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고정금리 받은 사람만 바보됐다

정부와 여당이 안심전환대출 대상을 최대 9억원(공시가격) 주택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이미 고정금리 정책 대출을 받은 사람들이 뿔이 났습니다.
안심전환대출은 고금리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최저 연 3.7%의 장기·고정금리 대출로 갈아타도록 해주는 제도입니다. 원래는 주택 가격이 4억원 이하여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신청이 저조하자 주택금융공사가 지난 7일부터 6억원 이하 주택까지 확대해 2차 접수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 가격 기준을 9억원까지 높이는 방안이 추진되는 겁니다. 부부합산 소득 기준도 연 7000만원까지에서 1억원까지로 늘었습니다. 대출 한도는 2억5000만원에서 3억6000만원으로 늘었고요.
이렇게 되자 일찌감치 정부가 장기·고정금리로 공급하는 보금자리론을 받은 대출자들이 역차별이라고 반발하는 겁니다. 보금자리론은 주택 가격 6억원 이하까지 신청할 수 있고, 부부 합산 소득 기준이 연 7000만원입니다.
안심전환대출이 보금자리론과 신청 요건이 같거나 더 좋아졌는데, 은행에서 변동금리 대출을 받은 차주들이 금리가 쌀 때는 혜택을 보고, 금리가 비싸지자 보금자리론보다 더 조건이 좋은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탈 기회까지 갖게 됐다는 겁니다. 안심전환대출 금리가 연 3.7~4%인 데 비해 보금자리론은 4.15~4.55%입니다.
고정금리 대출을 늘리겠다는 정책 취지에 맞춰 보금자리론을 4%대에 받은 대출자들은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본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상반기에 보금자리론을 받았다는 한 40대는 “금리 인상을 걱정해 4%대 정책금융을 이용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은행에서 변동금리를 받고 안심대출로 갈아탈 걸 그랬다”며 “미리미리 고정금리를 받은 사람들만 바보가 됐다”고 볼멘소리를 합니다.
안심전환대출 대상 주택이 9억원까지 확대되면 보금자리론 대상이 아닌 6억원 초과 주택까지 보금자리론보다 싼 금리로 갈아탈 수 있게 됩니다. 정부는 고정금리를 늘리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이런 식이라면 “나중에 정부에서 어떻게든 해주겠지”라는 생각만 커지게 됩니다. 매번 정부가 고정금리 갈아타기 기준과 혜택을 높여주는 악순환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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