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서 '그들'로, 여행 예능의 현지화 관점 전환

아이즈 ize 최영균(칼럼니스트) 2022. 11. 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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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최영균(칼럼니스트)

사진제공=KBS2 '세컨하우스' 방송 영상 화면 캡처

지난 3일 첫선을 보인 KBS 예능 '세컨 하우스'는 시골이 공간적 배경이다.

시골에 방치된 빈집을 최수종-하희라 부부와 조재윤-주상욱 찐친 팀이 직접 리모델링해 자급자족하며 살아보는 포맷이다. 관찰 리얼리티 예능이지만, 거주지를 떠나 새로운 지역 체류를 보여주는 다양한 예능을 포괄적으로 여행 예능으로 분류할 수 있을 듯한데 이런 관점에서 '세컨 하우스'는 최근 여행 예능의 관점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여행 예능은 지금까지 주로 '나'의 관점과 생활 방식을 기준으로 '그들'의 세상을 체험해보는 형식이었다. 해외로 나가는 경우 한국인들에게 잘 알려지고 인기 있는 관광지나 액티비티 그리고 식당들이 방송 내용을 채웠다. 

하지만 '세컨 하우스'는 배경인 전남 강진이나 강원 홍천 지역민들의 삶에 수도권에 살고 있는 출연자들이 동화되기 위해 노력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빈집을 수리하고 살아보는 과정에서, 원래 거주지에서는 흔했던 편의 시설이 부족한 여건에 맞춰 생활해야 하고 그런 환경에 적응해 살아가는 주민들의 생각과 생활 방식을 따라야 한다.

여행 예능의 관점이 현지 거주자인 타자의 시선으로 전환된 프로그램은 '세컨 하우스'만이 아니다. JTBC에서 올해 초 선보인 후 꾸준히 고정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는 '톡파원 25시'도 같은 맥락이다. 세계 각국에 거주하는 한국계 현지인들이 소개하는 현지의 보고 즐길 거리는 한국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여행안내서에서 소개하는 현지의 핫스팟과는 좀 다르다.

사진출처=JTBC '톡파원 25시' 방송 영상 화면 캡처

한국에 살다가 여행을 나가 방문자의 시선으로 포착된 추천 장소들과 달리 현지에 오래 살고 있는 이들에게 그들의 일상과 연결된 특별한 장소들은 여행자들의 손때를 덜 탔기에 한국 시청자들이 보기에 새롭다. '톡파원 25시'는 코로나 판데믹으로 해외여행이 수월하지 않은 상황이 반영된 기획이지만 그로 인해 여행 예능의 관점 전환이 자연스럽게 실행된 측면이 있다.

지난 8월 좋은 반응을 얻은 '텐트 밖은 유럽'도 마찬가지다. 출연자 배우들이 스위스 이탈리아 등의 캠핑장을 돌아보는 포맷으로 기존의 여행 예능과는 상당히 다른 감흥을 전달했다. 캠핑장이 위치한 곳에서만 볼 수 있는 절경을 보는 것도 신선했고 호텔-기차-식당으로 주로 이어지던 여행을 캠핑장-렌터카-마트가 근간이 되면서 관점 전환이 확실히 일어났기 때문이다.

캠핑은 당연히 현지인들에게 더 가까운 여행 방식이다. 장비가 적지 않기 때문에 한국에서 유렵으로 여행가는 장거리 여행자들로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현지형 여행 방식이다 보니 출연자들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장보기나 산책 등 여행자보다 지역 거주민들의 일상생활 같은 활동들이 자주 등장했다.

현지화 관점 전환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연출자도 있다. tvN의 유호진 PD다. 유 PD는 '서울촌놈'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여행 예능의 관점 전환을 전면적으로 시도했다. 여행지 출신 스타가 현지인들이 선호하는 장소나 식당들을 소개하며 서울 출신에 수도권 거주자인 차태현 이승기가 알고 있는 지방 핫플레이스 정보를 뒤집는 과정이 재미를 유발했다.

유PD는 이에 그치지 않고 '어쩌다 사장' 시리즈로 여행 예능의 현지화를 이어갔다. 차태현 조인성이 지방 슈퍼마켓을 맡아 운영해보는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재미의 기제로 활용한 포맷이다. 

사진 출처= '어쩌다 사장2' 방송 영상 화면 캡처

결국 중요한 것은 상품 이름, 가격 외우기나 계산이 아니라 두 주인공이 현지인들의 삶에 얼마나 녹아 들어가느냐가 관건인 예능으로 전개되면서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버스표를 슈퍼마켓에서 끊어야 하는 것과 같은 서울에는 없는 생활 방식에 적응하고 마을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고 동화했을 때 주인공들은 비로소 마을의 일원으로서 사장이 돼가는 과정을 보여줬다.

최근 들어 다양해진 여행 예능에서의 관점 현지화는 여행 예능이 '나'의 관점으로 시작해 오래 지속돼 오는 과정에서 쌓여온 식상함을 탈피하려는 시도일 것이다. 그러면서도 여행 예능이 발전하는 단계로 봐도 무방할 듯싶다. 

나에서 타자로의 관점 전환은 개인이나 사회에 있어 단계적으로 성숙하는 과정으로 흔히 인식되고 있다. 쉽게 생각해보면 어떤 여행지를 거듭 방문하다 보면 내가 사는 지역에 알려진 유명 식당이나 장소보다 점점 현지인들이 애호하는 숨은 곳들을 찾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만을 봐도 관점의 변화는 발전이나 확장으로 바라봐야 할 듯하다.

일상의 주변만 '나'를 기준으로 바라보며 좁아진 생각이나 시선을, 다양한 다른 세상과 사람들을 만나면서 경험하는 '타자'의 시선으로 넓혀 볼 수 있는 것이 여행을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그래서 최근 두드러지는 여행 예능들의 관점 현지화는 좀 더 권장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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