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한미연합 공중훈련에…北 ‘유령미사일’ 기만전술 펼쳤나

김성훈 2022. 11. 7.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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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총참모부 “2~5일 한미훈련 대응군사작전”
“울산 앞바다에 순항미사일 2발쐈다” 주장도
軍 “한미 탐지한 바 없어…北주장 사실 아냐”
北총참모부 “2~5일 한미훈련 대응군사작전”
“울산 앞바다에 순항미사일 2발쐈다” 주장도
軍 “한미 탐지한 바 없어…北주장 사실 아냐”
북한군은 7일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에 대응해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나흘간 대남 군사 작전을 진행했다면서 앞으로도 압도적인 실천적 군사 조치들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

북한은 지난 주 한미연합 ‘비질런트 스톰’ 공중훈련에 맞서 각종 미사일을 동원한 대응군사작전을 펼쳤다고 7일 밝혔다.

이날 북한군 총참모부는 자신들이 지난 2~5일 실시했던 미사일 무력시위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 보도하며 한미에 대한 대결의지를 강조했다. 특히 북한은 이번 보도에서 지난 2일 울산 앞바다 80km 부근 동해 공해상에 전략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군이 그날 탐지, 공개했던 속초 인근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 미사일 도발 이외에 한국 남부지역 근해까지 미사일을 날렸다는 주장인 셈이다. 이에 군 당국은 북측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北, 좌표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원전·원유기지 밀집 울산 위협나서

북한은 이날 보도에서 “지난 2일 평안북도 지역 미사일부대에서 서해갑문 앞 무인도를 목표로 산포탄(확산탄) 전투부(탄두)와 지하침투전투부(관통탄두·벙커 버스터)를 장착할 전술탄도미사일 4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또 이날 오전과 오후에 동·서해안에서 여러 공중 목표를 겨냥한 지대공미사일(SAM) 23발을 발사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북한은 지난 3일 발사에 실패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북측은 해당 보도를 통해 “함경북도 지역에서 590.5km 사거리로 남조선(한국) 지역 울산시 앞 80km 부근 수역 공해상의 2발의 전략순항미사일로 보복타격을 가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사일 낙탄지점의 자세한 좌표까지 제시했다. 당시 군이 울릉도 방향으로 NLL을 넘어 날아온 북한 미사일에 대응해 NLL 이북 공해상에 ‘슬램-ER’ 공대지미사일 등을 발사해 응수하자 재차 무력시위를 펼쳤다는 이야기다.

이날 김준락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정례브리핑에서 북측 주장에 대해 “한미 감시, 정찰 자산의 탐지 및 분석결과에 따르면 북한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면서 “현재까지 우리 군에 포착되거나 탐지된 것은 없다”고 단언했다. 이는 북한이 쏘지도 않은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발표하며 ‘기만전술’을 펼쳤다는 입장으로 해석되는 발언이다.

북측이 ‘쐈다’고 주장한 미사일에 대해 한미 군 당국이 ‘그런 미사일은 없었다’고 반박하는 이례적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북한이 지난 10월 장거리순항미사일 발사 후 공개한 보도사진. [조선중앙통신]
북한은 쐈다는데 한미는 부정하는 상황도
여객기만큼 느린 미사일 놓칠 가능성 낮아

군 안팎에서는 북한이 실제로 이번에 공개한 것처럼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면 한미 감시·정찰 자산이 이를 포착하지 못했을 이유가 없다는 견해가 힘을 받는다. 북측이 언급한 순항미사일 사거리인 ‘590.5km’는 발사 원점인 함경북도에서 북측이 주장하는 낙탄지점인 울산 앞바다와는 거의 직선거리에 해당한다. 이는 비행 중 경로를 이리저리 바꾸며 요격과 탐지를 회피하는 순항미사일의 특성을 살릴 여지가 없었다는 의미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2일 당시 동해상에서는 해군 이지스급 구축함이 임무를 수행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내 각지에 산재된 미사일 탐지 시설들도 정상적인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 감시·정찰 자산이 탄도미사일보다 훨씬 느리게 날아오는 북측 순항미사일을 탐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게 군 안팎의 대체적인 입장이다.

앞서 북한은 지난 10월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 발사 사실을 공개하며 해당 미사일이 2시간 50분 34초를 비행해 2000km 거리의 표적을 명중시켰다고 밝힌 바 있다. 시속으로 환산하면 시속 약 704km 정도로 일반적인 국내선 여객기 운항속도와 비슷하다. 현재 한미 연합전력이 보유한 능력상 탐지와 추적, 요격이 충분히 가능한 제원인 셈이다.

北, 한미 대비태세 떠보려 거짓정보 흘렸나
북한군 총참모부는 7일 “엄중한 상황에 대처한 철저하고 견결한 대응 의지와 공화국 무력의 군사적 능력에 대한 뚜렷한 자신감을 시위하고 우리 장병들의 단호한 보복 의지에 필승의 신심을 더해주기 위하여 11월 2일부터 5일까지 대응 군사작전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

그럼에도 북측이 이날처럼 ‘유령 미사일’을 동원해 사실상 기만전술을 펼친 의도에 대해서는 여러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한미 연합전력의 탄도·순항 미사일 탐지 능력을 떠보면서 한국 내 불안감을 가중시키기 위한 행보가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북측이 이번에 대표적인 산업 시설과 원유 비축기지, 원자력발전소가 밀집한 울산을 잠재적 타격목표로 언급한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이번 보도를 통해 확산탄과 벙커 버스터는 물론 전자기펄스(EMP) 공격이 가능한 여러 미사일 전력들을 언급하며 대남·대미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이와 관련, 북한은 보도에서 ‘적의 작전지휘체계를 마비시키는 특수기능 탄두의 동작 신뢰성을 검증했다’고 강변했다. 이날 북한은 “적들의 온갖 반공화국전쟁연습들에 지속적이고 견결하며 압도적인 실천적 군사조치들로써 대응해 나갈 것임을 다시 한 번 천명한다”면서 한미의 군사적 압박에 밀리지 않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당분간 쉬어가자’ 간접 메시지도 담긴듯

이날 북한이 내놓은 공개 보도에는 향후 한반도 긴장국면에 대한 우회적 메시지가 담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한미 ‘비질런트 스톰’에 대한 군사적 대응일지를 공개한 것은 향후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가 없는 한 군사적 대응조치도 당분간 없을 것이라는 간접적 메시지”라는 견해를 밝혔다. 양 교수는 “북한은 당분간 숨고르기를 하면서 ICBM 재발사, 7차 핵실험 시기를 저울질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내다봤다.

그는 북한이 오는 2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2017년 ‘국가핵무력 완성’ 선언 5주년을 전후해서 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을 쏘고 12월부터는 연말 결산작업에 들어갈 가능성에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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