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패션브랜드 '리셀 금지', 과연 소비자 위한 대책일까

이지영 2022. 11. 7.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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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이나 한정판 패션 아이템을 중심으로 '리셀'(재판매)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브랜드들이 '리셀 금지' 조항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샤넬에 이어 최근엔 나이키도 브랜드 가치를 문제 삼으며 이용 약관에 '재판매를 위한 구매 불가' 항목을 만들고, 리셀 차단에 나섰다.

리셀은 브랜드 한정판 등 희소성 있는 인기 제품을 정가에 구매한 뒤 웃돈을 얹어 재판매하는 행위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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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명품이나 한정판 패션 아이템을 중심으로 '리셀'(재판매)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브랜드들이 '리셀 금지' 조항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법적 근거도 부족하고, 소비자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면서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샤넬에 이어 최근엔 나이키도 브랜드 가치를 문제 삼으며 이용 약관에 '재판매를 위한 구매 불가' 항목을 만들고, 리셀 차단에 나섰다. 리셀러(재판매자)들의 입도선매를 막아, 선량한 최종 실소비자들이 정가에 구매할 수 있도록 보호하겠다는 취지에서다.

리셀은 브랜드 한정판 등 희소성 있는 인기 제품을 정가에 구매한 뒤 웃돈을 얹어 재판매하는 행위를 뜻한다. 리셀 가격은 정가의 10배~100배까지 높게 책정되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정판 제품의 구매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부작용이 생기기 시작했다. 일부 전문 업자가 매크로를 이용한 꼼수 구매로 단 몇 초 만에 인기 제품 재고를 싹쓸이하거나, 리셀 시세를 보고 반품·환불해 시장을 교란하는 사례가 급증했다. 이런 문제를 예방하겠다는 이유로 브랜드들이 리셀 시장에 칼을 빼 든 것이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우선 리셀 거래를 촉발 시킨 장본인이 바로 해당 브랜드들이기 때문이다. 이들 브랜드는 제품을 한정 수량으로 적게 발매해 희소성을 키우는 전략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특히 리셀 시장에서 가장 많은 거래가 이뤄지는 브랜드인 나이키의 경우 한정판 운동화의 구입 자격을 무작위 추첨으로 부여하는데, 이를 '럭키 드로우'라고 한다. 소비자가 나이키 공식 홈페이지만 온라인 응모를 할 수 있고 살 수 있는 자격을 당첨 하는 방식이다.

당첨 된 소비자에게만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리셀 가격은 천정 부지로 치솟는 경우가 다반사다.

일례로 2014년 나이키가 가수 지드래곤과 협업해 한정판으로 출시한 '에어포스1 파라노이즈'(정가 29만원)는 리셀가격이 1500만원까지 올라 판매됐다.

운동화 하나로 수십배 이윤을 남길 수 있다 보니 이른바 '대박'을 노린 리셀러들이 몰려드는 모습이다. 리셀 부작용을 원천 차단하고자 한다면 브랜드들이 애초부터 한정판 마케팅을 자제하면 되는 일이다.

리셀이 성행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 놓은 뒤 재판매 금지에 나설 것이 아니라, 애초에 제품을 많이 만들어 다양한 채널에서 판매하면 리셀 자체가 무색해지기 때문이다.

정작 리셀 차단에 대해선 구매 목적이 재판매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과, 어떻게 적발할 것 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조차 내놓지 못한다.

현재 개인이 정상적으로 제품을 구매한 뒤 특정 가격에 재판매하는 것을 위법이라고 볼 법적 근거가 사실상 부족하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사회적 품귀 현상'을 초래할 수 있는 제품도 아니어서 매점매석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전문가들은 리셀을 차단한다는 행위 자체가 소비자의 소유권을 침해하는 행위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소비자가 일단 제품을 구매하면 그 소유권은 소비자 개인에게 있다는 논리다.

업계 한 관계자는 "리셀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생기는 품귀 현상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으로, 이를 제재 한다는 것 자체가 시장 경제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리셀 금지는 명품 업체들이 브랜드 가치를 유지 하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보인다는 게 유통 업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리셀과의 전쟁'에 나서기 전에 마케팅 방식부터 근본적으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브랜드 성장 원동력은 소비자다. 진정한 고객 가치에 귀 기울이지 않고 일방 통행을 한다면 결국 중장기적으로 소비자들과 더 멀어질 수 밖에 없다.

☞공감언론 뉴시스 dw0384@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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