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배우 임신하면 일 끊겨"…'첫번째 아이' 박하선, 6년차 워킹맘의 뚝심(종합)[인터뷰]

김보라 2022. 11. 7.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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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보라 기자] “우리나라 여성배우들은 임신을 하면서부터 거의 일이 끊긴다. 그렇게 된 김에 저는 (출산 후)15개월 정도 모유수유를 했다.”

배우 박하선(36)이 1일 오전 서울 계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집에서 아이를 키우며 휴식을 취했었다. (출산은)내가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일을 하던 사람이라 답답한 마음은 있었다. 어딜 나갈 수도 없었다. 어느 날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데 갑자기 친구들에게 모임에 나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못 간다고 연락을 한 뒤 혼자 울었다. 오빠가 들어와서 ‘왜 그러냐’고 하더라. 그 날 저는 눈에 실핏줄이 터질 정도로 울었다. 그런 감정을 느껴봐서 그런지 이 영화 시나리오에 공감을 했다. 아이는 너무 예쁘지만, 일을 못 하고 일이 들어와도 못 하는 지점에 있어서 공감을 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배우 류수영(44)과 지난 2017년 결혼한 뒤 같은 해 첫 딸을 낳은 박하선은 출산을 하고나서 아이를 키우는 기쁨과 행복을 느꼈지만, 막상 현실이 되니 처음부터 육아가 쉽지는 않았다고 털어놨다. 산후 우울증을 겪기도 했다고.

2년여 간 출산에 집중해 온 박하선은 채널A 드라마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을 통해 2019년 복귀했다. 결과는 좋았다. 그 시기에 영화 ‘첫 번째 아이’의 시나리오를 받고 출연을 결정하게 됐다.

‘첫 번째 아이’(감독 허정재, 제작 영화사 화원, 배급 더쿱디스트리뷰션)는 육아휴직 후 복직한 워킹맘 정아(박하선 분)가 직장과 가정에서 겪는 무수한 딜레마를 통해 의지할 수도, 홀로 설 수도 없는 세상과 마주한 우리 시대 여성의 이야기를 담았다. 정아의 남편 우석 역은 배우 오동민(37)이 맡았다.

박하선은 최근 2~3년간 워킹맘, 아동학대 등 현실성을 띤 작품을 선보인 것과 관련, “특별한 이유는 없다. ‘첫 번째 아이’는 3년 전에 찍었던 영화다.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을 할 때인데 그 작품이 출산 후 첫 작품이었다. 그즈음에 이 영화를 제안받았다”며 “이후 ‘산후조리원’ ‘며느라기’를 했다. 어떻게 하다 보니 아이를 주제로 한 영화를 했는데 저는 특별히 이걸 해야겠다는 마음보다 시나리오를 읽고 엔딩에 꽂혔다. 뉴스에서 자주 접하는 사회적인 문제가 남 일 같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누구나 공감하는 부분이 있어서 하게 됐다”고 출연을 결정한 이유를 밝혔다.

박하선은 tvN 드라마 ‘산후조리원’(2020), 카카오TV 드라마 ‘며느라기’(2021)가 방송되기 앞서 ‘첫 번째 아이’의 촬영을 마쳤지만 3년 만에 극장 개봉하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더 늦게 선보이게 됐다. 워킹맘으로서 겪고 느낀 감정을 캐릭터를 통해서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됐다고.

다만 박하선은 남편 류수영과 가사와 육아 방식에 대해 잘 통한다면서 “저희 부부 모토가 일에 있어서 방해받지 않아야 한다는 거다. 해외에 나가는 일정도 고민하지 말고 하라고 응원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근데 평소에는 아이가 5시에 하원하기 때문에 그 전까지는 못 나간다. 저녁 약속을 못 잡은 지 오래됐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많은 공감을 했다. 저희도 산후도우미를 썼었고 이모님이 있었던 적도 있다. 좋은 분들을 만났지만 남에게 아이를 맡긴다는 게 쉽지 않다. 양가 부모님께서 많이 도와주셨다”고 육아의 고충을 전했다.

