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미디어센터 방송·음향장비 특정업체 밀어주기 논란
기사내용 요약
사전규격에서 특정업체 취급 제품만 사용토록 기술
문제 업체, 시 미디어센터 조성계획 단계부터 자문위원 활동
방송 장비산업 관련 정부 산하단체 "업체 공정경쟁" 요구
[수원=뉴시스]천의현 기자 = 경기 수원특례시가 신규 미디어센터 내 상영·방송·음향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특정 업체를 밀어주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다.
더욱이 민선 8기 출범 이전 해당 시스템 구축계획 당시, 문제의 업체가 전문가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의심을 받고 있다.
7일 수원시에 따르면 시는 팔달구 남수동 11-174번지 일원에 다음 달 준공을 목표로 신규 미디어센터를 조성 중이다.
해당 미디어센터는 시민들의 미디어 매체 활용능력을 키울 기회의 장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 중인 시설이다.
◇사전규격, 특정 업체 취급 제품만 사용토록 기술
그러나 시가 해당 미디어센터 내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서 취급하는 물품만 사용토록 설계해 문제다.
해당 시스템 구축 규모는 11억 9000여만 원에 달한다.
실제 시가 지난 1일부터 6일까지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해 공개한 미디어센터 사전규격서를 살펴보면, 미디어센터 내 구축하는 상영관 내의 시스템 설치 조건에는 특정 업체를 위한 독소조항이 가득하다.
시는 상영관 시스템 설치 조건으로 ‘돌비 애트모스 디지털 상영관’으로 구축할 것을 주문했는데 해당 시스템을 취급하는 업체가 국내에는 A사와 B사 단 두 곳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수원 신규 미디어센터의 경우 A사에 영업 보호권이 보장돼 있어 B사는 시스템 제공이 어렵다.
A사는 영상, 음향시스템 제공하는 중소기업이다.
영상 상영을 위해 설치해야 하는 프로젝터 시스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시가 프로젝터의 사양과 필요한 미디어 서버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는데, 이 경우에도 국내에서는 A사가 취급하는 상영 시스템만 설치할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제안서 제출 시 필요 서류인 ‘제조사의 공급과 정품, AS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서류’ 역시 A사에서만 발급이 가능하다.
영상시스템 한 전문가는 “시의 미디어센터 사전규격 공고를 보고, 제품 문의에 나섰지만 돌비 애트모스의 경우 이미 영업 보호권이 설정돼 있어 A사로부터만 시스템 구입이 가능하다”며 “프로젝터의 경우에도 국내에는 2개 업체가 있지만, 시에서 제시한 구체적인 미디어서버 등의 조건을 따지면 A사에서 취급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른 제안서 평가 기준도 불공정하다.
시는 제안서를 통해 ‘본 기술규격서에 기재 된 상세 사양은 시스템 구성의 기본 필요기능을 명시한 것으로 동 이상의 기능을 구현하는 제품은 제안이 가능하다’고 기술했지만, 상영관 시스템 기준을 일반이 아닌 ‘상설영화관’을 포함시키면서 해당 제품 외 다른 제품 제안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시는 제안서 평가 시, 정성평가를 통해 기술 규격에서 제안한 장비 사양과의 비교에 따른 배점을 20점으로 책정했다.
이는 정성평가 중 시스템 구축방안과 함께 가장 높은 배점이다.
특히 해당 전문장비 구축과정에서 음향 장비의 중요도도 높은 상황이지만, 사업 수행 실적에는 영상스튜디오 관련 실적만 평가토록 해 의도적이라는 지적이다.
미디어학과 관련 한 대학교수는 “시에서 건립하는 미디어센터의 취지가 시민들이 자유롭게 영상 미디어 제작 등에 참여케 하고 시민들이 제작한 각종 영상, 또 독립영화와 단편영화를 상영하는 것이라면 상업용 영화관에서나 필요로 하는 보안 시스템이 포함된 영화관 시설은 필요로 하지 않는다”며 “규격공고에서 요구하는 시스템은 사실상 멀티플렉스 등 일반 상업용 영화관에서나 필요로 하는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특정 업체, 미디어센터 조성 계획 단계부터 참여
이런 가운데, A사가 해당 미디어센터 내 전문장비 구축을 위한 계획단계 때부터 의견을 제시하는 등 시의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사실이 드러났다.
시는 민선 8기 출범 이전인 지난 6월 미디어센터 내 전문장비 구축을 위한 전문가 의견수렴을 진행하기 위해 전문가 8명을 자문위원으로 활동케 했는데, 해당 자문위원에 A사의 임원이 포함돼 있었다.
대다수 자문위원이 대학교수와 타 시·군 미디어지원센터, 협회, 예술영화관 관계자로 구성된 가운데, 영상·음향 시스템 제공업체는 A사가 유일했다.
이들은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모두 3차례에 걸쳐 해당 전문장비 구축과 관련한 자문회의를 진행했다.
시와 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영상업계 한 관계자는 “A사가 국내 영상·음향 업체를 대표, 대변하는 업체가 아님에도 전문가 자문집단에 포함된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며 “이는 전문가 의견수렴 계획 때부터 의도적이었다고 보이는데, 결국 시의 규격공고를 통해 이를 재확인한 셈”이라고 말했다.
◇방송 장비산업 관련 정부 산하단체, 관련 업계 등 '공정경쟁' 요구
국가종합전달조달시스템인 조달청 나라장터에 시의 신규 미디어센터 상영·방송 장비 구매 사전규격이 공개되자 관련 업계와 방송 장비산업 관련 정부 산하단체의 이의제기가 이어졌다.
해당 사전규격 공고에는 지난 1일부터 6일까지 모두 40여 개의 이의가 제기됐는데, 이는 기초지자체 사전규격 공개에서는 상당히 이례적인 현상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한 목소리로 ‘공정경쟁’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 업체는 이의제기를 통해 “지적할 것이 너무 많아 열거하기 힘들다”며 “현재 규격으로는 1개 사만 참여하란 뜻이다. 이런 방식으로 하는 것을 입찰이라고 할 수 있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다른 업체도 “공정한 공통규격이 제안되어야 경쟁력을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며 “해당 규격은 특정 제품을 지칭할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업체 역시 “규격이 특정한 제품으로 한정돼 있어 불공정한 입찰로 느껴진다”며 “공정성을 위해 특정 제품의 규격과 특정 업체와의 관계를 드러내는 문구들의 삭제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장비산업센터(Kobec)도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종합적 검토를 통해 답변서를 제출해 줄 것을 시에 요구했다.
한국장비산업센터는 이의 제기를 통해 “공정경쟁과 효율적인 사업운영을 위해 내용 수정이 필요하다”며 “여러 조건이 기술된 사업수행실적 범위와 규격서, 산출서 내 무게, 크기, 재질 등 불필요한 규격을 삭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자문위원 구성과 관련해서는 민선8기 출범 이전에 진행된 사안”이라며 “제기된 문제에 대해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mypdy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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