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신제품 인증'… 한국 테크사 수출개척 효자역할 톡톡
제품신뢰 높이고 매출 쑥
화재 막는 초음파 카메라
고속철도 제동 디스크
극저온서도 성능 완벽한
전기식 구동장치도 인증
"인증은 곧 국력이다."
수출 기업이라면 어느 업체나 공감하는 말이다. 일본 PS마크, 중국 CCC인증, 유럽연합(EU) 회원국 간 CE 등 나라와 지역별로 제품 신뢰도를 높이는 핵심 국가 인증이 통용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신기술(NET), 신제품(NEP) 인증 제도가 대표적 사례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신기술(NET·NEW EXCELLENT TECHNOLOGY), 신제품(NEP·NEW EXCELLENT PRODUCT) 인증은 국가기술표준원(KATS)이 주관하고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이 총괄 지원하며,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KOITA)가 인증서를 발급한다. NET는 상용 전 단계에서 양산시설과 판매처 확보 등을 위해 투자가 필요한 기술이 대상이다. NEP는 상용화돼 판매되고 있는 제품 중 국내에서 최초 개발된 우수 제품에 부여된다. 약 3~4개월에 걸쳐 총 3단계(1단계 서류면접심사, 2단계 현장(제품)심사, 3단계 종합심사 등) 복잡한 인증심사를 통과하게 되면 인증을 받은 업체에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 공공기관 구매지원, 정부 연구개발(R&D) 사업 신청 시 우대 등 인증업체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원들이다.
인증 과정에서의 철저한 검증 절차를 극복하고 공신력 있는 인증을 취득한 기업의 실제 사례는 어떨까. 최근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이 NET 인증기술 200건 및 NEP 인증 제품 163건을 대상으로 실시한 성과 분석 결과가 흥미롭다. 이 조사 결과를 보면 인증 제도가 실제 인증 기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극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 화재 잡아내는 에스엠인스트루먼트의 초음파 음향 카메라
화재를 일으키는 요인 중 전기적 문제는 부주의에 의한 발생에 이어 두 번째를 기록하고 있다. 이 중 70%가 절연열화에 따른 단락, 접촉 불량, 아크 발생 등이다. 전선과 같은 도체 이상에 의해 이상 징후가 발생할 때 가장 최초로 나타나는 현상은 초음파 발생이다.
만일 인간 청력에 의해서는 감지할 수 없는 초음파 신호를 디스플레이를 통해 시각적으로 볼 수 있다면 화재 이전에 조기 예방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에스엠인스트루먼트의 점검장비 'BATCAM2'는 이런 원리로 2020년 NEP 인증을 받았다. 방전, 가스 누출 등 이상 징후 시 초기에 112개의 고감도 마이크로폰이 초음파 신호를 검출하고 그 이미지를 실시간 변환해 광학 카메라 영상에 표시한다.
대전시 유성구에 위치한 에스엠인스트루먼트는 소음·진동, 원격 모니터링, 측정·계측 자동화 시스템 통합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에 도전하는 회사다. 기술력이 있는 기업이 NEP 인증을 받을 경우 상용화와 기술 거래를 촉진하고 제품의 신뢰성을 높여 매출 증대라는 선순환을 일으키다. 실제 이 회사의 전체 매출액 중 베타캠 관련 매출 비중은 39.2%에 달한다. 연평균 성장률이 11.7%에 불과하던 기업이 인증 취득 후 48.5%나 성장했다. 중대재해처벌법 등 안전 이슈가 커지면서 안전 관련 산업 활성화의 배경도 있지만, 인증이 주는 기업 신뢰도와 제품 신뢰도가 직간접 매출 증대에 기여한 것이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에 따르면 이 업체는 인증 후 수출 대상국도 5개국으로 확대됐고, 2021년 200만달러에 달하는 수출 성과를 냈다.
◆ 애너토크의 고정밀 밸브 액추에이터
액추에이터는 시스템을 움직이거나 제어하는 데 쓰이는 작동장치다. 실생활이나 산업현장에서 동력을 통해 특정한 움직임을 만드는 액츄에이터 범위는 넓다. 자동차 문을 잠글 때도, 배관의 밸브나 댐퍼의 개폐에도 액추에이터는 필수 장치다. 애너토크는 2019년 유무선 통신 제어 전동 액추에이터로 동종 업계 최초의 NEP 인증을 받았다. 밸브 액츄에이터는 그 나라 플랜트 기술 수준과 비례한다. 그만큼 선진국 제조사들의 시장 장악력이 큰 시장이다. 애너토크의 이 같은 기술 쾌거는 사업 성장에 청신호를 예고하고 있다. 고객사들로부터 탄탄한 기술력을 평가받고 있던 애너토크가 동종 업계 최초의 NEP 인증 획득이라는 해외 진출의 든든한 레퍼런스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에 따르면 애너토크는 이번 성과 발굴 조사에서 대상 기업 중 최고점을 받았다.
◆ 고속철도를 멈추게 하는 제동 디스크, 카템의 신기술 인증
카템은 2014년 설립된 고속철도 부품 전문 강소기업이다. 국내 최초로 고속철도(300㎞/h)용 제동 디스크와 동력 전달축의 국산화에 성공했다. 제동 디스크는 디스크면의 마찰력을 이용해 차량을 정지 또는 서행시키는 기능을 한다. 카템이 개발한 제동 디스크는 기존 주조강이 아닌 단조강이다. 주조강에 비해 균열과 마모에 강하다. 특히 개발 과정에서 확보하게 된 균열방지공법을 적용함으로써 기술 경쟁력을 확보했고, 이 기술로 지난해 NET 인증을 받았다.
디스크의 표면 균열방지 제조공법은 철도용 제동 디스크 최초 적용 공법으로 국내는 물론 독일, 프랑스 등 해외에도 특허를 등록했다. NET 인증 후 카템의 기술력은 날개를 달고 한국철도공사의 첫 수주에도 성공했다. 국산품 적용은 국내 고속철도 운행착수 2004년 이후 최초의 사례다.
◆ 극저온에서도 완벽한 성능 구현···컨트로맥스의 신기술 인증
하늘길을 이용해 수직이착륙 항공기를 타고 출퇴근을 하는 도심항공교통(UAM) 시대가 도래하면서 관련 산업의 성장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컨트로맥스'는 UAM, 무인화 실현에 필요한 구동·제어 장치를 개발하는 제조업체다. 2014년에 설립했고 NET 인증은 2021년 받았다. 전기식 구동장치에 대한 소형·일체화 기술과 영하 71도 극저온에서도 큰 흔들림 없이 안정적인 운행이 가능한 성능 기술이 확인됐다. 항공 관련 분야에는 NET 인증 기술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이례적인 사례다. 인증 후 컨트로맥스 행보는 더 빨라지고 바빠졌다. 항공우주연구원·한국항공우주산업과도 기술 개발을 위한 논의가 한창이고 자체적으로 개발한 구동장치, 서보맥스 제품의 성능을 시험·점검할 수 있는 제품 개발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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