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환경과학원 “대구MBC 보도 현미경 촬영본, 수돗물 남세균 가능성 희박”
대구 현풍읍 한 가정집 수돗물 필터에서 독성을 가진 ‘남세균’이 발견됐다는 대구MBC 보도와 관련, 대구MBC가 부경대 이승준 교수팀으로부터 현미경 촬영본을 받아 “살아있는 남세균과 비슷하다”며 보도한 사진을 국립환경과학원이 분석한 결과 “남세균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반박했다. 이승준 교수도 “대구MBC 측에 ‘살아있는 남세균’이라고 특정한 기억은 없다”고 밝혔다.
여야는 이번 국정감사 때 대구MBC의 ‘수돗물 남세균 검출’ 보도에 쓰인 ‘쌀알 형태 현미경 촬영본’의 출처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보도 내용과 달리 해당 기사에 쓰인 사진은 남세균이 아니라 무해성 조류인 ‘코코믹사(coccomyxa)’였고, 사진출처도 대구상수도본부였다. 그런데 대구MBC 보도에 근거가 된 연구결과를 내놓은 이승준 교수팀이 직접 찍은 현미경 촬영본도 남세균일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분석된 것이다.
7일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이 국립환경과학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과학원은 “유해 남세균의 전형적 특징 중 하나는 세포 내 가스포군이 있어 세포안이 매끄럽게 보이지 않는 것인데 대구MBC 보도사진 속 ‘녹색의 둥근 모양’은 이런 모습이 포착되지 않는다”며 “보도된 사진은 오히려 코코믹사 등 녹조류와 더 유사하다”고 밝혔다.
대구MBC는 지난 4일 “이승준 교수가 (대구MBC의 남세균 검출 보도) 당시 현미경으로 필터에 낀 녹색 물질을 촬영한 사진을 대구MBC 취재진에 전해왔다”며 “이 교수가 수질오염 공정시험기준과 같이 광학현미경으로 1000배 확대해 촬영한 것으로 ‘녹색의 둥근 모양’으로 살아 있는 남세균 모습과 비슷하다”고 보도했다.
과학원은 ‘녹색의 둥근 모양’이라는 형태학적 특징이 대구MBC 보도처럼 ‘살아있는 남세균 모습과 비슷하다’고 판단할 근거가 될 순 없다고 지적했다. 과학원은 “대구MBC가 보도사진이 ‘녹색’으로 보여서 ‘살아있는 세포’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이나, 코코믹사 등 녹조류의 경우도 현미경 관찰시 녹색으로 촬영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문가라면 단지 녹색이라는 특징만으로 해당 물질이 남세균이라고 특정할 순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승준 교수는 본지에 “대구MBC 측에 ‘살아있는 세포는 녹색을 띠고, 죽으면 노란색을 띤다’는 이야기는 한 적 있지만, 현미경 촬영본의 ‘녹색의 둥근 모양’을 ‘남세균’이라 특정한 기억은 나지 않는다”고 했다. 결국 대구MBC가 ‘살아있는 세포는 녹색’이라는 이 교수의 이야기만 듣고 현미경상 보이는 녹색 물질을 남세균이라 단정해 ‘살아있는 남세균과 비슷하다’는 식으로 자의적 해석을 곁들여 보도한 것이다.
이 교수팀의 수돗물 필터 현미경 촬영본에서 ‘살아있는 남세균’이 확인되지 않았고, 유전자 검사법을 통해 나온 ‘남세균 DNA’는 살아있는 남세균이 아닌 고도정수처리과정에서 죽은 세포의 DNA일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지난 7월부터 이번 국감까지 계속된 낙동강 권역 녹조 심화와 이에 따른 수돗물 안전 위협에 대한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됐다.
이주환 의원은 “이승준 교수팀 연구결과 수돗물에서 남세균이 발견됐다면서도 이 교수팀이 찍은 현미경 사진에선 무해성 녹조류만 발견됐고, 대구MBC는 녹조를 남세균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하는 촌극(寸劇)이 벌어졌다”며 “비과학적 허위 보도로 시청자를 속인 대구MBC는 보도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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