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칼 뺐다 "경찰 대대적 혁신 필요…엄정히 책임 묻겠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민관합동으로 회의를 열고 인파관리 시스템을 논의했다. 이태원 참사 국민 애도 기간이 종료된 만큼 본격적인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 의지도 밝혔다. 특히 사고 예방과 관련해 경찰 업무에 '대대적 혁신'을 언급함으로써 경찰 조직과 권한, 보고체계 등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2014년 세월초 참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사고 책임을 물어 해양경찰청을 아예 해체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위험에 대비하고 사고를 예방하는 경찰 업무에 대해서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고의 책임 주체로 경찰을 지목하면서 재발방지를 위해 전면적 변화를 예고한 것이다. 112 신고 늑장대응을 비롯해 용산경찰서 간부의 위험 보고서 삭제 지시 등 증거인멸 의혹까지 불거져 경찰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아울러 사고 직후 경찰 수뇌부는 보고를 제대로 받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대통령실에도 경찰청보다 소방청이 1시간 이상 먼저 보고하는 등 총체적 보고체계 혼선을 보였다.
윤 대통령은 "이번 참사와 관련해 진상규명이 철저하게 이루어지도록 하고 국민 여러분께 그 과정을 투명하게 한점 의혹없이 공개하도록 하겠다"며 "그 결과에 따라 책임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엄정히 그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이 철저한 진상규명을 약속하면서 경찰을 우선 지목했기 때문에 후폭풍이 불가피해졌다. 수뇌부 경질 등 각종 인사조치는 물론 안전 관련 업무의 분리 혹은 전면 조정 등 조직 대수술이 이뤄질 수도 있다. 세월초 참사 당시 해양경찰청을 통째로 없애버린 것처럼 경찰 조직을 폐지할 수는 없지만 그에 못지 않은 충격과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다만 경찰 내에서는 불만도 상당하다. 재난안전법상 경찰은 긴급구조지원기관에 불과한데 재난관리시스템을 따지지 않고 모든 것을 경찰 탓으로만 몰아가면 본질적 해결이 안 된다는 시각이다. 지자체나 소방 등에 비해 경찰의 초기 미흡한 대처가 불거져 국민적 분노가 쏠렸고 이 때문에 경찰을 희생양으로 삼는 게 아니냐는 우려다.
이어 이날 회의 주제에 "인파관리 긴급구조시스템 등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며 "재난대응의 기본은 선제적 대비와 피해의 최소화다. 재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위험 요인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행 안전진단처럼 특정 시설이나 대상 뿐만 아니라 위험을 초래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재난대응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대표적인 위험 상황이 바로 인파"라며 "인파사고를 막기 위한 인파관리의 기본 중의 기본은 차로를 차단하는 등 인파의 점유공간, 통행공간을 넓혀서 인파의 밀집도를 낮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회의에서는 김성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이 재난안전 관리체계의 현황을 분석하면서 그간 부족했던 점과 재난관리체계 개선을 위해 필요한 사항을 보고했다. 참석자들은 △인파관리의 현황과 관리방안 △긴급구조 시스템(112·119) 진단 및 개선 △네트워크 사회의 새로운 위험요소 대응방안 등에 대해 보고하고 토론했다.
다음으로 국가안전시스템을 대전환하기 위한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의 발제와 참석자들의 종합토론도 계속됐다. 참석자들이 제시한 의견은 △매뉴얼·규정 중심의 소극적 대응이 아닌 실전·현장에서의 대응능력 강화 △현장과 괴리된 안전 규제 남설이 아닌 안전 최우선의 정책 추진 및 집행 이행력 확보 △늑장보고·근무지 이탈 등의 책임감 부재를 막을 신상필벌 강화와 함께 현장 지휘 권한은 대폭 강화 △경험과 개인의 능력이 아닌 시스템과 IT(정보기술)에 기반한 과학적 안전관리 △부처·기관 간 칸막이가 없는 시스템 연계 및 유기적 소통 강화 등이다.
이어 "말로 다할 수 없는 비극을 마주한 유가족과 아픔과 슬픔을 함께 하고 있는 국민들께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사과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김건희 여사와 함께 참석한 4일 서울 조계사 위령법회 추모사에서 "국민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비통하고 죄송한 마음"이라며 처음으로 '죄송하다'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사과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우리 국민들께서 일상을 회복하고 일상생활에 전념하실 수 있도록 정부가 더 노력하겠다. 제가 책임지고 챙기겠다"며 "우리 사회가 아픔과 상처를 이겨낼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아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모두발언을 끝맺었다.
이날 회의에는 정부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 유관 부처 장관들이 대거 참석했으며 민간에서는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김은주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클라우드기술지원단장 등이 참석했다. 당에서는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함께 했다. 일선 공무원을 대표해 임영재 서울경찰청 종로경찰서 경비과장, 김기환 서울 송파소방서 구조팀장, 윤한승 서울교통공사 종로3가(1호선) 역장도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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