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반도체 소부장 자립 공염불에 중소기업 고사한다

최지희 기자 2022. 11. 7.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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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팔아서 목숨을 부지해왔는데 벌써 내년 중국 물량이 다 끊겼습니다." 지난 4일 만난 반도체 장비 업체 직원들은 답답하다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비 수출을 금지하면 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내 중소 반도체 장비업체들은 "이러다 진짜 전부 고사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반도체 검사 장비를 만드는 A업체는 내년 중국 물량 3분의 2가 날아가 인력 감축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이미 올해 상반기 국내 반도체 장비 중국 수출액은 지난해보다 절반 넘게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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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팔아서 목숨을 부지해왔는데 벌써 내년 중국 물량이 다 끊겼습니다.” 지난 4일 만난 반도체 장비 업체 직원들은 답답하다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이 회사는 반도체 후공정 검사 장비를 만든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비 수출을 금지하면 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내 중소 반도체 장비업체들은 “이러다 진짜 전부 고사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반도체 후공정 검사 장비와 부품을 만들어 내다 파는 국내 중소 업체들은 중국 상황에 따라 회사 뿌리가 휘청인다. 이 업체들 대부분은 매출액의 절반 이상이 중국 수출 물량에서 나온다. 그나마 내수 비중이 높은 곳이라고 해도 전체 매출의 20%가 채 안 된다. 반도체 검사 장비를 만드는 A업체는 내년 중국 물량 3분의 2가 날아가 인력 감축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이미 올해 상반기 국내 반도체 장비 중국 수출액은 지난해보다 절반 넘게 줄었다. 중국의 코로나19 봉쇄가 길어진 영향으로 분석되지만, 봉쇄 정책이 해제되더라도 미·중 패권 다툼 탓에 수출 회복세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미국은 지난달 7일 대중(對中) 반도체 기술·장비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한 데 이어 동맹국도 수출 통제에 동참하도록 하고 있다. 중국은 이에 굴하지 않고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끌어올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 벌써 규제 품목에 포함되지 않는 분야에서도 자급자족 대체재를 찾는 움직임이 보인다. 한국산 장비가 그 대표적인 예다.

국산 반도체 장비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글로벌 톱 반도체 제조사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중국에 주로 공급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미국·일본에 비해 뒤처지는 기술력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반전할 기회는 3년 전에 있었다. 2019년 7월 일본은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종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하는 경제 보복 조치를 내렸다. 당시 정부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자립’을 선언하고 기술 개발 지원, 기업 육성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3년이 지난 현재 여전히 반도체 장비의 해외 의존도는 78%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에서 다른 나라로 공급망을 옮기는 차원에 그치거나 일부 소재 분야 개발 지원이 있었을 뿐 국내 부품·장비 기술 개발 지원은 미미했다”고 말했다.

반도체 산업의 밑거름인 소부장 산업 생태계 조성이 공염불에 그쳐서는 안 된다. 한국이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높이려면 소재뿐 아니라 장비업체도 함께 살아남아 발전해가야 한다.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하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반도체 공정 변화에 맞춰 새로운 소부장을 개발하는 건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 일부 업체들은 미래 시장에 발이라도 담가보려 첨단 극자외선(EUV)용 보조용품을 만들고 있으나 이마저도 신제품을 테스트할 EUV 장비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여러 기업이 공동으로 EUV 등 첨단 장비를 사용해 관련 기술 개발이 가능하게 하는 오픈 플랫폼 조성 등 국내 업체의 기술력 향상을 위한 보다 구체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내년 반도체 지원 사업 예산은 올해보다 약 29% 늘어나 554억원을 넘어서지만, 이미 지원이 일부 사업에 치중되거나 겹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단순 특정 품목별 핀셋 지원이 아닌 기업 간 기술 협력 개발, 산학 통합 연구개발 등이 꾸준히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우리나라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에 국가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외치는 정부와 여야는 이들의 절박함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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