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해외채권 상환 불이행 사태…재무상태 어떻길래

남정현 2022. 11. 7.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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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2017년 7000억 대규모 영구채 왜 발행했나
초저금리시기 활용...이호진 전 회장 사법리스크에 외부서 자금 조달한듯
전문가들 "모그룹인 태광그룹이 시장 안정화해야"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흥국생명이 디폴트(채무불이행)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중도상환) 미행사를 예고하며 이 회사의 재무건전성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에선 흥국생명이 실리를 좇는 최선의 선택을 했다는 입장과 국내·해외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는 악수를 뒀다는 우려의 시선이 공존한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지난 1일 2017년 발행한 5억 달러(발행 당시 약 5571억원) 규모 달러화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조기상환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싱가포르거래소와 투자자에게 공시했다.

앞서 흥국생명은 9월7일 이사회를 열고 조기상환 자금 마련을 위한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결정하고 이를 추진했지만, 발행 여건이 어려워지자 콜옵션 행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지난달 31일 결정을 철회했다.

흥국생명은 공시에서 "'보험업법'에 따른 발행회사의 지급여력비율을 제고하기 위함이며, 조달자금은 발행회사의 채무상환자금(재무건전성 관리 용도)의 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험업감독규정에 따르면 대체조달 요건상 해당 증권 상환 후 RBC비율이 150% 이상이어야 중도상환이 가능하다. 흥국생명의 지난해 6월 말 기준 RBC비율은 157.8%였는데, 금리 상승으로 이 비율이 150% 이하로 하락해 대체조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돼 콜옵션 행사가 불가능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RBC(Risk Based Capital)란 '위험기준자기자본'이라는 의미로,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대표하는 지표다.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보험사가 계약자의 보험금 요청 시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가에 관한 지표다. 보험업법에선 보험사가 RBC를 100% 이상 유지토록 규정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권고치는 150% 이상이다.

신종자본증권은 주식과 채권 성격을 동시에 지닌다. 후순위채권인 탓에 금리가 높게 산정되지만, 재무제표 산정 때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분류돼 금융기관의 자본 적정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해 저금리 시기 기업들이 자기자본 확충 수단으로 적극 활용했다.

이 증권은 30년 이상의 만기로 발행되지만 통상 콜옵션 행사가 가능해지는 시점에 조기상환하는 것이 관례며, 많은 투자자들이 콜옵션 행사를 전제로 이를 매입한다. 그만큼 이번 콜옵션 미행사는 투자자들이 증권 조기상황이 어려울 정도로 흥국생명의 자본력이 악화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

실제로 국내 금융기관의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이 연기된 것은 2009년 우리은행 후순위채 이후 1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당시에도 한국물 채권 가격이 급락하는 등 시장 전반에 타격을 입었다.

다만 보험업계 관계자는 "내년 새 재무건정성지표인 '킥스(K-ICS)' 도입에 대비해 일정 부분 자본의 유동성을 확충해야 하기 때문에 흥국생명도 미래를 위해 준비한 것"이라며 "신규 채권 발행을 통해 차환을 시도했다고 하더라도 채권 시장 자체가 경색된 상태라 반드시 채권이 팔릴 것이란 대한 자신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증권, 저금리 시기였던 2017년 발급…모회사 최대주주는 '사법 리스크'

보험사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모회사로부터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지원받거나 자본성증권(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권 등)을 발행하는 것이다. 흥국생명은 2017년 11월9일에 만기 2048년 2월28일로 5억 달러(당시 5571억원) 규모, 발행금리 4.475%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2017년 당시 모회사인 태광그룹의 최대주주 이호진 전 회장은 한창 송사 중이었다. 이 전 회장은 회삿돈 수백억원을 빼돌려 2011년 1월 구속기소됐다. 하지만 건강상 이유로 곧바로 풀려나 '황제보석'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2017년 4월 서울고법은 파기환송심에서 대법원 취지대로 횡령액을 206억원으로 산정해 이 전 회장에게 징역 3년 6개월과 벌금 6억원을 선고했다.

이 전 회장은 오랜 재판과 논란 끝에 수감을 마치고 지난해 10월에서야 10년 만에 '사법리스크'를 벗어났다. 2019년 기소 8년 여만에 재수감된 기간에도 계열사에 김치·와인 등을 강매한 혐의로 고발 당하고, 차명주식 보유가 적발되기도 했다.

또 2017년은 사상 초저금리 시기기도 했다. 2017~2018년 보험사들이 해외 채권시장에서 발행한 외화 신종자본증권은 총 22억 달러(약 3조1240억원) 규모에 달한다. 이 중 내년 콜옵션 행사 시기가 도래하는 금액만 12억 달러(약 1조7046억원) 수준이다. 일례로 한화생명이 2018년 4월 발행한 10억 달러 규모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 시기는 내년 4월로 다가섰고, KDB생명은 내년 5월 2억 달러를 중도상환해야 한다.

"태광그룹이 바이백 시행해 시장 안정화해야"

투자업계 일각에선 흥국생명의 모회사인 태광그룹이 바이백(Buy-Back)을 시행해 시장 안정화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바이백은 채권발행자가 시장에서 해당 발행채권을 사들여 만기 전에 미리 돈을 지급하는 것을 의미한다. 태광그룹이 콜옵션 예정일인 오는 9일 이전에 자사의 자금을 활용해 해당 채권을 사들여 글로벌 투자자들의 한국 채권에 대한 수요 감소 우려를 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흥국생명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지분 56.3%를 보유한 최대주주고, 대한화섬과 티엔알 등 태광그룹 계열사들도 일부 지분을 보유 중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DB생명의 미상환은 국내채권이라 이번 흥국발 사태와는 (영향력이) 다르다"며 "흥국생명은 외화채의 미상환 사태기 떄문에 국내 보험사뿐만 아니라 한국 회사채 전반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신뢰도가 하락하며 국내 기업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신용평가는 2일 보고서를 통해 "대부분의 보험사 신종자본증권이 콜옵션 행사를 고려해 발행·유통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흥국생명의 이번 콜옵션 미행사는 투자자의 이 회사에 대한 펀더멘탈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에 흥국생명이 발생시장 신뢰도를 회복하기까지 신 제도 도입 영향이 공개되는 등 일정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또 "나아가 보험사 신종자본증권에 대해 전반적인 수요감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금리인상, 환율, 글로벌 채권시장 경색 등 시장상황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신종자본증권 만기가 30년으로 긴 만큼 5년에 한 번씩 콜옵션을 하는 게 관행은 맞지만 이번 한 번은 이를 연기하겠다고 우리 투자자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것으로, 향후 시장 상황이 어느 정도 나아지면 다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am_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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