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이태원 참사 이어 열차 탈선까지, 사회전반 안전 재정비 시급
(서울=연합뉴스) "이태원 참사로 인해 밀집이 우려되고 무서웠다…출근 시간을 지키려고 억지로 타려는 사람들과 안쪽에서 밀리는 사람들 간 신경전이 벌어져 비명과 고성도 오갔다." 7일 오전 수도권 지하철을 이용한 한 30대 남성은 이날 벌어진 교통대란 상황을 이같이 전했다. 전날 오후 발생한 무궁화호 탈선사고 여파로 7일 서울 지하철 1호선 일부 구간 운행이 중단되면서 일부 역과 구간에 엄청난 인파가 몰렸다. 이로 인해 시민들은 곳곳에서 아수라장으로 변한 '지옥철'을 경험해야 했다. 앞서 6일 오후 8시 52분께 익산행 무궁화호 열차가 영등포역으로 진입하던 중 탈선해 34명이 경상을 입었다. 이 때문에 6일 밤과 7일 오전 KTX와 일반열차 운행 등이 무더기로 중단되거나 구간이 조정됐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이날 오후에나 복구 작업이 끝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태원 압사 참사로 인한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데 또다시 열차 탈선사고로 부상자가 발생하고, 이튿날 출근길에선 시민들이 '이태원 참사'를 떠올리며 불안에 떠는 모습을 지켜보게 됐다.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올해 코레일 소속 직원들의 작업 중 사망 사고와 열차 탈선이 잇따라 발생했다. 무궁화호 탈선사고 하루 전인 지난 5일 경기 의왕시 오봉역에서는 화물열차 연결·분리 작업 중이던 코레일 소속 직원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지난 3월 대전의 열차 검수고에서 객차 하부와 레일 사이 끼임으로 추정되는 사고로 근로자가 숨졌고, 7월과 9월에도 작업 중이던 근로자가 열차에 부딪힌 사고로 사망했다. 무궁화호 탈선 사고에 앞서 1월 경부선 영동역과 김천구미역 사이 충북 영동터널 부근에서는 서울발 부산행 KTX-산천 객차 1량이, 7월에는 부산역을 출발해 서울 수서역으로 가던 SRT 열차가 대전조차장역 인근에서 탈선했다. 사망자가 속출하고 탈선사고가 잇따르는 코레일은 대오각성해야 할 것이다. 코레일은 안전·탈선 사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환골탈태 차원의 근본적 대책을 수립하기 바란다.
이런 가운데 올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산업재해로 숨진 근로자가 작년보다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9월 483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해 510명이 숨졌다. 노동부는 공식적으로는 작년 같은 기간 통계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비공식적으로 확인한 결과 작년 1∼9월에 492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해 502명이 숨졌다는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에서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경영책임자를 징역형 등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올해 들어 도리어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가 많아졌다. 그만큼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이 심각하다는 점을 노동부 통계는 말해주고 있다. 특히 이태원 압사 참사와 함께 무궁화호 탈선 사고, 경북 봉화군 아연 광산 매몰사고, 평택 SPC 계열 제빵공장의 20대 근로자 사망 사고 등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사고는 우리 사회가 더이상 현재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강력한 경고음을 내는 것이라 하겠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 "각종 재난 안전 사고에 관한 제도를 전면 재검토하고 켜켜이 쌓인 구조적 문제점을 과감하게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태원 참사와 같은 안타까운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우리 사회의 안전관리체계를 전면 재점검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뿐 아니라 기업 등 민간 영역을 포함해 우리 사회가 총체적으로 안전 문제에 대한 인식과 대처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경제적 효율성을 지나치게 앞세운 나머지 인간 존엄성·인권에 대한 인식과 제도가 경제 발전 수준에 비해 미처 따라가지 못한 것 아닌지 우리 사회 전반에 대한 성찰과 진단도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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