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감원장 "채안펀드 공짜 아냐…'책임' 정확히 물을 것"

강은성 기자 2022. 11. 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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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해이 논란 없도록 자구계획 받고 이행상황 철저히 점검"
"선제적 리스크 관리 소홀히 한 금융기관, 책임 조치 병행"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감독원 업무혁신 로드맵' 금융업계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2.10.5/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현재 일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일부 금융회사들에게 '선제적 리스크관리'를 소홀히 한 책임 소재를 묻겠다고 말했다.

리스크 관리에 스스로 소홀했던 금융회사를 도와주는 것은 도덕적 해이(모럴헤저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데 따른 것이다.

7일 이복현 금감원장은 외신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채안펀드 지원을 받은 중소형 증권사를 거론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이 원장은 "최근 단기자금시장에서 자금조달 애로가 있었지만 이것은 금융시스템 전반의 유동성 문제는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정책당국은 일시적 어려움을 겪는 증권사 등 특정부문에 한정해 선별적으로 유동성을 지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앞서 정부는 2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화펀드'(채안펀드)를 조성하고 한국은행과 산업은행 등을 통한 기업어음(CP), 회사채 매입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등 총 50조원+알파(α) 규모의 시장안정화조치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또 민간 대형금융사도 유동성 지원에 동참하면서 100조원이 넘는 규모의 유동성 공급 계획을 실행하고 있다.

이중 증권금융은 환매조건부채권(RP)·대출 등을 통해 중소형 증권사에게 현재까지 9300억원을 공급했다. 증권사 발행 기업어음(CP)도 지난 1일부터 매입을 개시한 상태다.

해당 자금을 공급받은 중소형 증권사는 주로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 리스크가 큰 업체들이다. 지난해까지 후순위 부동산PF 비중을 늘리면서 막대한 실적을 챙겼지만, 금리인상에 따른 부동산 경기침체가 현실화하자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증권사를 비롯한 일부 금융회사들이 예고된 금리인상과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자명한데도 공격적으로 후순위 보증을 늘려 스스로 위험을 자초했다고 지적한다.

한 대형 증권사 임원은 "부동산 경직에 따른 리스크는 이미 지난해 초부터 예고됐던 일이기에 당사는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통해 사업성이 검증된 선순위 지급보증을 주로 하는 등 이익보다 안정성을 더 우선순위에 두고 경영을 해 왔다"면서 "하지만 일부 증권사들은 리스크가 큰 후순위 부동산PF도 무작정 뛰어드는 등 리스크 관리에 소홀한 모습을 보였는데, 정작 예고됐던 위기가 오니 열심히 관리한 회사가 방만한 회사들을 도와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이같은 의견은 금융당국과 금투업권의 만남에서도 직접 당국에 전달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장은 이와 관련해 일단 부동산 경색이 금융 리스크로 전이되는 것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해당 증권사들에 유동성을 공급하기는 하지만,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한 점에 대한 책임소재는 엄중하게 묻겠다고 강조한 것이다.

그는 "단기성과에만 집착해 시장상황 변화에 대비한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한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그 책임을 명확히 하기 위한 조치를 병행함으로써 도덕적 해이를 막고, 지나친 수익성 일변도 영업에 따른 부작용을 예방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특히 "이번 조치는 부동산PF 과다보유 증권사의 리스크를 해소해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단기금융시장 악화 등 일시적 유동성 부족 가능성이 있는 증권사들에게 시장 안정화 목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동성 지원을 받는 증권사가 스스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자구계획 이행여부 등을 철저히 관리해 도덕적 해이가 없도록 하겠다"면서 "향후 부동산 위험노출(익스포저) 등 특정부문에서 위험이 과도하게 집중되지 않도록 리스크 관리 체계를 정비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4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으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내 8%에 근접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6일 서울 시내 한 은행에 연 최고 금리가 4.8%에 달하는 정기예금 안내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2.11.6/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이 원장은 이어 대다수 국내 금융회사들은 최근의 위기상황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건전성과 유동성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재 국내은행의 건전성 지표인 BIS 자본비율의 경우 최근 금리상승에 따른 채권평가손실로 소폭 하락했지만 그럼에도 규제비율인 10.5%를 큰 폭으로 상회하는 15.29%(6월말 기준)를 유지해 양호한 상태다.

부실채권비율, 대손충당금적립률 등 자산건전성 지표 역시 각각 0.41%, 205.6%로 '관리가능한 수준'이라는 것이 이 원장의 설명이다.

다만 그는 "지표의 착시 가능성,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및 경제여건 악화로 인한 신용손실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건전성 현황을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급격한 금리상승으로 개인 차주의 이자 부담이 크게 늘어난 것과 관련해선 "개인사업자 차주를 위한 새출발기금(채무조정), 저금리 대환대출, 주담대 차주를 위한 안심전환대출(고정금리 대환) 등 취약차주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은행 등 개별 금융회사 역시 변동금리 고객의 이자부담을 완화하는 금리상한형 주담대 등 자체적으로 다양한 취약차주 지원방안을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sth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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