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리볼빙 평균 수수료율 16%… “무심코 사용하다 빚 눈덩이”
“악순환 고리… 현금서비스·리볼빙부터 상환해야”
30대 직장인 A씨는 신용카드 ‘리볼빙(일부 결제금액 이월 약정)’ 서비스를 이용했다가 갚아야 할 금액이 3000만원까지 불어났다.
매월 돌아오는 카드 값 결제일에 ‘월 사용액+밀려 있는 카드 값의 10%’만 내면 되는 리볼빙의 맛은 달콤했다. 씀씀이가 커지다 보니 리볼빙을 2년간 돌리게 됐다. 심지어 ‘결제대금이 부담되신다면 리볼빙을 신청해 부담을 나눠보라’는 또다른 카드사의 광고 메시지를 보고, 리볼빙을 두 개 카드로 늘려 돌렸다.
A씨는 “리볼빙에 발을 들인 것을 후회한다”면서 “모두 갚고 서비스를 끊고 싶은데, 변제액 마련을 위해 은행 대출을 받아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토로했다.
최근 금융사의 ‘리볼빙’ 서비스를 이용하다 부채가 급증해 고민하는 금융소비자가 늘고 있다. 단기간에 리볼빙 잔액을 갚기 어렵다면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대출을 받아서라도 우선 변제하고, 여러 곳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 채무자의 경우 카드사의 현금서비스와 리볼빙부터 갚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리볼빙(revolving)은 신용카드 사용대금 중 10%~100%까지 결제비율을 설정해 일부를 갚고 나머지는 다음 결제월로 돌려 갚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신용카드 리볼빙 결제비율을 10%로 설정해 100만원을 결제했다면, 해당 월에 나가는 금액은 10만원이 되고 나머지 90만원이 다음 달로 넘어간다. 대신 수수료율이 연 20%인 경우 1만4795원의 수수료가 붙는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리볼빙 이용자 수는 지난 7월 말 기준 약 273만5000명으로, 2020년 말(246만9000명)보다 26만6000명 늘었다. 같은 기간 이월 잔액은 5조3900억원에서 6조6700억원으로 커졌다. 카드사들이 신규 이용자를 늘리기 위해 홍보 문자를 발송하고 상품권이나 포인트를 지급하는 등 각종 판촉 활동을 벌인 데다, 리볼빙의 단맛을 본 사람들 중엔 장기사용자가 많다는 게 업계 얘기다.
물론 리볼빙도 장점은 있다. 예기치 못한 지출이나 일시적으로 큰돈을 결제해야 할 때가 있는데 리볼빙을 통해 결제금액 일부를 다음 달로 이월시켜, 결제일에 통장 잔고가 부족해 당장의 카드 연체는 막을 수 있다. 일반적인 대출과 달리 상환 기간도 없다.
하지만 리볼빙 이용 시 수수료율이 높아 갚아야 할 원금과 이자가 빠르게 불어날 수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17개 은행 및 카드사의 9월말 기준 결제성 리볼빙 수수료율은 최저 10.31%, 최고 19.89%, 평균 16.05%다. 결제성 리볼빙은 결제대금을 미룬 경우를 말한다.
신용점수 900점을 초과하는 고(高)신용자에 적용하는 리볼빙 평균 수수료율은 13.6%로 집계됐다. 업계가 리볼빙 고객을 늘리기 위해 수수료율 인하 경쟁을 하면서 수수료율이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은행권 대출 금리보다 높은 수준이다.
한두달 리볼빙을 이용하는 건 큰 문제가 없지만, 장기간 쓰고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갚는 게 상책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은행과 카드사에서 받은 대출이 여럿 있고 현금서비스에 리볼빙까지 이용한 경우, 현금서비스와 리볼빙부터 갚고 대출금리가 높은 순부터 상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금서비스와 함께 리볼빙을 장기간 쓰면 신용점수에도 악영향을 준다. 신용점수가 깎이면 대출 한도는 줄어드는데, 대출 금리는 오르게 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리볼빙은 일시적인 상환 부담을 줄여줄 수 있으나 높은 수수료율이 부과돼 단기간에 전액 상환이 어려운 경우라면 리볼빙 대신 중금리 대출을 활용해 금융 비용을 절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윤희 신한PWM압구정중앙센터 PB팀장은 “경기 침체가 시작되고 있고, 금리 인상 등 금융 시장도 과거와 달라졌다”면서 “소비와 부채 급증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카드사의 리볼빙 개선방안을 통해 8월 말부터 리볼빙 수수료율 공시 주기가 기존 ‘분기별’에서 ‘월단위’로 바꿨다. 이달부터 리볼빙 설명서에 카드사의 금융상품과 서비스 중 리볼빙을 대체할 수 있는 분할납부·카드론 등의 금리수준과 변동·고정금리 여부를 비교·안내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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