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환 광부 "다시 태어난 느낌…일상 적응 중이지만 밤잠 설쳐"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사고로 221시간 동안 고립됐다가 구조된 작업 반장 박정하(62) 씨가 6일 "다시 태어나서 이 세상을 처음 느끼는 기분"이라고 말했습니다.

박 씨는 어제(6일) 전화 통화에서 '일상으로 돌아온 기분이 어떤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말하며 "오늘 (샤워실에) 걸어가서 샤워도 하고 했다"고 건강 상태를 전했습니다.

하지만 박 씨와 함께 구조된 동료 광부 박 모(56) 씨는 매일 밤잠을 설치고 있다고 합니다.

작업 반장 박 씨는 "아내가 옆에서 지켜주는데 밤에 잘 때 시끄러운 거 같다. 악몽을 꾸는 거 같다"며 "옆에 있는 친구도 그렇다"라고 말했습니다.

사고가 난 지난달 26일 오후 4시부터 두 사람은 아연 채굴 작업에 투입됐습니다.

박 씨는 "관리 보안 감독이 왔다가 케이지(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뒤 5분도 채 안 지나서 벼락 치는 소리가 나더니 붕괴가 시작됐다"며 "오후 5시 40분이 채 안 됐었다"고 말했습니다.

두 사람은 사다리를 이용해 탈출하려다 낙하물로 인해 포기하고 아래쪽 갱도인 램프웨이 구간으로 향했습니다.

그는 "램프웨이 구간에 덤프들이 다녔던 큰 터널이 있어서 출구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둘이서 3일 동안 10m를 괭이로 팠는데 뒤에도 막혀 있어서 포기했다"고 했습니다.

이후 두 사람은 고립 당시 작업 장소로 돌아와 발파 소리를 들었다고 합니다.

박 씨는 "31일부터 발파 소리가 아주 약하게 나서 위쪽으로 등(헤드랜턴)을 흔들어보고 소리도 질러봤는데 위에서는 못 듣더라"고 말했습니다.

설상가상 가지고 있던 화약 20여 개도 다 떨어져 자체 추가 폭파 시도도 못 했습니다.

반장 박 씨 등은 사고가 난 곳에서 작업한 지 4일째 되던 날 사고를 당했다고 합니다.

박 씨는 "작업 장소를 옮기면서 나무 같은 게 필요할 거 같아서 20개 정도 뒀었고 산소절단기도 가져다 놨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두 사람은 고립 당시 현장에 남겨져 있던 비닐을 이용해 움막(천막)을 만들고 모닥불을 피워가며 추위와 싸웠습니다.

연기를 위쪽으로 올려보내 생존 신호를 보내려는 목적도 있었습니다.

박 씨는 "움막 없었으면 밤에 추워서 추워서 못 있었을 거다"라며 "전기도 나가서 커피포트를 못 쓰니 플라스틱 부분은 떼고 금속 부분에만 물을 담아서 모닥불에 끓여 먹었다"고 말했습니다.

박 씨는 "작업 들어가기 전에 커피믹스 박스에 손을 넣어서 30개 정도를 챙겼다"며 "첫날에 빨리 구조가 될 줄 알고 커피 믹스 2개를 종이컵 하나에 담고 이게 오늘 우리 저녁이니 저녁밥 먹자고 동료한테 말했었다"고 회상했습니다.

구조하러 온 동료와 처음 만난 상황에 대해서는 "북한에서 탈북해서 열심히 사는 아주 젊은 앤데 '형님' 하면서 막 뛰어왔고, 부둥켜안고 울었다"며 "얼마나 반갑겠나. 퍽퍽 꺼져가는 촛불이 한 번에 되살아난 느낌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때는 헤드랜턴도 배터리가 다 소진되던 때고 나무도 얼마 안 남았었다"며 "LPG 가스는 진즉에 다 떨어졌고 라이터 가스도 조금 남았었다"고 안도했습니다.

구조 이후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박 씨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광부들의 안전에 힘써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는 어제 윤 대통령의 쾌유 기원 카드와 선물을 전하러 온 강경성 산업정책비서관 등에게 "대통령에게 꼭 좀 전해달라"면서 "광산 안전업무기관들이 겉핥기식 점검을 한다. 광부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도록 점검하고 보완 조치해달라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sbsnewmedia@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