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美 ‘우선주의’는 오히려 기회”
제임스 박 영업 총괄, 제임스 최 디지털 총괄
“삼성의 초격차 경쟁력은 스피드”
“세계 10대 제약사로부터 CDO 수주”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미국 제약 바이오 기업의 자국 내 생산을 장려하려고 마련한 ‘메이드 인 아메리카 행정명령’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제임스 박 부사장은 지난 2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2022 국제의약품전시회(CPHI 2022)에서 “최근 미중 갈등으로 일부 경쟁사가 어려워지면서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을 위수탁하는 회사를 우리 쪽으로 끌고 올 수 있을 지 빅파마들과 논의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 출신의 박 부사장은 글로벌 CMO분야에서 20년 가량 근무한 전문가로, 회사의 글로벌 영업을 맡고 있다. 그는 올해 삼성바이오로직스 2조 매출을 이끌어 낸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박 부사장은 “올해 글로벌 대형사들 영업에 집중했고, 그 결과 GSK와 머크(MSD)로부터 큰 계약을 수주했다”라며 “공시에 나온 가치는 ‘현재 금액’만 따진 것이고, 시장의 기대치는 그 금액보다 (훨씬) 크다”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17년부터 위탁개발(CDO)을 시작해 확장하고 있다. 박 부사장은 “최근 지정학적인 이유로 중국 등 일부 CDMO 기업들이 영업이 어려운 상태인데, 이런 기회를 잡아서 영업을 확대할 수 있도록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바이오 미국우선주의’가 오히려 기회가 됐다는 것이다. 그는 바이오 우선주의에 대해 “중국 기반의 저분자 의약품 위탁생산을 대상으로 한 것이지, 바이오 의약품과는 큰 관계가 없다”라고도 말했다.
그는 “사업 초반에는 아시아 바이오텍에 CDO 영업에 집중했으나, 올해는 세계 10대 제약사로부터 수주도 나오고 있다”며 “글로벌 대형사의 CDO 사업을 수주해, 신약 개발에 성공하면, 3~5년 후에 위탁생산(CMO) 쪽으로 전환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 초기에만 해도 로슈나 BMS를 통해서 대관을 배웠지만, 지금은 바이오텍에 대관 서비스를 제공할 수준이 됐다”라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4월 바이오젠으로부터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100%를 인수했다. 지난 7월에는 바이오캠퍼스 5공장 부지를 매입하고 지난 10월에는 4공장 부분 가동식을 열었다. 공장 가동식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참석했다.
박 부사장은 세포 유전자 치료제(CGT)와 이중항체 플랫폼 사업으로 확장에 대해서 “관심 있게 보고 있지만, 지금 당장 직접 뛰어들 수 있는 상태의 시장은 아니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시장에서 요구하는 것은 항체 의약품”이며 “로슈와 릴리에서 알츠하이머 신약이 나오기 때문에 이 부분에 역량이 필요하며, 다른 고객사와 이와 관련해 함께 미국 건강보험 동향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 부사장은 ‘인천 송도 공장’이 해외 영업 확장에 장애가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스피드를 생각하면 송도가 적합하다고 보고 있다”며 “미국에 공장을 지으려면 두 배 이상의 시간과 비용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고객사가 미국과 유럽에 있으니, 언젠가는 미국과 유럽으로 확장해야 한다”며 “최근 2년 동안 브라운필드, 그린필드 가리지 않고 보고 있다”고 했다.
박 부사장은 이어 “요즘 대형제약사들은 데이터 관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실시간 데이터를 중요하게 생각해서 해당 분야에 계속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코로나19 대유행 때 ‘가상현실(VR) 공장 투어’ 프로그램을 만들어 베스트 캠페인 상을 받기도 했다. VR안경을 착용해 실시간으로 인천 송도의 3공장 현황을 보여 주는 방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VR공장 투어 프로그램에 이어 공장 품질 관리 통합 시스템 플랫폼 ‘기업품질통합시스템(EQUIS)을 도입했다. 최 부사장에 따르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송도 공장은 ‘종이 바인더’로 작업을 기록했다. 작업이 한 단계 진행될 때마다 5000개가 넘는 바인더를 수작업으로 다 갈아끼워야 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제임스 최 부사장은 “EQUIS을 통하면 모든 작업을 태블릿과 클라우드로 관리할 수 있다”며 “공장 현황 정보를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으니, 좀 더 빨리 승인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 부사장은 “제약 산업은 전세계적으로 보수적인 문화가 있기 때문에, 디지털화로 우리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봤다”며 “제약 산업도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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