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울 1호기 '발목' 잡는 수소제거장비..."불꽃 튀어도 화재 확률 낮아"

이영애 기자 2022. 11. 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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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안전성 입증과 동시에 12월 초 준공"
3일 경북 울진 신한울 2호기에서 유영진 KINS 책임연구원이 격납건물 내 피동촉매형수소재결합기(PAR)를 설명하고 있다. 원안위 제공

"지난해 2월 장비를 시험하는 도중 불꽃이 튀었다는 공익 제보로 안전성 논란이 불거진 바로 그 장비입니다. 촉매를 이용해 원전 내 수소를 제거하기 위해 설치됐죠."

유영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계측전기평가실 책임연구원이 신한울 2호기 격납건물 안에 설치된 피동촉매형수소재결합기(PAR)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지금까지 신한울 1호기 가동의 발목을 잡은 바로 그 장치다.

지난 3일 방문한 경북 울진 신한울 1·2호기 현장에서 아직 가동을 시작하지 않은 신한울 2호기의 PAR 장비를 직접 확인했다. 본래 PAR 장비가 있는 격납건물은 우라늄 등 핵분열 반응이 일어나는 곳이기 때문에 일부 종사자를 제외하고는 출입이 어렵다. 아직 운영 허가 전인 신한울 2호기는 핵연료가 들어오지 않아 격납건물 안에 들어갈 수 있었고 PAR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 PAR는 안전성 여부 논란이 있다. 신한울 1호기는 2014년 한국수력원자력이 운영허가를 신청한 뒤 지난해 7월 7년 만에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허가와 함께 "2018년 9월 세라컴사에서 진행한 수소제거 성능을 확인한 실험, 촉매이탈 실험과 동등·유사한 테스트를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조속히 실시해 2022년 3월까지 최종보고서를 제출할 것"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PAR 안전성을 재확인하라는 의미다.

이는 지난해 2월 PAR 장치의 성능이 기준에 미달한다는 공익제보에서 비롯됐다. 2018년 독일의 베커사에서 시행한 성능 실험 결과 국내 설치된 세라컴사 PAR의 수소 제거 성능이 구매규격에 현저히 미달될 뿐만 아니라 실험 과정에서 백금 촉매가 떨어져 나가면서 불꽃이 튀는 현상이 발생했다는 내용이었다. 제보에 따르면 수소 농도가 8%인 습식 조건에서 수소 제거 성능을 실험하는데 수소 농도가 7% 이상 올라가며 불꽃이 튀었다. 제보 당시 떨어져 나온 촉매 입자가 연소를 일으켜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PAR는 원자로 건물 내 비정상 상황에서 발생된 수소의 농도를 낮추는 데 사용하는 장비다. 안에 벽돌 형태의 다공성 세라믹에 백금 코팅된 촉매가 들어있어 화학반응을 통해 수소를 제거한다. 실제로 본 중형급 PAR 장치는 가정용 공기청정기 사이즈에 위아래로 수소가 오갈 수 있는 환풍기의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유 책임연구원은 "사고 시 원전 내 수소 농도를 4% 이내, 중대사고 시 수소 농도를 10% 이내로 유지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중대사고는 핵연료가 물밖으로 노출돼 종사자들이 피폭 위험에 노출될 정도의 사고를 말한다.

원전에서 수소가 발생하는 이유는 핵연료 집합체의 피복관이 지르코늄 합금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지르코늄 합금은 기계적 강도가 우수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1200도 이상에서 수증기를 만나면 수소가 발생하는 반응이 일어난다. 평소에는 핵연료 피복재의 최대 온도가 1200도 아래로 유지되지만 사고 발생 시를 대비해 수소제거장비를 갖춰야 한다.

신한울 1호기와 2호기에는 각각 30개의 PAR가 있다. 격납건물 내부에서 돔 처럼 생긴 천장을 봤을 때 일정 간격을 두고 PAR가 콘크리트 벽에 설치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11월 현재 PAR 안전성 입증은 완료되지 않은 상황이다. 실험 진행 주체인 원자력연은 높은 수소 농도(8%) 실험 조건이 형성되지 않고 용역 수급이 원활하지 않는 등의 이유로 3월에서 6월로, 다시 10월로 보고서 제출을 미뤄왔다. 현재 낮은 농도(4%)에서 시험한 결과만 보고된 상태로 8% 시험 결과는 현재 분석 중이며 추후 원안위에서 검토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은 PAR 안전성 입증 여부와는 별개로 계획대로 12월초 준공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혁 한수원 신한울 제1발전소 안전부장은 "PAR 안전성 입증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12월 초 준공식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 책임연구원은 "수소를 제거하는 데 불꽃이 튀는 현상은 수소를 제거한다는 목적으로 보면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되나 성능 확인을 위해 재확인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수소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발화가 돼도 화재로 이어질 확률은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원전의 전체 설계 구조상 PAR에서 불꽃이 발생해도 배관은 모두 금속으로 도금돼 있어 타 장비로 옮겨붙을 일이 없다는 설명이다.

김 안전부장은 "원자로 건물은 화재가 날 것에 대비해 불이 붙지 않는 페인트가 칠해져 있고 케이블도 전부 불이 붙지 않도록 피복으로 감싸져 있다"며 "주변에 불꽃이 튀는 상황이 발생해도 옮겨 붙지 않도록 설계돼 있다"고 말했다.

이에 환경시민단체는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불꽃이 튀는 현상이 중대사고가 발생했을 때 격납건물 안에서 화재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사태를 악화시킬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안전의 관점에서 보면 불꽃 자체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PAR가 수소 제거 관점에서 제 역할을 하더라도 설계 조건에서 검토되지 않은 현상이 발생하는데 계속 사용한다는 것은 상식을 벗어나는 일"이라며 "성능만 따져서 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만약 PAR가 기능을 못해도 수소를 제거할 수 있는 또 다른 장치가 있다. 신한울 1·2호기에는 PAR와 함께 수소점화기인 이그나이터가 각각 10개씩 설치돼 있다. 유 책임연구원은 "두 장치 중 어떤 것이 낫다기보다는 나라별로 선호도가 다르다"며 "미국은 이그나이터를, 유럽은 PAR를 주로 활용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김 안전부장은 "예전에는 수소제거설비로 이그나이터만을 사용했지만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전력수급이 끊기는 비상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PAR를 추가 설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수소를 태워 제거하는 수소점화기인 이그나이터는 전력공급이 필요한 설비인데 반해 촉매반응을 이용하는 PAR는 전력 없이 작동한다.

[이영애 기자 ya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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