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가입자인 제 월 건강보험료가 줄었어요~
아파트 1층 출입문 안쪽에 세대별 우편함이 있다. 하지만 우편함에 우편물이 꽂혀있는 게 드물다. 이메일이나 문자 메시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월 20일경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보내는 우편물이 도착한다. 연금보험료, 건강보험료 고지서다.
지난 2009년 직장을 퇴사한 뒤 한동안 직장가입자인 남편의 피부양자로 등재되어 있었다. 그런데 1년 뒤 프리랜서로 일하는 나에게 수입이 발생하자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연락이 왔다. 지역가입자로 전환된다고 하면서 매월 연금보험료와 건강보험료의 고지서를 발송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매월 연금보험료와 건강보험료를 납부하고 있다. 그런데 연금보험료와 건강보험료 각각의 고지서를 대하는 마음이 다르다. 연금보험료는 내가 내도 나중에 되돌려받는 돈이어서 하나도 아깝지 않다. 하지만 건강보험료는 자꾸만 아깝다는 생각이 앞섰다.
직장에서 퇴사한 뒤 1년 이상 일을 쉬고 있었던 친구가 어느 날 재취업했다면서 연락을 주었다. 일에서 해방된 지금이 정말 행복하다고 했던 친구였다. 그 친구는 직장가입자에서 지역가입자로 전환되고 나니 매월 발송되는 건강보험료 고지서를 보고 재취업에 매달렸다고 한다. 경력단절녀로 살아가지 않고 재취업하게 된 계기가 건강보험료 때문이라고 하니 축하하지만 슬픈 현실이다.
건강보험료는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간에 산정 기준에 차이가 있다. 직장가입자는 직장가입자의 소득 능력에 따라 보험료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전년도 신고한 보수월액으로 보험료를 부과한 후 당해연도 보수총액을 신고받아 정산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반면에 지역가입자는 가입자의 소득, 재산(전·월세 포함), 자동차 등을 기준으로 정한 부과 요소별 점수를 합산한 보험료 부과점수에 점수당 금액을 곱하여 보험료를 산정한 후, 경감률 등을 적용하여 세대 단위로 부과하는 방식이다.
고지서에 건강보험료 산정에 대한 안내가 있다. 소득, 재산, 자동차를 합한 점수로 책정된다. 개편 전엔 내가 내는 보험료에서 재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았다. 소득 416점, 재산 1041점, 자동차 0점으로 합계가 1457점이었고 건강보험료가 29만9120원이었다. 소득과 비교해 재산이 2배 이상 높았다. 아파트가 내 명의로 되어 있다 보니 아파트에 부과되는 재산이 높게 책정된 탓인 것 같다. 그래서 매월 건강보험료만 30만 원 가량 납부하고 있었다.
보험은 이점이 있다. 재해나 각종 사고 따위가 일어날 경우의 경제적 손해에 대비하여, 공통된 사고의 위협을 피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미리 일정한 돈을 함께 적립하여 두었다가 사고를 당한 사람에게 일정 금액을 주어 손해를 보상하는 제도다. 내가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도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서 의료비가 저렴하다. 또한 내가 내는 건강보험료는 누군가의 의료비로 충당이 되고 있다. 그래서 매월 건강보험료를 내는 것은 나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해서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매월 벌어들이는 수입에 비해 건강보험료가 많다고 생각하니 어떻게 건강보험료를 줄일 수 있을지를 고민해봤다. 작년 연말에 종합부동산세 고지서를 받자 한참 고심했던 적이 있다. 반기 별로 내는 재산세에 매월 건강보험료까지 부담이 큰데 종합부동산세까지 내야만 하는 아파트를 그냥 처분해 버릴까 하는 생각도 했던 적이 있다. 그러면서 건강보험료 산정 기준이 소득보다 재산 위주라는 점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해왔지만 그뿐이었다. 그래서 이번에 건강보험공단에서 보낸 안내문을 받자마자 크게 환호성을 질렀다.
9월부터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2단계 개편으로 재산 부담은 줄어들고 형평성은 높아진다고 하더니 지역가입자로서 건강보험료가 인하되는 혜택을 보게 되었다. 건강보험료 산정 안내를 살펴봤다. 소득이 236.632점, 재산은 1001점으로 두 항목의 점수가 줄어들었다. 두 항목의 합계가 1237.632점으로 건강보험료가 25만4080원이다. 9월 건강보험료부터 월 4만5040원이 인하된다는 안내문을 받았다. 1년으로 계산해보니 무려 54만480원이나 절감된다.
지역가입자의 경우 평가소득 보험료를 폐지하고 대신 재산 공제제도를 도입한다고 한다. 소득정률제를 적용하고 재산공제 한도는 5000만 원으로 확대한다. 연소득 500만 원 이하인 지역가입자에 대해 성별·연령 등 기준에 따라 부과하는 평가소득 보험료가 폐지된다. 평가소득은 소득 파악이 어려운 지역가입자에게 보험료를 부과하기 위해 성별·연령, 소득, 재산, 자동차를 점수화하여 추정한 소득으로, 근로소득을 중심으로 보험료를 매기는 직장가입자와의 형평성 논란이 지속해서 제기돼 왔던 부분이었다.
대신 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인 지역가입자는 정액의 최저보험료가 부과된다. 1단계(2018년 7월부터)에선 연 소득 100만 원 이하인 사람들이 최저보험료(월 1만3100원) 부과 대상이며, 2단계(2022년 7월부터)에선 연 소득 336만 원 이하가 최저보험료(월 1만7120원)를 적용받게 된다.
매월 4만5000원은 물가가 오른 요즘 식자재만 구입해도 금방 지출되는 액수다. 하지만 1년으로 따지면 54만 원 가량 되니 제법 큰 돈인 셈이다. 프리랜서라고 하지만 월급을 받는 정규직에 비해 훨씬 낮은 보수를 받고 있다. 그러니 그 돈이라도 정말 감사하다. 줄어든 건강보험료를 보면서 활짝 웃음 짓는다. 그게 소시민인 내겐 하나의 기쁨이다.
국민건강보험 보험료 부과/산정 https://www.nhis.or.kr/nhis/policy/wbhada07900m01.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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