어떻게 극복했느냐는 물음에 “사실 극복하려고 했다기보다 자연스럽게 지나갔다. 방법이 있는 게 아니다. 복귀 후 활동을 하니까 너무 좋다. 20대에는 일이 너무 힘들었다. 일이 당연히 있는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일이 너무 소중하고 재미있다”고 답했다.

박하선은 20대에 결혼을 향한 로망이 있었다고 했다. “20대에 불안정해서 결혼을 빨리 하고 싶었다. 결혼과 동시에 안정을 느꼈지만, 일에 있어서는 불안해졌다. 그래서 더 후회를 안 하려고 했다. 원래 일찍 결혼을 하고 싶었고 아이도 빨리 낳고 싶었기 때문에. 물론 출산 후 오는 변화라든지 원치 않는 게 생기긴 한다. 하지만 아이 탓은 안 했고 ‘나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을 했다’는 생각을 했다. 20대에 불면증도 심했는데 요즘엔 누우면 바로 잔다. 불면증도 고쳤다.(웃음) 아이 덕분에 잠도 잘 자고, 눈물도 잘 나고 감정이 풍부해졌다. 지금은 고마운 게 많다. 안 낳았으면 몰랐을 감정도 알게 됐다”고 엄마가 된 후 달라진 점을 들었다.

박하선은 이어 “배우 일을 하면서 힘들 때도 있다. 예전에는 혼자 오롯이 견뎌냈다면, 이제는 ‘아이를 지켜줘야지’라는 생각으로 이겨내려고 한다. 매여 있다는 답답한 마음도 가끔 드는데 ‘아이가 없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은 안 한다. 이제는 아이가 없으면 못살 거 같다. 아이가 너무 예쁘고 나의 모든 것이다. 아이가 결혼할 때까지 살아있고 싶다. 대신 죽어줄 수도 있을 거 같다”고 딸에 대한 모성애를 드러냈다.

‘첫 번째 아이’는 출산과 육아휴직 후 복직한 정아가 일과 육아를 병행하면서 겪게 되는 갈등을 심도 있게 담아낸 리얼리티 드라마다. 남녀에 관계없이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주의 깊게 관심을 갖고 함께 풀어나가야 할 문제를 현실적으로 풀어냈다.

“결혼을 하고 나서부터 친정에 더 자주 가고 부모님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제 나이보다 어릴 때 저를 낳았으니 이해가 안 갔던 부분도 이해를 하게 됐다. 결혼을 하고나서부터 우리 부모님이 좋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또 아이를 봐주시는 것도 너무 감사하다.”

박하선은 매일 오전 11시부터 1시간 동안 방송되는 SBS 파워FM ‘씨네타운’의 DJ를 맡고 있다. “데뷔 후 처음 고정 수입이 생겼다. 너무 안정이 되어서 좋다. 연기를 안 하면 우울했었는데 연기를 안 해도 안정감, 소속감이 있다”며 “저는 잘릴 때까지 할 수 있는 한 계속 하고 싶다. 규칙적으로 살게 돼 좋기도 하다.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잤을 텐데, 라디오 덕분에 사람답게 사는 거 같다. 운동도 한다”고 말하며 웃었다.

박하선은 조금 더 관심 가는 배역이 있느냐는 질문에 “오랜만에 재미있는 거 하고 싶다. 더 늦게 전에 시트콤도 하고 싶다”고 답했다.

“20대에 했던 밝은 걸 다시 해보고 싶다. 가리지 않고 (작품이)좋으면 하는 거 같다. 이번에 또 한번 느낀 건 제가 좋고 재미있어야 작품이 잘 된다는 거다. 재미있고 좋으면 다 할 거 같다. 이제는 좀 유연해졌다.(웃음)”

/ purplish@osen.co.kr

[사진](주)더쿱디스트리뷰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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