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생’ 테니스 신예 루네, ‘우상’ 조코비치 꺾고 파리 마스터스 우승
조코비치, 루네 주니어 시절 사진 올리며 축하하기도
2003년생 신성 홀게르 루네(덴마크·세계 10위)가 노바크 조코비치(35·세르비아·세계 8위)를 꺾고 남자 프로테니스(ATP) 투어 마스터스 1000 시리즈 파리 마스터스 단식에서 우승했다. 마스터스 1000 시리즈 대회는 총 9개 있으며, 모두 메이저 대회(호주오픈·프랑스오픈·윔블던·US오픈) 다음의 위상과 권위를 자랑하는 테니스 대회다. 파리 마스터스는 시즌 마지막 마스터스 1000 대회다.
루네는 7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단식 결승에서 2시간 33분 혈투 끝에 조코비치를 상대로 2대1(3-6 6-3 7-5) 역전승을 거뒀다.
노련미보다는 패기가 앞선 경기였다. 조코비치가 1세트를 36분만에 6-3으로 가볍게 가져오며 기선 제압에 성공했고, 손쉽게 이기는 듯했다.
하지만 2세트 첫 게임에서 루네는 듀스 접전 끝에 자신의 서브 게임을 지켰고, 기세에 오른 그는 이후 브레이크에 성공했다. 끈질기게 서브 게임들을 지켜낸 결과, 그는 2세트를 6-3으로 가져오며 응수했다.
3세트에서 루네는 결정적인 브레이크 한 방으로 6-5로 달아나며 승기를 잡는 듯했다. 하지만 파리 마스터스에서만 6번 우승한 관록의 조코비치는 결코 쉽게 경기를 내주지 않았다. 둘은 한 게임에서 16분 넘게 듀스와 서로의 어드밴티치 상황을 오가는 명승부를 펼쳤다. 결국 루네가 마지막 게임을 따냈고, 승리를 확정한 순간 그는 그대로 드러누우며 포효했다.
이날 루네는 시속 209km를 넘나드는 강서브와 날카로운 백핸드 다운 더 라인으로 조코비치를 압박했다. 경기 중 세 번 맞이한 브레이크 찬스를 모두 성공시키는 집중력을 선보였고, 위너(42-36)에서도 조코비치를 따돌렸다.
이번 결승전 직전까지 루네와 조코비치는 지난해 US오픈 1회전에서 만난 게 전부였다. 당시 루네는 조코비치에게 1대3(1-6 7-6<7-5> 2-6 1-6)으로 졌다. 하지만 이후 루네의 기량은 일취월장했고, 그는 1년여 만에 다시 만난 조코비치를 상대로 역전승을 거두는 괴력을 뽐냈다.
루네는 지난달 ATP 투어 스톡홀름 오픈에서 우승하고 최근 ATP 투어 스위스 인도어 바젤 오픈에선 준우승하는 등 최근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번 대회 8강에선 2003년생 동갑내기인 세계 1위 카를로스 알카라스(스페인)를 제압했고, 준결승에선 최근 16연승을 내달리던 펠릭스 오제알리아심(22·캐나다·세계 6위)을 꺾는 등 거침이 없다. 결승에선 조코비치라는 ‘대어’까지 낚으며 생애 첫 커리어 ‘톱 10′ 진입에도 성공했다.
조코비치는 경기 후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루네가 주니어 시절이었던 때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그를 축하했다.
조코비치를 처음으로 꺾은 루네는 경기 후 “내 생애 가장 기분 좋은 날이다”며 “앞으로 더 큰 꿈을 향해 도전하겠지만, 작은 꿈을 이룬 것 같다. 조코비치와 같은 역대 최고 선수 중 하나와 이런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직접 경기장을 찾아 루네의 우승을 지켜본 어머니에 대해 그는 “어머니가 없었으면 오늘의 나도 없었다”며 감격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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