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도 보고싶어한 文의 풍산개...왜 '쿨하지' 못했나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의 풍산개 파양’ 보도와 관련해 “치졸하고 천박한 여론 플레이”라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7일 페이스북에 이같이 밝히며 “윤석열 정부가 일을 하지 않아 생긴 법의 구멍으로 인한 문제를, 마치 돈 때문인 듯 모욕적으로 뒤집어씌우는 것은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라고 쏘아붙였다.
그는 “대통령이 선물 받은 풍산개는 현행법으로 엄연히 ‘대통령 기록물’”이라며 “대통령 기록물은 법에 따라 기록관으로 이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다만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에 문재인 대통령에게 키우던 분이 데려가시는 것이 좋겠다는 의사를 전달해, 문 대통령이 (풍산개) 곰이와 송강이, 다운이를 평산으로 데려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기록관으로 이관되어야 할 ‘기록물’의 범주에서 동물은 제외하는 등의 법령 개정을 전제로 한 전임 정부와 현 정부의 약속이었다. 법 개정이 없이는 기록물을 가지고 있는 것 자체가 ‘위법한’ 행위가 될 수 있으니까”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현 정부 출범 후 6개월이 다 되도록 시행령 개정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들리는 말에 따르면, 용산 대통령실이 시행령 개정에 발목을 잡고 있다 한다”라고 했다.
윤 의원은 “겉으로는 호탕하게 ‘데려가서 키우셔라’고 해 놓고, 속으로는 평산마을에서 키우는 행위를 ‘합법화’하는 일에 태클을 거는 것은 용산 대통령실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올해 3월 23일 풍산개 인수인계 문제에 대해 “키우던 주인이 계속 키워야 한다. (반려동물은) 일반 선물하고 다르다”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윤 당선인은 “저에게 주신다면 잘 키우겠다”면서도 “아무리 그래도 동물을 볼 때 사람만 생각하는 게 아니고 정을 많이 쏟은 주인이 계속 키우는 것이 선물 취지에 맞지 않느냐”고 말했다.
특히 윤 당선인은 과거 검찰총장 임명식을 위해 청와대를 방문했을 때를 떠올리며 “(문 대통령과) 차담을 하고 있는데 내 처(김건희 여사)가 그 강아지를 보고 싶다는 말을 하려고 해서 내가 툭툭 쳤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그는 또 “그러한 사정과 맥락을 완전히 가린 채 보고 싶은 대로 보고 쓴 기사에 전직 여당 원내대표란 분까지 가담하셔서 ‘좀스럽고 민망한 일’ 운운하시니 기가 차다”며 “분명히 말하지만, 이번 일은 돈 때문이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의 겉과 속이 다른 이중적 태도 때문이며, ‘좀스럽고 민망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정부·여당”이라고 맞받았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선물 받아 기르던 풍산개 3마리를 관리비 등의 이유로 파양했다는 조선일보 보도와 관련해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참으로 좀스럽고 민망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권 의원은 “사룟값이 아까웠냐”고 비아냥대기도 했다.
이에 문 전 대통령의 ‘평산마을 비서실’은 “문 전 대통령은 대통령기록관으로부터 위탁받아 관리하고 있던 풍산개 곰이와 송강을 대통령기록관에 반환하고자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비서실은 “풍산개들은 법적으로 국가소유이고 대통령기록물이므로 문 전 대통령 퇴임 시 대통령기록관에 이관되었으나, 대통령기록관에 반려동물을 관리하는 인적·물적 시설과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정서적 교감이 필요한 반려동물의 특성까지 감안하여, 대통령기록관 및 행안부와 문 전 대통령 사이에 그 관리를 문 전 대통령에게 위탁하기로 협의가 이루어졌다”고 했다.
또 “보도된 바처럼 윤석열 당선인과의 회동에서도 선의의 협의가 있었다”며 “다만 선례가 없는 일이고 명시적인 근거 규정도 없는 까닭에, 대통령기록관과 행안부는 빠른 시일 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명시적 근거 규정을 마련할 것을 약속하였다. 그에 따라 행안부는 지난 6월 17일 시행령 개정을 입법예고 하였으나 이유를 알 수 없는 대통령실의 이의제기로 국무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 후 행안부는 일부 자구를 수정하여 재입법예고 하겠다고 알려왔으나 퇴임 6개월이 되는 지금까지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역시 대통령실의 반대가 원인인 듯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이 든 반려동물이어서 섭섭함이나 아쉬움이 있을 수 있지만, 위탁관계의 해지를 거부할 수 없는 일”이라고도 했다.
아울러 “최근의 언론보도를 보면 대통령실은 문제를 쿨하게 처리하려는 선의도 없는 듯하다”며 “책임을 문 전 대통령에게 미루고 싶은 것일까? 아무래도 반려동물이어서 책임을 의식하기 때문일까? 큰 문제도 아니고 이런 사소한 문제에 대해서까지 드러내는 현 정부 측의 악의를 보면 어이없게 느껴진다”고 응수했다.
끝으로 “문 전 대통령은 오랫동안 풍산개들을 양육했고, ‘곰이’가 근래 입원수술하는 어려움도 겪었기 때문에 풍산개들을 돌려보내는 것이 무척 섭섭하지만, 6개월간 더 돌볼 수 있었던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며 “대통령기록관이 풍산개들을 잘 관리할 것으로 믿지만, 정서적인 부분까지 신경 써서 잘 돌봐주기를 바라마지 않는다”고 당부했다.
박지혜 (nonam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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