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국정조사' 합의 불발…참사 후 주도권 '쟁탈전' 시작됐다

이원광 기자, 서진욱 기자 2022. 11. 7.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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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9월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를 예방해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여야 원내지도부가 7일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도입을 논의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신속한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고 국민의힘은 "염두에 둔다"면서도 경찰 수사 및 감찰 상황을 지켜보는 게 우선이라고 맞섰다.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다수당인 민주당이 오는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정조사 요구서를 처리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협상 추이에 관심이 집중된다.

여야, 국정조사 '평행선'…"아직 때가 아냐" vs "피할 수 없어"

김진표 의장과 주호영 국민의힘·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본청에서 긴급 회동하고 국정조사 도입 여부를 다뤘지만 결론 내지 못했다.

박 원내대표가 조속한 국정조사 도입을 요구했고 김 의장은 여야 합의를 전제로 국정조사에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진다. 주 원내대표는 현재 경찰 수사 및 감찰이 진행된다는 점에 주목하고 신중한 입장을 피력했다고 한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아직은 국정조사를 논할 때가 아니"라며 "전체 상황과 수사 진행 상황 등을 보면서 국정조사의 필요성이나 범위 등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박 원내대표는 "(주 원내대표가) 당내 의견도 있으니 오늘 김 의장과 제가 드린 말씀을 고려해 더 논의하겠다는 취지로 답변을 주셨다"며 "지금 국정조사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고 집권 여당으로서 책임 있게 이 문제를 수용하고 같이 가야 한다는 취지의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경찰청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 수사관들이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사고 현장에서 추가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애도 기간 '끝'…본회의 D-3, '국정조사' 신경전 고조

정치권에선 지난 5일 참사 애도 기간이 끝난 후 여야 신경전이 본격화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야 모두 진상 규명이 최우선이라고 한 목소리를 내면서도 국정조사를 두고선 국민의힘은 '신중론'을, 민주당은 '시급성'을 강조한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저희도 국정조사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 요건이 되고 필요하면 해야 한다"면서도 "강제적 수단을 동원한 수사가 어느 정도 되고 나서 부족한 부분이 있을 때 국정조사를 거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전에 대형 재난에 대한 국정조사가 있었다. 다수 인명이 손상되고 주로 경찰 상대로 하는 이 수사는 초기 신속한 증거 확보가 관건"이라며 "수사가 진행되는데 국정조사로 관계자들이 불려 나오는 상황이 수사에 도움이 되겠나 하는 생각을 가진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이번주 본회의가 있기 때문에 여야가 흔쾌히 합의한다면 요구서뿐만 아니라 계획서까지 채택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당초 여야는 이번 국정조사 요구서와 별개로 오는 10일 본회의를 개의하는 내용의 정기국회 의사 일정에 합의한 바 있다.

이어 "여야의 문제도 아니고 결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시 한다는 헌법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라며 "수사 대상이 된 정부와 경찰에만 맡길 문제가 아니라 국회가 국민이 주어진 책무를 다해 진실을 밝히고 재발방지책을 만드는 데 함께 힘을 모을 때"라고 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주도권 쟁탈전…"정권 퇴진 집회에 기동대 투입" vs "국정 전면적 쇄신 필요"

참사 후 정국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여야 공방도 시작된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당 비대위 회의에서 "당 조직을 동원해 제대로 출범도 못한 윤석열 정부를 끌어내리겠다고 무더기 버스를 동원한 민주당은 국민께 사과하라"고 역공에 나섰다.

야권이 참사를 빌미로 정권 퇴진 운동을 전개한다는 주장으로 새 정부가 지난 5월 국민 선택을 받아 출범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정 비대위원장은 "민주당 조직도 전국적으로 버스를 빌려 (퇴진 촉구 대회) 참가자를 동원했다. 서울시내 모든 경찰기동대가 이 집회 질서 유지에 투입됐고 그날 밤 이태원 참사가 벌어졌다"고 했다.

이어 "(집회에 참가한) 이심민심 대표는 지난 대선 이재명 선대위에서 시민소통본부 상임본부장을 맡았던 사람"이라며 "국민들이 소중한 한표로 선택한 대통령을 임기 5개월만에 끌어내린다는 민주당은 국민을 바보로 취급하는 정당이 아닌가"라고 했다.

민주당도 공세에 고삐를 당긴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총리 사퇴를 포함해 국정의 전면적 쇄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애도 기간은 끝났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미완의 과제들이 많다"며 "참사 희생자분들과 유가족, 부상자 등 피해자들께 이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 오로지 국가의 잘못이다"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재차 사과도 요구했다. 이 대표는 "애도와 추모가 계속되겠지만 이젠 책임을 규명하는 일에 주력할 때가 됐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참사의 최종 책임자이자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국민 여러분과 희생자 분들께 진지하고 엄숙한 대국민 사과가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참사 후 처음으로 특검 가능성도 거론했다. 이 대표는 "국정조사가 강제 조사 권한이 없기 때문에 결국은 이제 특검을 논의할 때가 됐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중립적인 특검을 통해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하고 관련자에 대한 엄정한 문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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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광 기자 demian@mt.co.kr, 서진욱 기자 sj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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