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벽에 걸린 수묵화, 알고보니 명작…해남군 ‘수묵식당 특별전’ 눈길
전남 해남군 대흥사 인근 연탄불고기 음식점 대정회관 벽에는 수묵작품이 즐비하다. 특히 아산 조방원, 도촌 신영복, 전정 박항환, 금봉 박행보 등 1970년대 남종화의 맥을 이었던 4명의 낙관이 함께 찍힌 작품이 눈길을 끈다. 이들은 화선지 한장에 장미와 진달래, 대나무, 괴석, 목련, 난을 각자 그려 넣었다.
식당 주인 서득종씨(84)는 “대흥사 인근 유선회관을 찾아와 함께 묵고있던 4명의 화가에게 특별히 부탁한 작품”이라면서 “해남을 찾은 숱한 예술인들과 교류하면서 자연스럽게 남종화를 좋아하게 됐고 작품을 선물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맛으로 소문난 해남의 식당에서는 수묵작품을 예사로 볼 수 있다. 식당 벽에 걸린 작품들 중에는 당내를 풍미했던 유명 작가들도 있지만, 식당 주인과 연을 맺은 무명 예술가의 작품도 있다.
이같은 ‘식당 소장’ 수묵작품들을 한데 모은 전시가 눈길을 끈다. 해남군은 7일 “관내 식당들이 소장하고 있는 수묵작품을 한 곳에서 감상할 수 있는 특별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 밝혔다.
‘해남의 맛에 수묵을 그리다!’를 주제로 진행되고 있는 이번 전시는 해남아트마루에서 13일까지 열린다. 전시에는 해남지역 음식점 10곳이 참여했다. 이들 식당의 벽에는 음식만큼이나 눈길을 끄는 수묵 작품들이 걸려있다.
산채정식과 백반을 내는 해남식당 한쪽 벽은 춘원 최한용의 10폭 병풍과 대형 산수화가 자리 잡았다. 김 냉국과 소고기 샤부샤부로 알려진 해남 성내식당에서는 달마도의 대가로 알려진 범주 스님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1924년 문을 연 천일식당에는 해남을 찾았던 가난한 예술가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며 받은 많은 수묵화와 서예 작품이 걸려 있다. 전시에서는 작품 설명과 함께 이 작품들을 사랑하게 된 식당 주인들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현재 해남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들이 음식점과 음식을 그린 작품도 함께 전시된다.
해남군 관계자는 “예부터 해남은 대흥사와 두륜산 등 빼어난 풍광과 맛있는 음식으로 예술가들이 많이 찾았다”면서 “식당 주인들도 조예가 깊어 예술가들도 교류하며 많은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전시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사과해” “손가락질 말라” 고성·삿대질 난무한 대통령실 국정감사 [국회풍경]
- 수능 격려 도중 실신한 신경호 강원교육감…교육청·전교조 원인 놓고 공방
- [스경X이슈] ‘나는 솔로’ 23기 정숙, 하다하다 범죄전과자까지 출연…검증 하긴 하나?
- “이러다 다 죽어요” 외치는 이정재···예고편으로 엿본 ‘오겜’ 시즌2
- [단독] ‘김건희 일가 특혜 의혹’ 일었던 양평고속도로 용역 업체도 관급 공사 수주↑
- 유승민 “윤 대통령 부부, 국민 앞에 나와 잘못 참회하고 사과해야”
- “부끄럽고 참담” “또 녹취 튼다 한다”···‘대통령 육성’ 공개에 위기감 고조되는 여당
- 김용민 “임기 단축 개헌하면 내년 5월 끝···탄핵보다 더 빨라”
- [한국갤럽]윤 대통령, 역대 최저 19% 지지율…TK선 18% ‘지지층 붕괴’
- 민주당, 대통령 관저 ‘호화 스크린골프장’ 설치 의혹 제기… 경호처 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