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컴퓨터 5년마다 바꾼다고? USB 하나로 최신PC 업그레이드
가상 데스크톱 인프라 기술 이용
USB 통해 중앙 서버에 접속하면
최신 PC 속도로 업무환경 전환
"보통 PC 혹은 노트북은 5년마다 바꾸잖아요. 아직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데 버리면서 자원을 낭비하는 거죠. 저희 USB 제품을 5년 된 PC에 꽂으면 최신 PC와 비슷하게 업무를 볼 수 있어요."
최근 서울 금천구 소재 사무실에서 만난 송영길 엔컴퓨팅 대표(사진)는 자사 VDI 기술인 '리프 운영체제(Leaf OS)'가 도입된 USB를 보여주며 이같이 밝혔다. 대당 10만원에 불과한 해당 USB를 PC에 꽂으면 재부팅 후 다른 화면(A)으로 전환된다. A화면 속에서 여러 설정을 선택하면 업무 환경으로 PC 화면이 전환된다.
VDI란 가상 데스크톱 인프라스트럭처의 약자로, 기업이 데이터센터에 중앙 서버를 구축해두고 직원은 본체 없이 모니터와 키보드만으로 서버에 접속해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VM웨어, 시트릭스 등 세계적 기업들이 VDI 솔루션 강자다. 2003년 설립된 엔컴퓨팅은 이 같은 VDI 솔루션 시장 세계 4위 업체로 이미 500만대 이상 제품을 팔았다.
USB만 들고 다니면 개인 PC든 공용 PC든 상관없이 접속할 수 있다. 송 대표는 "서버가 중앙 데이터센터에 있기 때문에 5년 된 PC에 USB를 꽂아도 최신 PC와 비슷한 속도로 서비스된다"며 "USB를 꽂기 전의 기존 PC와는 별도의 공간으로 전환되기에, 설사 기존 PC가 악성코드에 감염됐어도 해당 악성코드가 USB를 꽂은 별도 화면 공간으로 전이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집 안에서 더 이상 쓰지 않는 PC에 엔컴퓨팅 Leaf OS USB를 꽂으면 보안 우려 없이 최신 업무 환경에서 일을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VDI의 장점은 적은 비용으로 최신 업무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VDI 환경을 만들려면 중앙 서버와 클라우드 구축에 선제 투자를 해야 하지만, 이후 개인별 PC 구입비와 전기료 등 부대비용을 아낄 수 있다. 엔컴퓨팅은 매출 중 약 95%를 해외에서 올리고 있지만, 국내에서도 입소문이 나면서 부산은행, 경상대병원, 세종병원 등이 VDI를 도입하고 있다.
VDI 보급과 관련해 송 대표는 코로나19 시기 미국 콜센터 사례를 예로 들었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미국 콜센터 업체들은 직원용 PC를 개인에게 나눠줬다. 문제는 미국 콜센터 직원들의 1년 내 이직률이 절반 이상으로 높다는 데 있었다.
충성도 낮은 직원들이 지급된 PC를 함부로 쓰거나 심지어 퇴사 후 반납하지 않는 일도 많았다. PC 구매 비용은 대당 100만원대 이상으로 부담이 크다. 그만큼 생산성 측면에서 효율이 나지 않았던 것이다.
송 대표는 "만일 VDI 기술을 도입한 USB만 콜센터 직원들에게 지급했다면, 각자 자기 집에 있는 PC에 USB를 꽂고 일하면 돼 회사가 추가로 PC를 구매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국내 1세대 벤처 창업자다. 연세대를 졸업한 후 삼보컴퓨터에 입사해 개발자로 일하던 그는 1997년 삼보컴퓨터 미국지사로 이동하며 실리콘밸리에 정착했다. 2009년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한인 이공계 인재들의 모임인 K그룹을 만들어 의장직을 맡았다.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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