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차이나' 수혜국 韓증시...외국인 4.9조 K-주식 '줍줍'
미국의 계속된 금리인상과 국내 자금시장 경색 등 금융시장 불안에도 9월말 2100대로 밀렸던 코스피는 꾸준히 반등 중이다. 시장을 둘러싼 모든 조건이 악조건인 상황에서 지수는 불안의 벽을 기어오르며 어느새 2400선을 넘보고 있다.
7일 오전 11시7분 현재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15.37포인트(0.65%) 오른 2363.80을 나타내고 있다. 외국인이 6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가며 211억원 매수 우위다. 기관도 1019억원 순매수다. 개인은 1180억원 매도 우위다.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도 6만원대 안착을 시도 중이다. 현재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일대비 800원(1.35%) 오른 6만200원에 거래되고 있다.
9월29일부터 이날까지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4조9472억원 누적 순매수를 기록 중이다. 외국인 매수에 힘입어 지난 9월30일 2134.77의 연중 최저치로 추락했던 코스피는 소리없이 250포인트 가량을 회복했다. 이제 2400선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미국 연준은 지난 주 11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4회 연속 0.75%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11월 인상으로 연방기금 기준금리는 3.75%~4%로 높아졌다. 2008년 1월 이후 최고치다.
11월 FOMC 직후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완화된 속도로 인상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며 금리인상 속도조절에 대한 시장 기대치를 충족시켰다. 하지만 이어 '얼마나 빨리, 얼마나 높이 그리고 얼마나 오래 긴축을 유지하는가'를 언급하며 더 오래, 더 높이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며 시장에 실망감을 안겼다.
미국 기준금리가 4%대 진입하면서 세계각국의 금융시장, 특히 자금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국내에서는 레고랜드발 채무불이행에서 시작된 자금시장 경색이 흥국생명의 콜옵션 미행사로 채권시장엔 불똥이 떨어졌다. 정부는 채안펀드를 꾸려 증권사 CP와 부동산프로젝트 파이낸싱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을 매입하는 등 자금 시장 리스크가 확산되고 있다.
경기침체도 가시화되는 중이다. 내년도 한국 경제성장률이 1%대로 주저앉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내년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을 1.8%로 예측했다. 한국경제연구원도 최근 한 세미나에서 1.9% 성장률을 제시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도 지난 9월 1.9% 전망치를 내놨다.
계속되는 금리 상승, 자금시장의 급격한 경색, 경기침체 가시화에도 증시는 9월말을 바닥으로 꾸준히 반등 중이다.
코스피 상승을 견인한 핵심 동력은 외국인이다. 특히 중국 시진핑 주석의 공산당 총서기 3연임이 확정을 전후한 '차이나 런(China Run)' 자금이 한국증시로 유입됐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례로 총 운용규모 987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 텍사스 교직원 퇴직연금은 최근 벤치마크(투자성과 기준 지표)를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연금의 신흥국 자금 운용규모는 14억8000만 달러다. 이 퇴직연금은 최근 벤치마크를 MSCI 신흥국 지수에서 1)MSCI 신흥국 지수와 2)중국 제외 신흥국 지수를 50%씩 혼합한 지수로 변경했다. 즉 중국 비중을 낮춘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 투자비중은 35.4%에서 17.7%로 줄었고 한국은 11.2%에서 14.3%로 비중이 증가했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텍사스 교직원 퇴직연금의 리밸런싱(자금 재배분)이 10월부터 진행됐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최근 외국인 순매수와 유관하다"며 "MSCI 지수에서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 POSCO홀딩스, 삼성SDI의 순매수 강도가 강했다는 점도 이 사실을 뒷받침한다"고 분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도 "시진핑 집권 3기 체제 출범과 함께 확산되고 있는 '차이나 런' 리스크는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며 "차이나 런은 국내 경기와 금융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발 신용경색 위험이 가시화될 경우 국내 신용경색 우려가 더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그는 "주식시장 입장에서 '차이나 런'의 부정적 영향은 분명히 경계해야 하지만 '차이나 런'이 국내 산업에 줄 수 있는 수혜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차이나 런' 리스크가 촉발할 수 있는 글로벌 경제 및 산업재편, 주도권의 변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국내 경제와 기업이 중국시장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은 현실이나 미국 주도의 글로벌 경제 및 산업이 다시 재편되고 신공급망 구축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이에 편승할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
외국인 자금의 '차이나 런'이 계속되는 가운데 외국인은 한국 증시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반도체, 2차전지 종목을 집중 매수했다. 9월29일 이후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1조7665억원 순매수했고 삼성SDI를 9500억원 어치 샀다. 그밖에 SK하이닉스와 LG에너지솔루션도 각각 7476억원, 6648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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