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 광부 “희망 없다 생각한 순간…불빛 보이자 눈물”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사고로 지하 갱도에 고립됐다 221시간만에 구조된 광부 박정하씨(62)는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 순간도 있었지만 동료에 대한 강한 믿음을 가지고 버텼다고 했다.
현재 안동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박정하씨는 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안대를 빼는 등 상태가 호전되고 있지만 트라우마가 조금 있다”며 “자는 도중에 소리를 지르고 침대에서 떨어질 정도”라고 했다.
구조 직전 희망을 놓았다고 알려진 부분에 대해서는 “고립 열흘 째 되던 날 헤드 램프가 깜빡거리기 시작하더니 완전히 꺼졌다”며 “그때부터 불안감이 밀려왔다. 같이 있던 동료(박장건씨, 56))에게 ‘이제 희망이 없는 것 같다’는 얘기를 처음 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런데 그 말을 한지 20분도 안 돼서 ‘발파’라고 외치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며 “진짜 사람 소리인가 하고 동료한테 소리를 들었냐 하니까 ‘아무 소리 못 들었다’고 했다. 며칠 전부터 사람 발소리, 웅성웅성 얘기하는 소리 등 자꾸 환청 같은 게 들렸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단 발파 소리를 들었으니 뒤로 좀 물러나자 해서 안전모자를 쓰고 10m 정도 후퇴를 하는 도중에 꽝 하면서 불빛이 보였다”며 “‘이제 살았구나’ 하면서 부둥켜안고 물이 있든 말든 주저앉아서 엉엉 울었다”고 말했다.
‘가장 힘들었던 게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배고픔이다“며 ”추위는 미리미리 준비를 해놓은 자재 덕분에 피할 수 있었는데 먹을 게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지고 왔던 물이 떨어져 찾아다니다가 암벽 틈에서 뚝뚝 떨어지는 곳에 물통을 대고 물을 받았다. 저는 괜찮았지만 옆에 있던 친구는 계속 토하더라. 그래도 아침, 점심, 저녁 그 물을 마실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박정하씨는 힘든 상황 속에서도 동료들이 자신을 구해줄 거라는 믿음이 굳건했다고 한다. 그는 ”광부들의 동료애는 다른 직종의 동료들보다 굉장하다. 진짜 없는 사람들이 모여서 사는 조직이기에 사람다운 냄새가 질릴 정도로 나는, 그런 인간애가 있다“면서 동료애와 가족 생각이 221시간을 버티게 해 준 원동력이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퇴원해서 하고 싶은 일을 묻자 ”광산에 종사하고 있는 근로자들이 당하는 사고 중 예방할 수 있는 것들이 상당히 많다. 대통령실 비서관이 (병실에) 왔을 때 광부들이 안전한 범위에서 일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저도 앞으로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사회 활동에 접목해서 뭔가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광부 경력 27년인 박정하씨는 앞서 지난달 26일 오후 6시께 갓 입사한 보조작업자 박장건씨와 작업하던 중 갱도 붕괴로 고립됐다가, 지난 4일 밤 11시3분께 지하 갱도 295m 지점에서 극적으로 구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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