 사회적 평가가 내려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한다.” 법원에서 인정된 사실을 부인하면 어떻게 하냐는 청문위원들의 질의에 당시 한 후보자는 “동의하기 어렵다”라고 맞섰다. 소송을 진행해야 하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그는 “그래서 그 소송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을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이후 6월 법무부는 1심 승소를 이끌어낸 변호인(이옥형·이근호·위대훈)을 교체했다. 이옥형 변호사가 징계취소 소송 업무를 담당하는 이상갑 법무부 법무실장의 동생이라는 사실 등을 이유로 들었다(이상갑 법무실장은 8월 사의를 표했다). 한 달 뒤 법무부는 정부법무공단 소속 변호인(김재학·배태근)을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법무부의 한 전직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소송을 포기하지 않고, 법무부도 소송을 포기해버리기에는 너무 노골적이다 보니 지금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은정 검사에 대한 수사도 같은 차원이라고 또 다른 법조인은 의심했다. “검찰이 내부적으로 (윤석열 징계취소 1심을) 검토했는데 못 뒤집는다는 의견이 나오자, 그럼 박은정 검사를 기소해서 2심의 시간을 끌려고 한다는 말까지 들린다. 검찰은 무죄를 두려워하는 조직은 아니지 않나. 박 검사는 기소될 가능성이 크다.”
박 검사에 대한 수사는,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가 내려지기 직전인 2020년 12월14일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의 고발에서 시작됐다. 박 검사 등이 2020년 10월 ‘채널A 사건’ 당시 한동훈 검사장을 감찰한다는 명목으로 확보한 법무부·대검 자료를 윤석열 총장 감찰을 진행하던 법무부 감찰위원회에 무단 제공해,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하고 공무상 비밀 누설 등을 했다고 한변은 주장했다.
2021년 6월28일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허인석)는 고발을 각하했다. 박 검사에 대한 7장짜리 불기소 결정서에는 “(윤석열 총장에 대한) 비위 조사 대상이 ‘채널A 사건’ 수사 지휘를 둘러싼 감찰 무마 내지 수사였던 이상, 이 사건(‘채널A 사건’) 수사 기록을 제출받는 행위는 소관 업무에 해당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라고 쓰여 있다. 한변은 불복해 2021년 7월29일 서울고검에 항고를 했다.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던 사건은 1년 후 다시 떠올랐다. 6월17일 서울고검 형사부(부장검사 임현)는 이 사건에 대해 재기수사 명령(수사를 더 해보라는 지시)을 내렸다. 한변은 “만시지탄이지만 사필귀정의 결과”라고 환영했다. 이와 관련해서 서울중앙지검의 입장을 공보관에게 전화와 문자로 여러 차례 문의했지만 답이 오지 않았다.
김은지 기자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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