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종서, 측정 불가 '몸값'
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전종서의 연기는 볼 때마다 생경하다. 연기라기보다 진짜 그 인물이 되어 극 안에 존재하고, 그것이 어떤 역할이건 자신을 캐릭터와 일체화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최근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몸값'(연출 전우성, 극본 전우성·최병윤·곽재민)에서도 마찬가지다. 온갖 불량하다 여겨지는 요소를 휘어감은 박주영이라는 인물을 어떠한 정제도 없이 날것의 느낌으로 형상화한다.
'몸값'은 각자의 이유로 장기별 인신매매 흥정이 벌어지던 건물에 대지진이 덮치면서 펼쳐지는 스릴러물이다. 바깥세상과 완전한 단절이 만들어낸 아수라장 속 살아남기 위한 인간들의 밟고 밟히는 사투가 다이내믹하게 그려지는 작품이다. 전종서가 극중에서 연기한 주영은 인신매매 흥정 전문가다. 스스로 미끼가 되어 장기를 밀매할 불특정 대상을 직접 판으로 끌어들이면서, 직접 흥정까지 해내는 만능 플레이어다. 주영은 그 과정에서 수단과 방법, 대상을 가리지 않고 타고난 꾀와 말발로 자신을 일을 깔끔하게 해낸다.
위기 상황에서도 본인이 움직이기보다는 상대가 원하는 걸 꿰뚫어 보고 돈이든 약물이든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을 이용해 자신대신 행동하게 만든다. 심지어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에서 탈출하기 위해 직접 꼬드겼던 장기밀매 희생양이 될 뻔한 노형수(진선규)를 이용한다. 형수는 주영이 못미더우면서도 자꾸만 그의 말에 설득을 당한다. 한층 한층 위로 올라갈 때마다 주영에게 거듭 배신당하면서도, 주영의 말 한마디에 도돌이표처럼 다시 그를 돕는다.
손님들의 표적이 되어 손과 발이 묶인 상황에서 "손님들 지금 아무것도 모르시죠. 제가 지금 손님들보다 아는 게 훤씬 많을 것 같은데요. 이런 식으로 하면 아무것도 안 알려드려요"라는 말 한미디로 순식간에 무리의 분열을 일으킬 정도다. 형수를 다루는 데 있어선 돈을 미끼로 "아 진짜 XX는 소리 작작하라"며 강압성이 깔린 거친 푸시를 한다. 상대방에 따라 말과 행동을 달리 하는 주영의 모습은 화면 밖의 시청자마저 묘하게 설득하며 극 속으로 빨려들게 만든다. '몸값'의 가장 큰 미덕은 주영의 입에서 비롯되는 말맛이 깃든 설득력이다.
'몸값'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장률은 제작발표회에서 "현장에서 만날 때마다 살아있는 인물을 연기해준 전종서에게 고맙다"는 말을 했다. 그의 말대로 주영을 연기한 전종서는 인물 그 자체가 된 모습으로 시청자의 이목을 붙든다. 교복을 입은 채 담배를 맛깔나게 피고, 좀 놀아봤나 싶을 만큼 거친 욕을 자연스럽게 뱉는 모습은 연기라기 보단 리얼리티의 한 형상으로 담긴다. 긴박한 스릴러물의 생동감을 살리기 위해 원테이크로 촬영을 진행한 '몸값'은 이같은 전종서의 리얼리티를 만나 더한 시너지를 낸다.
생각해보면 전종서는 모든 작품에서 그래왔다. 출세작이자 데뷔작이었던 영화 '버닝'에서도 현실에 존재하는 사람처럼 독특한 존재감을 틔웠고, 각종 영화제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안겨준 영화 '콜'에선 소름 끼치는 악역 연기로 엄청난 공포를 선사했고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에서도 리얼리티 쏟아내 자영의 현실 연애를 응원하게 만들었다. 그의 연기를 보다보면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톰 행크스와 '아이 엠 샘'의 숀 펜을 떠올리게 된다. 톰 행크스와 숀 펜은 해당 작품에서 지적 장애인을 연기했는데, 이를 구현하는 방식은 완전히 달랐다. 톰 행크스가 과장 섞인 수준급의 묘사로 지적 장애인을 연기했다면, 숀 펜은 덜하거나 더한 것 없이 그냥 지적 장애인이 되었다. 전종서의 연기는 숀 펜의 샘 도슨에 닿아있다. 너무도 리얼리티해 정제된 연기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에게 생경한 감상을 불어넣는 식이다.
그렇게 그는 직접 주영과 같은 인물들을 선택해 연기하며 자신을 둘러싼 불필요한 '남의 의식'마저 털어낸다. 여배우라는 탈으로 점철된 단정함 내지는 윤리의식 가득한 이미지 소모가 요구되는 판에서 자신이 선택한 캐릭터를 통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내는 것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의미 있는 발걸음이다. 여배우의 영역을 새롭게 발굴해가며 본인에게 집중하는 모습은 그의 앞날을 응원하게 될 만큼 멋있고 또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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