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프로듀서│플레이어이자 감독이 된 'Idol'①

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2022. 11. 7.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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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빅뱅 지드래곤, 사진출처=빅뱅 '봄여름가을겨울' 뮤직비디오 스틸컷

아이돌 멤버가 그룹 앨범에 자작곡을 수록한다는 건 이제 낯선 풍경은 아니다. 최근에 발매된 앨범부터 앞으로 발매될 앨범들만 봐도 '멤버 OO의 작곡, 작사, 안무 참여'라는 소개글은 아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K-POP의 세계에서 그룹 멤버들의 역할은 이제 노래하고 춤만 추는 단순한 차원에 머물지 않는다. 앨범 전체를 관장하는 감독이면서 직접 플레이어로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 역할까지 모두 소화하고 있다.

1세대 아이돌인 h.o.t. 강타의 '빛', 2세대 아이돌인 빅뱅 지드래곤의 '거짓말' '하루하루' '판타스틱 베이비' 등, 3세대 세븐틴 우지의 '아낀다' '예쁘다' '아주 NICE' 등을 비롯해 현재 K-POP 세터로 활약하는 4세대 스트레이키즈 쓰리라차(방찬, 창빈, 한)와 (여자)아이들 전소연, AB6IX 이대휘 등(그룹 데뷔순)까지 아이돌 멤버의 곡 참여는 마치 계보를 잇는 것처럼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왔다. 

새삼스럽게 오늘날 갑자기 일은 붐은 아니라는 말이다. 때문에 이들의 성공은 마땅히 자연스러운 일처럼 여겨지고 있고, 시행착오도 많이 목격한 탓에 실패도 새삼스럽지 않다. 아이돌이 아티스트로 변신한다는 것은 이제 모두에게 익숙한 일이다. 하지만 자신의 곡으로 팀을 알리며 앨범 전반에 관여하고, 이를 꾸준히 유지한다는 것은 말이 좀 다르다. 자작곡 차원을 넘어선 프로듀서로서 말이다. 

세븐틴, 사진제공=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가 시키는 대로, 대중이 원하는 것에만 집중해야 했던 과거를 거슬러 오늘날의 아이돌은 보다 능동적으로 앨범을 만든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플레이어로서 제 역량에 집중해 활동하는 팀들도 있다. 무엇이 더 좋고 월등한지를 말하려는 것이 아닌, 아이돌의 이러한 능동적인 선택을 통해 K-POP의 저변이 넓어졌다는 것이 핵심이다. 아이돌은 우상이라는 뜻의 영어 'idol'에서 따온 말이지만, 그간 '아이+Doll(인형)'으로 해석되는 경향이 짙었다. 소속사 선발에 의해 치열한 연습생 생활을 거치며 수동적인 모습으로 주어진 춤과 노래를 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6년도쯤 무수히 많은 아이돌의 인터뷰를 하면서 이들에게 들은 대답은 놀라우리만큼 똑같았다. 롤모델부터 시작해 앨범 에피소드, 취미 등을 물을 때마다 돌아오는 말은 마치 대본이라도 있는 것처럼 짜여진 틀 안의 정형화된 발언들이었다. 실수로 개인적인 견해가 조금이라도 섞인 발언을 할 때면 멤버 스스로는 물론 현장에 있던 소속사 관계자도 사색이 되어 기사에서 빼달라고 요청했던 경험이 한 두번이 아니다. 마치 자신을 철저하게 숨겨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이치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요즘 만나는 아이돌은 좀 풍경이 다르다. 작사, 작곡, 프로듀싱을 하는지의 여부를 떠나 음악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를 편안하고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지난번 타이틀곡은 별로 하고 싶지 않았다"든가, "소속사에서 시켜서 어쩔 수 없이 했다"는 뼈있는 농담을 한다든가 자신의 생각을 거리낌없이 말한다. 이러한 말들을 주의깊게 듣다보면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것이 앨범에 대한 능동성이다. 주어진 것만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은연 중에 드러내는 것이다. 

사진출처=멜론 차트, JYP엔터테인먼트, KBS2 '리슨업' 방송화면

아이돌 프로듀서는 이러한 능동성의 길라잡이가 되어주는 행동력의 마침표다. 지금 차트 1위의 주인공은 (여자)아이들이고, 스트레이키즈는 데뷔 5년 차에 최근 한국과 일본에서 판매한 음반이 1000만 장을 돌파했으며, AB6IX 이대휘는 차트 좀 씹어먹어본 쟁쟁한 프로듀서들과의 프로듀싱 배틀(KBS2 '리슨 업')에서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세 팀 모두 팀내 아이돌 프로듀서로 활약하는 멤버가 있다.) 아이돌 프로듀서의 역량이 절대 우습게 볼 수 없는 대단한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확실하게 증명된 셈이다. 

스무 살에 '거짓말'로 메가 히트를 기록했던 아이돌 프로듀서 대표격 빅뱅의 지드래곤이 보여줬던 영향력을 목격하며 학습해온, 누가 시키지 않아도 그들 자의에 의해 쌓아올린 건강하고 발전적인 빌드업이다. 과거 아이돌의 음악성이라는 건 늘 애매하게 평가돼 왔지만, 이제 아이돌이라고 해서 음악성을 떼놓고 보거나 별개의 장르로 구분하는 건 우스운 일이다. 오히려 올라운더로 활약하는 이들의 넓은 스펙트럼은 확실한 경쟁력이 되어 세계 음악 시장을 주름 잡고 있다.

현재 음원차트 1위인 (여자)아이들 '누드(Nxde)' 가사 중 "야한 작품을 기대하셨다면 Oh, I'm sorry 그딴 건 없어요. 환불은 저쪽"으로 이뤄진 곡의 메시지는 '돌(Doll)'이 되기 거부하는 완강한 제스처를 지닌다. 아이돌 프로듀서가 확장한 아이돌의 음악관은 이처럼 관념을 부수기도 하고 새로운 주제를 탐닉해가는 과정의 발전적인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아이돌 프로듀서, 조만간 아이돌이라는 말을 걷어낸 그냥 프로듀서로 불릴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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