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페르난도 메니스 "현대건축이란, 손상된 건축물 다시 회복하는 작업"
기사내용 요약
스페인 출신 세계적 건축가 페르난도 메니스 방한
제주국제건축포럼 프리뷰, '섬의 중심성' 기조강연
'단색화 거장' 박서보 화백 제주 전시관 설계 참여
[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섬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런 일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고 자연 그대로 있게 됩니다. 그러나 섬에서 생활을 하고자 한다면 인간을 위해 어떤 발명도 하게 되고 자연을 변경해야 합니다."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에서 가장 큰 섬. 테네리페(Tenerife)에서 온 건축가 페르난도 메니스(Fernando Menis·71)는 지난 4일 제주문학관에서 환경의 보존, 개발이라는 양립할 수 없는 가치를 이렇게 설명했다.
메니스는 여느 세계적 건축가들처럼 화려한 작업 성과와 수상 경력을 가지는 만큼 그만의 분명한 개성도 가지고 있다. '섬 아이덴티티(정체성)'가 그것이다. 화산섬에서 태어난 메니스는 제주도의 환경이 낯설지 않다.
고향 '테네리페'는 그에게 거친 노출콘크리트로 다앙한 색상과 질감을 표현해내는 능력을 부여했다. 그는 "건축자재를 모두 수입해야 하는 제주도와 같은 화산섬의 환경에서 콘크리트는 저렴하고, 적절한 재료"라고 말한다.
메니스는 "섬에서 대륙으로, 대륙에서 섬으로 반복되는 이 두가지의 긴장감이 나의 건축에 복잡한 영향을 끼쳤다"며 "이러한 복잡성은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인 비전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메니스는 한국의 건축에도 많은 참여를 하며 깊은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일 열린 제주국제건축포럼 프리뷰에 초대된 그는 '섬의 중심성'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펼쳐 큰 인상을 남겼다.
그는 "섬으로서 지리적 고립(remoteness)은 바꾸어 말하면 선택의 기회이며 축소된 영역은 본질에 가까워지기 쉽다"며 "이 곳은 앞으로 펼쳐지는 무한한 지평(infinite horizons)을 기대하며 바라보는 섬이기도 하다"고 했다.
마침 그는 제주에 작업실을 둔 '단색화 거장' 박서보(91) 화백의 작품을 걸어둘 전시관 설계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의 작업은 잠실 롯데월드타워와 정부세종청사 1단계 2구역, 서울 국제 금융센터 등 굵직한 건축 설계를 맡아온 범건축과 호흡을 맞췄다.
다음은 메니스와 일문일답.
-카나리아 제도와 제주도는 비슷한 환경요소를 가진 것 같은데 제주도민을 위해서 이런 환경을 어떻게 보존하고, 또 개발할 것인가에 대해서 조언을 부탁한다면.
"어렸을 때 두가지 이야기를 들었다. 섬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런 일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고 자연 그대로 있게 된다. 그러나 섬에서 생활을 하고자 한다면 인간을 위해 어떤 발명도 하게 되고 자연을 변경해야 한다. 핵무기는 섬을 완전히 파괴할수도 있지만 보전도 생각하면서 자연을 이용해야 한다. 나의 세대나 그전 세대들은 놀랍도록 유용한 석유나 석탄을 채굴해 사용하는 것이 얼마나 인간과 자연 사이에서 영향을 미치는지 잘 몰랐다. 이제는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 해야 한다. 나는 이렇게 손상된 것을 다시 회복시키는 작업을 하기를 좋아한다. 제주도 역시 건강한 삶의 환경을 고려하는 개발을 해야할 것이다."
-거친 노출콘크리트 기법으로 다양한 색상과 질감을 이용해 아주 보석같은 작은 작품들을 고향과 유럽에서 해오고 계신데 작품의 본질적인 아이디어들과 영감들은 어디에서 얻는지. 또 공간을 어떤 방법들로 구체화 시키고 완성해 나가는지?
"건축자재를 모두 수입해야 하는 제주도와 같은 화산섬의 환경에서는 콘크리트는 저렴하고, 적절한 재료라고 생각한다.
대나무가 많은 지역이나 스위스처럼 목재가 많은 곳, 아이슬란드와 같이 얼음이 많은 환경에서라면 그 지역에 맞는 재료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제주에서 작업 중인 '단색화 거장' 박서보 화백과 그의 작품을 위한 전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건축주(서귀포 JW 메리어트)와의 첫 만남은 박서보 작품 전시장을 설계해 달라는 그의 이메일을 받은 것이었다. 그는 박서보 작품을 매우 좋아하며, 아주 작지만 값진 다이아몬드와 같은 프로젝트를 제주도에서 하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박서보의 작품은 스페인에서도 잘 알려져 있어서 그와 친분은 없지만 그의 작품을 통해서 그를 알고 있었다"
"건축주는 매우 현명하였고 명확한 과제를 제시해 주었다. 이 설계 프로젝트에서는 박서보가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 그의 의견과 범건축 및 제주도 관계자의 얘기를 주의 깊게 들어야 한다고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기본계획은 완료되었지만, 매주 금요일 범건축과 협의를 하는 것처럼 공사중에도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기를 바라며 그것이 내가 일하는 방식이다."
-유럽건축가로서 한국 건축가에게 해 줄 이야기가 있다면.
"훌륭한 한국 건축가와 건축물을 알고 있다. 서울 청계천이 매우 인상적이었고, 한국영화도 좋았다. 한국은 교육을 통해서 지난 수십년동안 많은 정보를 축적하였고, 이제 그것이 훌륭하게 활용되기만 하면 될 것이다."
-끝으로 어떤 성장 배경이 당신을 건축가의 삶으로 이끌었는지?
"두가지 이유가 있다. 내가 어렸을때 나의 아버지는 화원을 운영하셨는데 당시에는 '레고' 같은 것이 없던 시절이었고, 그는 내 장난감을 직접 만들어줄 정도로 손재주가 좋고, 실용적인 분이셨다. 반면, 어머니는 매우 감성적인 공상가셨다. 두 분이 모두 내가 건축가가 되는데 영향을 주었다. 어렸을 때 9살 정도 되었을 때 아버지와 작은 진흙벽돌로 벽난로를 만들었고, 16살 정도 되었을때 그림과 제도를 할 수 있는 컴파스같은 도구들을 구해주셨는데 그때 건축가의 꿈을 꾸게 되었다. 18세때 바르셀로나에 가서 건축공부를 시작했고, 프랑코 총리시절 스페인에는 건축일이 많지 않아서 프랑스와 바르셀로나에서 일했고. 이후 테네리페 섬으로 돌아왔다. 이 섬(Botanic Island)의 환경은 약 85개의 다양한 식물 생태계가 있다. 산 위의 눈과 사막을 동시에 포함한 이 환경에서 1시간 안에 다양한 기후를 경험할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woo1223@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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