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질런트 스톰’에 “울산 앞바다 80㎞ 순항미사일 타격”…북, 대남 위협 과시
북한이 7일 한·미 공중연합훈련(비질런트 스톰)을 겨냥한 그간의 도발에 대해 ‘전술·전략’ 미사일을 발사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 공군기지를 겨냥했다며 사실상 대남 전술핵 위협을 또다시 과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지난 2일 울산 앞바다로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히자 한국군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내부 결속을 도모하고자 군사력을 과장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이날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공식 매체를 통해 ‘미국 남조선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에 대응한 조선인민군의 군사작전’ 진행 상황을 알렸다.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5일까지 전개된 비질런트 스톰을 겨냥해 지난 2~5일 감행한 도발의 내용·취지를 사후에 종합적으로 밝힌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훈련 지도 여부는 공개되지 않았다.
총참모부는 해당 기간 전술·전략미사일을 쐈다고 강조했다. “전술탄도미싸일 4발”(2일), “2발의 전략순항미싸일”(2일), “각종 전술탄도미싸일 5발”(3일), “전술탄도미싸일 2발”(5일) 등이다. 전술탄도미사일의 타격 대상은 “적들의 공군기지”라고 명시했다.
탄도·순항미사일에 전술핵 탑재 가능성을 암시하며 남한을 겨냥한 핵 위협을 과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지난달 10일 노동당 창건일을 맞아 전술핵 운용부대의 미사일 발사 훈련을 공개했고, 지난 9월 핵무력 법제화를 통해 핵 선제공격 가능성을 시사했다.
총참모부는 또 “작전 2일 국방과학원의 요구에 따라 적의 작전지휘체계를 마비시키는 특수기능전투부의 동작 믿음성 검증을 위한 중요한 탄도미싸일 시험 발사를 진행하도록 하였다”고 밝혔다. 지난 3일 평양 순안에서 실시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지칭한 것인지 불분명하다. 김준락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이날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ICBM 관련 내용인지 “분석 중에 있다”고 말했다.
총참모부는 “적들의 연합공중훈련에 대한 대응 의지를 보여줄 목적으로 3시간47분에 걸쳐 500대의 각종 전투기들을 동원한 공군의 대규모적인 총전투출동작전이 진행되였다”고도 밝혔다. 한국군이 지난 4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북한 군용기 약 180여개의 비행 항적을 식별했다”고 밝힌 움직임이다.
총참모부는 “모든 대응군사작전들은 계획된 목적을 성과적으로 달성했다”며 “적들의 도발적인 군사적 망동이 끈질길수록 우리의 대응은 더욱 철저하며 더욱 무자비할 것이라는 우리의 명백한 대답”이라고 자평했다.
총참모부 발표가 주민 대다수가 보는 노동신문에도 게재된 것이 특징적이다. 지난달 노동당 창건일에도 전술핵 운용부대 훈련 등이 노동신문에 일제히 공개됐다. 한·미에 맞설 수 있는 군사력을 강조하며 체제 결속을 꾀한 것으로 해석된다.
총참모부가 “(지난 2일) 남조선지역 울산시 앞 80㎞ 부근 수역 공해상에 2발의 전략순항미싸일로 보복타격을 가했다”고 밝힌 것도 유사한 맥락으로 보인다. 이는 한국군이 발표하지 않았던 내용이다. 김 실장은 “한·미 감시·정찰자산의 탐지 및 분석 결과에 따르면 북한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진위 여부와 무관하게 남한 남동쪽에 위치한 주요 산업도시 울산까지 사정권에 두는 미사일 능력을 내부에 과시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연료 공급도 어려운 북한 공군의 취약한 현실을 감안하면 각종 전투기 500대를 동원했다는 북한 발표도 주민 선전용으로 과장됐을 가능성이 크다. 실패한 것으로 평가되는 지난 3일 ICBM 발사 소식을 명시적으로 전하지 않은 것도 비슷한 취지로 읽힌다. 김 실장은 “한·미 정보당국은 ICBM이 정상적으로 비행하지 않은 것에 대해 보도하지 않은 것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총참모부는 “적들의 온갖 반공화국 전쟁 연습들에 지속적이고 견결하며 압도적인 실천적 군사조치들로써 대응해나갈 것”이라며 도발을 멈추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긴장 조성의 책임을 한·미에 돌리며 핵무력 강화 목표를 달성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다. 이날부터 나흘간 한국군의 ‘태극연습’이 실시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북방한계선(NLL)을 건드는 방식으로 긴장을 유지하다가 적절한 시점에 7차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단기적으로 미국 중간선거 결과가 북한의 향후 행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미국 국내정치 동향을 지켜보며 7차 핵실험이나 화성-17형(ICBM) 재발사 시점을 저울질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7차 핵실험이) 아주 임박했을 때 보이는 구체적 징후는 없다”며 “북한이 5년 전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날(11월29일)을 전후해 핵실험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견해도 있다”고 말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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