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K 前 이사 ' 비아이 후폭풍과 싸우는 YG 양현석 [이슈&톡]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제가 요즘 공황장애가 심해져서 마스크 좀 벗어도 될까요?”
가수 지망생 A씨와 2년 째 법적 다툼 중인 YG엔터테인먼트(YG) 양현석 전 대표는 지난 달 말 열린 12차 공판에서 증인석에 앉기 직전 공황장애 약으로 추정되는 약 한 알을 집어 삼켰다. 판사에게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마스크를 벗겠다고 요청하면서.
A씨와 양현석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지점은 ‘협박, 종용’ 여부다. A씨는 양현석이 2016년 가수 비아이의 마약 수사를 무마하려 자신에게 진술 번복을 강요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해 A씨는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중 “비아이에게 마약을 건넸다”고 진술했다가 돌연 번복했다. A씨는 3년 후인 2019년 YG로부터 외압을 받아 진술을 번복한 것이라며 국민권익위원회에 YG와 양현석을 신고했다. ‘마약 사범’ A씨가 공익제보자라 불리는 이유다.
12차에 이른 공판은 욕설이 등장하거나, 양측이 ‘YG화장실’ 내부 묘사를 두고 이견을 보이는 등 첨예한 대립각을 형성 중이다. 얼핏 감정 싸움처럼 보이지만 해당 사건은 ‘YG의 경찰 수사 개입이 실제로 존재했느냐’를 가리는 게 본질이자 핵심이라는 점에서 단순하지만은 않다. 진술이 사실임을 입증해야 하는 A씨 뿐 아니라 양현석과 YG 측 입장에서도 예민한 사안이다.
속 터지는 양현석, 비아이는 아이오케이 업고 훨훨
비아이 사건, YG 자체 마약검사 알려진 계기
이 모든 전쟁의 중심에 있는 자, 아이콘 출신의 가수 비아이(27, 본명 김한빈)다. A씨의 주장이 모두 입증된 건 아니지만 적어도 비아이에게 마약을 건넸다는 진술은 사실로 드러났다. 비아이는 지난해 9월, 2016년 3~4월께 대마초를 3회 흡연하고, 같은 해 4월 말 LSD를 구매한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다. 검찰은 비아이와 관련한 A씨의 진술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양현석에게 진술을 번복해 달라는 말을 들었다’는 A씨의 주장에 신빙성 있다고 판단, 양현석을 집중 추궁하는 상황이다. 과거 비슷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는 YG와 양현석을 둘러싸고 의심의 눈초리가 커지게 된 것이다.
양현석은 공판에서 A씨의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입증하려 아이콘은 물론 위너와 YG 소속 가수들을 상대로 자신이 직접 마약 간이 검사를 진행했다고 진술했다. 과거 빅뱅 출신의 한 멤버(지드래곤)가 일으킨 사건이 시사하는 바가 커서 자체 검사를 실시하게 됐고, 비아이에게도 검사를 실시했는데 음성이 나왔다는 설명. 비아이가 마약을 할 리 없다고 믿었고, 음성이었기 때문에 A씨가 주장하는 ‘종용’과 ‘협박’은 있을 리 없다는 주장이다.
YG 소속 가수들은 A씨와 양현석의 갈등이 본격화되면서 'YG 사옥에서 소변으로 마약 키트 검사를 받았다'는 사실을 자신들의 의도와 상관없이 대중에게 드러내야 했다. 수치심이 느껴질 일이고, 팬들 역시 이 같은 상황이 반가울 리 없다.
비아이 사건으로 남은 아이콘 멤버들은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정작 비아이는 승승장구는 아니더라도 새 소속사를 찾아 강력한 서포트를 받고 있다. 비아이는 아이콘에서 탈퇴하고 YG를 떠난 후 배우 고현정, 조인성, 장윤정 등이 소속된 아이오케이컴퍼니(아이오케이) 최연소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집행유예도 끝나지 않은 비아이를 간부로 들인 배경에 여러 추측이 쏟아졌고, 비아이 아버지가 아이오케이 부회장이라는 '설'도 보도됐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경영 능력이 필요한 사내이사 자리에 가수를, 그것도 마약 전과가 있는 아이돌을 선임한 것에 비판적 목소리가 쏟아졌고, 아이오케이는 이를 의식했는지 최근 비아이가 사내이사직에서 사직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자숙 기간 없는 비아이, 자신감인가 당돌함인가
공황장애 심해진 양현석 vs 자화자찬 비아이
그렇다고 비아이가 대중이 납득할 수 있는 자숙에 돌입한 것도 아니다. 그는 동종 전과가 있는 스타들의 평균치 자숙 기간을 갖기는커녕 YG와 A씨의 갈등이 정점에 달한 시기인 2019년 6월, 첫 번째 솔로 정규 앨범을 발매했다. 수록된 곡 가사를 통해 팬들에게 “역겹겠지만 날 잊지는 마. 그래도 사랑했던 사이니까.”라고 호소하지만 진정성이 와닿지는 않는다. ‘눈치 보기’ 보다 ‘행보’를 택한 비아이의 모습은 아티스트의 고집으로 해석되기엔 무리가 있다.
현재 비아이는 레이블 131을 설립해 수장으로 활동 중이다. 이 역시 사건이 종결되기 전에 한 일. 집행유예 선고 한 달 후에는 온라인 솔로 콘서트를 강행했고, 8월에는 아시아 팬미팅 투어를 시작하기도 했다. 소수 팬들은 끌어안았겠지만, 대중의 품에 안길 기회는 잃은 것이다. 가장 최근 행보는 '웻 : 월드 이디엠 트렌드(WET! : World EDM Trend‘ MC로 발탁된 일이다. 일부 매체들은 비아이가 ’자숙 1년 만에 복귀'라고 명명했지만 비아이는 사실상 자숙 기간을 가진 적이 없다.
민망한 자화자찬도 있었다. 비아이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동료를 초대한 에피소드를 공개, 이들의 칭찬 세례에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였다. 비아이에게 춤을 지도한다는 한 동료가 “비아이가 너무 예의 발라서 깜짝 놀랐다. 이렇게 열정적으로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이 사람은 되겠구나' 느꼈다."고 말한 것. 동료의 입을 통해 전달된 말이지만 비아이의 단독 채널을 통해 공개된 콘텐츠라는 점에서 사실상 자화자찬이나 다름없다.
얄궂은 운명인가. 바로 다음 날인 1일, 양현석은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해 내내 ‘김한빈(비아이)’의 이름을 언급하고, A씨의 주장에 반박하느라 진땀을 뺐다. 모든 질문에 적극 답변하던 그는 “그렇게 믿었던 비아이가 마약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어땠는가?”라는 변호인의 질문에 한참 생각을 하더니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라고 답했다. 이날 양현석이 유일하게 답변하지 않은 질문이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 /사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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