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 개미들 北이 미사일 쏠 때가 기회?…방산주 빅텍 급등에 ‘대박’
일종의 방산 ‘밈’ 주식으로 업계에 인식
회사는 주가 급등할 때 자사주 매각하기도
북한이 북방한계선(NLL) 남쪽으로 미사일을 발사한 후 남북 관계의 긴장이 고조됐던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방산주 빅텍의 거래에서 수억 원대 주문 체결이 몰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빅텍은 북한의 도발로 3거래일 동안 주가가 12% 넘게 급등했다. 빅텍은 군용 전원공급장치 등을 공급하는 회사로 과거에도 북한의 도발이 발생하면 주가가 급등했던 곳이다.
특히 빅텍은 증권사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했던 이른바 ‘빚투’ 비중이 코스닥 상장 기업 중 가장 높은 종목 중 하나여서 남북 관계 긴장이 고조되기를 기다렸던 ‘큰 손’ 투자자들이 ‘한방’에 큰 수익을 노렸던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3거래일 동안 빅텍의 거래 중 1회 1억원 이상의 거래(매수 또는 매도 체결 주문)는 모두 92회다. 매수는 52회, 매도는 40회가 각각 거래됐고 전체 코스닥시장 상장 종목 중 1억원 이상 거래가 가장 많이 체결된 종목 4~5위에 매 거래일 올랐다. 큰 손들의 주문이 그만큼 몰렸다는 의미다.
이 기간 주가는 급등했다. 북한이 분단 이후 처음으로 NLL 이남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과 지대공 미사일 등을 쐈던 2일에는 전 거래일보다 9.51%(580원) 오른 6680원으로 장을 마쳤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추가 발사했던 3일에도 주가가 1.65% 상승했고 4일에도 1.33%가 올라 6880원까지 상승하며 거래를 마쳤다. 지난 1일 종가(6100원)와 비교하면 3거래일 만에 12.75%(780원) 급등한 것이다.
주가 급등으로 인한 차익의 상당 부분은 빚투로 이 회사 주식을 산 투자자들에게 돌아간 것으로 분석된다. 빅텍은 코스닥시장 상장 종목 중 신용융자로 주식을 산 비중이 2번째로 높은 종목이기 때문이다. 지난 4일 기준 빅텍의 신용융자 잔고 비율은 11.57%다. 전체 상장주식이 100주라면 증권사의 자금으로 빚투(신용유자)를 해서 산 주식 수가 12주 가까이 되는 것이다. 코스닥시장 전체를 통틀어도 신용융자 비중이 10%가 넘는 종목은 빅텍과 선광(12.44%), 티사이언티픽(10.09%), 희림(10.02%) 등 4종목에 그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빅텍이 아예 방산주를 대표하는 일종의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 주식처럼 인식돼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다른 방산기업 주식과는 달리 빅텍은 북한 도발이 있으면 이 주식을 매매해야 재미를 본다는 일종의 컨센서스가 있고 이런 사실이 너무도 많이 주식 브로커들과 큰 손들 사이에 알려져 일종의 방산주 밈 주식이 됐다”며 “이 때문에 북한 도발이 있을 때마다 약속이나 한 듯 주가가 크게 움직인다”고 말했다.
김기주 KPI투자자문 대표도 “빅텍은 대형 방산주보다 시가총액이 작아 북한 이슈가 있을 때마다 쉽게 주가 변동성이 커지는 종목으로 업계에 알려진 기업”이라고 말했다.
한편 빅텍은 북한 도발 전후 회사에서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를 매도해 차익을 챙긴 자사주 재테크를 하는 기업으로도 유명하다. 회사는 2007년 8월부터 3개월 동안 자사주 43만766주(1주당 매수가 2314원)를 매수한 후 2009년 6월 1~3일 전량 매도했다. 당시 북 핵실험으로 빅텍 주가는 급등했던 시기였고 빅텍의 자사주 매도가는 1주당 4792원이었다.
2013년 6월부터 8월, 2014년 12월부터 2015년 2월까지 127만913주(1주당 평균 매수가 1549원)에 매수한 자사주는 2016년 1월 11일부터 2월 11일까지 매도했다. 평균 매도가는 2837원이다. 2016년 2월 11일은 정부가 개성공단 폐쇄를 결정하며 남북 관계의 긴장이 고조됐던 시기고 당시 빅텍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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