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호실적에 '고통분담' 여론↑···손보사들 車보험료 내린다
정치권·당국 '보험료 인하 여력 점검' 한목소리
"연간 손해율 보고 결정"···최대 '1%대↓' 의견도
[이데일리 유은실 기자] 손해보험업계가 내년도 자동차보험료 조정과 관련, 사실상 ‘인하 방침’을 세웠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동차보험 인하 논의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입장이었지만, 고금리와 고물가로 서민 경제가 팍팍해지고 있는 데다 올해 손해보험사(손보사)들의 성적표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업계에선 인하폭이 1% 정도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정치권까지 나서 자동차보험료 인하에 대해 목소리를 내며 고통분담 여론이 높아지자, 보험업계도 이에 동참하겠다는 취지를 밝히며 인하 방안을 꼼꼼히 훑어보고 있다. 다만 인하 시기와 폭은 미정이라 당장 보험료를 내리는 것은 어렵다는 게 업계 전반의 의견이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 등 국내 주요 보험사들은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검토 중이다. 전날 ‘민생금융점검 당정협의회’에서 자동차보험료 인하로 민생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지 하루 만에 손보사들도 이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혔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급격한 물가상승 고통 분담 차원에서 당정협의체에서 결정된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자사뿐 아니라 고통 분담에 공감한 회사들이 뜻을 모아 보험료 인하를 검토 중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다른 손보사들도 자동차보험료 인하에 대해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올해 들어 금융당국과 정부 안팎에서 자동차 보험료를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이어졌다. 자동차보험은 ‘국민 의무보험’으로 불린다. 국내 가입자만 2000만명에 달하는 보험인 만큼, 소비자물가지수에도 포함된다. 이 때문에 고금리 영향으로 치솟은 물가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정부나 당국 입장에선 보험료 인하 압박 카드를 지속적으로 꺼내 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손보사들이 올해 좋은 실적을 낼 것이라는 전망도 계속 나오면서 고통분담 여론은 더 커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자동차보험 영업손익은 6264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51.4% 늘었다. 이는 상반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이다. 3분기 실적 전망도 양호하다. 오는 10일 발표될 국내 빅3 손보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의 올 3분기 실적 컨센서스(추정치)는 6000억원 내외다.
고물가로 인한 민생 경제 부담이 커진 동시에 실적에도 파란불이 들어오자 정치권은 지난 6일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직접적으로 논의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자동차보험료가 민생에 부담되지 않도록 자동차보험에 대한 시장 동향과 자율적 기능이 작동되고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지난 9월 금융당국도 손보사 보험료 인하 여력을 점검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당장 내리는 것 아냐”···시기·폭은 ‘미정’
업계 관계자들은 구체적인 시기나 폭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관련 논의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됐기 때문에 인하 시기와 폭은 조금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올해 자동차보험료 손해율을 고려할 때 최대 1% 초반대까지 내리는 것이 가능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 85%를 차지하는 손보사 4곳(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KB손보)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올해 1~9월 평균 78.4%로, 1% 이상의 인하 여력이 있기 때문이다. 손보업계는 자동차보험의 적정 손해율은 통상 78~80%로 본다. 이보다 높으면 적자라고 추정하고 있다.
올해 초 자동차보험료를 1.2~1.4% 인하했던 손보사들의 1년 전 손해율을 살펴보면, 모두 80% 아래를 기록했다.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KB손보의 2021년 3분기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각각 79.5%, 79.3%, 77.3%, 78.9%로 나타났다.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자동차 보험료 인하 논의에 들어간 것은 사실이나, 인하 시기와 폭은 아직 결정된 내용이 없다”며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겨울철 사고가 많은 4분기에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정확한 수치를 내기엔 불투명한 상황이라 연간 손해율 등을 놓고 결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차보험의 경우 보험사들의 약관과 구조가 거의 비슷하다”면서 “올해 초 대형사들이 잇따라 개인용 자동차보험료를 내린 이후 몇몇 중소형사들도 보험료를 인하했다. 각사 손해율과 전략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보험료 인하 분위기가 한번 형성되면 이를 완전히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유은실 (yes24@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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