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표 밀어내기'강행하는 김진태 지사…'진퇴양난' 될라

지난 8월 15일 강원FC의 홈경기에서 시축을 하고 있는 김진태 강원지사. 스포츠조선 DB

[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진퇴양난?'

강원도가 강원FC 신임 대표이사 선임을 강행하면서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강원 팬들이 이영표 강원FC 대표이사(45)의 재계약 불발을 수긍하지 않는 가운데 어떤 후임자를 내놓더라도 반발을 초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구단 이사회 통과 과정도 중대 변수로 떠올랐다.

김진태 강원지사는 7일 강원도청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 대표의 재계약 불발 사태와 관련해 "계약 만료로 아쉬워하는 팬들이 많은 걸 잘 안다. 새 대표는 8일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 재계약 지지를 선언한 강원 서포터스 '나르샤'가 그동안 김 지사와의 면담을 요청했으나 성사되지 않자 8일 강원도청을 항의 방문키로 한 상황이다. 김 지사의 이같은 발언은 주변 여론에 상관없이 '이영표 밀어내기'를 강행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의 후임자로 어떤 인물이 와도 진통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른바 '진퇴양난'에 빠질 우려가 크다는 것. 스포츠조선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이 대표의 후임자로 축구계 저명인사 A씨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2년 월드컵 20주면 기념 히딩크 감독 초청 대담에 함께한 이영표 대표.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A씨가 최종적으로 후임 대표직을 수락할지 여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축구인들 사이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이 확산하고 있다. A씨가 괜한 오해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전개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하필 이 대표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 물러나게 된 직후 곧바로 바통을 이어받는 후임자가 축구계 친분이 있는 인물로 정해지면 이른바 모양새가 이상해지는 게 불가피한 상황이다.

후임자가 강원도로부터 객관적 능력을 인정받은 것과는 별개로 흔히 말하는 '타이밍'이 매끄럽지 않아 축구계 정서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기 힘든 게 사실이다.

강원 서포터스가 지난 9월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축구 전용구장 계획을 보류했을 당시 '진태양란' 등 항의 문구 적힌 플래카드를 내걸고 항의 시위를 하는 모습. 춘천=최만식 기자

김 지사가 '정치적 선택'으로 지방선거 당시 공로자나 측근 등 이른바 '축알못' 인물을 후임자로 선택해도 문제다. 시·도민 구단의 병폐로 지적돼왔던, 자치단체장 선거 결과에 따라 시·도민 구단이 요동치는 나쁜 선례를 답습하기 때문이다. 정치적 호불호에 따라 지역 축구팬들의 반발도 더 커질 수 있다.

"차라리 '축알못'이 오느니, 이 대표 못지 않게 축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이 논란을 극복하더라도 후임을 이어받는 게 낫다"는 '차선책'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 구단 이사회의 의결을 통과할지 과제다. 강원FC 관련 규정에 따르면 대표이사의 선임은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의결 방식은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 찬성이다. 현재 강원 구단 이사회는 이 대표를 제외하고 8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강원 구단 이사인 홍석표 강원대 교수는 지난 2일 이 대표 재계약 불발에 반대 입장을 나타내며 이사회 소집을 요구한 바 있다. 또다른 이사 B씨도 스포츠조선과의 통화에서 홍 교수와 같은 입장을 표명하는 등 이사회의 반대 기류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강원FC는 후임 대표 선임 과정에서 진통을 거칠 수밖에 없다. 한 관계자는 "강원도가 매끄럽게 일 처리를 하지 못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 떠나는 자, 후임자, 축구팬 모두에게 상처를 안긴 셈이 됐다"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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