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트롯2’ 임현기 음악감독 “지상최대의 쇼 기대해도 좋을 것”[스경X인터뷰]

하경헌 기자 2022. 11. 7. 08: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스터트롯의 임현기 음악감독이 지난달 서울 역삼동의 한 호텔에서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정지윤 선임기자



“지상최대의 쇼를 기대해도 좋으실 겁니다.”

이 말을 내놓고 “이 정도로 이야기하면 되나요?”하고 히죽 웃었다. 듣기에 따라선 무모해 보이는 말이기도 했지만, 그이기에 뭔가 이유가 있는 말로 보이기도 한다.

올 연말 첫 방송을 목표로 현재 제작이 진행 중인 TV조선 ‘미스터트롯 2’ 임현기 음악감독은 대한민국 음악 예능의 과거이자 현재로 불린다.

MBC ‘나는 가수다’를 시작으로 ‘복면가왕’, 엠넷 ‘슈퍼스타K 5’ ‘너의 목소리가 보여’, SBS ‘더트롯쇼’, MBN ‘조선판스타’ 등의 프로그램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 TV조선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도 그의 손을 거쳤다. 그의 말에 따르면 “대한민국 음악예능 프로그램의 60%”가 그의 경력이다.

임 감독은 작곡과 편곡으로도 유명하다. 개인으로 3장의 앨범을 냈고, 퓨전재즈밴드 스포트라이트의 멤버로도 활동했다. 100여 곡의 곡을 썼으며, 임영웅의 ‘배신자’와 영탁 ‘막걸리 한잔’ 등 500여 곡이 넘는 편곡경력도 있다.

음악으로 경연을 하는 프로그램에서는 얼마만큼 출연자의 창법과 음색, 이미지에 맞는 음악을 선택하느냐가 성패를 좌우한다. 음악 감독이라는 자리는 음악의 선곡과 편곡 그리고 현장의 음향 이후 방송용, 음원용 가공에 이르기까지 음악 예능의 핵심인 음악을 총괄하는 자리다.

미스터트롯의 임현기 음악감독이 지난달 서울 역삼동의 한 호텔에서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정지윤 선임기자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시청자의 마음을 홀리느냐 아니냐의 여부입니다. 이른바 ‘덜뽕’(뽕끼가 덜하다)이다. ‘완뽕’(완전히 뽕끼가 있다), ‘정뽕’(정통 뽕끼가 있다) 등의 톤을 잡아줍니다. 밋밋하면 양념을 더하며 출연자를 돕는 일이죠.”

2019년 방송을 시작한 TV조선의 ‘미스트롯’은 엠넷 ‘슈퍼스타K’ 시리즈가 인기를 얻은 2000년대 후반 이후 내리막을 걷던 오디션 프로그램의 향방을 단숨에 트로트로 돌려놨다. 이후 수많은 유사 프로그램이 득세했고 이제는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의 피로감이 화두로 나올 정도다. 그가 ‘미스터트롯 2’와 함께 내세우는 무기는 무엇일까.

“이번 프로그램의 포인트는 저변의 확대입니다. 트로트 가수를 찾는 것에서 더 나가 시장을 넓히는 과정인 거죠. 남진의 노래 ‘둥지’는 그대로 있을 수밖에 없어요. 똑같은 곡을 가지고 또 다른 느낌을 찾는 작업인 거죠. 저를 포함한 프로듀서들이 매번 100곡 이상씩 노래를 찾아보며 논의합니다. 발견되지 않은 곡들의 매력을 찾아 출연자와 맞춰주는 거죠.”

트로트 오디션은 TV라고 하면 연속극밖에 모르던 중장년층 시청자들에게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은 역할을 했다. 아이돌 가수만의 전유물이라 여겨지던 팬덤이 중장년층으로 퍼졌다.

2020년 방송된 TV조선 ‘미스터트롯’ 포스터. 사진 TV조선



“트로트 오디션은 ‘제2의 연속극’이라고 생각해요. 오디션의 장점이 성장 과정을 볼 수 있다는 건데 그 과정에서 자신이 느끼고 동요할 수 있는 지점을 찾는 거죠. 시골에 가면 요즘 일요일에는 ‘전국노래자랑’, 평일 낮에는 TV조선 채널이 틀어져 있다고 해요. 중장년층 어머님, 아버님들이 즐길 수 있는 게 그동안 많지 않았죠.”

임현기 감독의 경력을 보면 알 수 있듯 기타리스트로 시작해 세션을 거쳐 재즈밴드를 했던 경력과 트로트는 언뜻 보면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점이 그의 차별점이라고 강변했다. 트로트라고 하면 응당 생각되는 전형적인 작법을 따르지 않는다. 늘 색다른 접근법이 가능하고, 칠해진 색깔이 없으니 새로운 색을 칠할 수 있다.

“자동차에 비유하면 프로토콜(데이터를 주고받는 규약)은 다르지만, 기본 기능은 비슷해요. 음악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 안에서 기존의 것을 흡수해 제 방식으로 바꾸는 거죠. 기존의 틀대로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했다면 지금의 벤츠는 없었을 테니까요.”

‘복면가왕’ 방송 때만 해도 다음 라운드 진출자를 잘 맞히지 못해 ‘똥촉’으로 놀림을 받던 그가 ‘미스터, 미스트롯’ 시리즈를 통해서는 조금씩 될만한 이를 맞춰나가고 있다. ‘국악신동’ 김태연의 국악발성에서 나오는 애조는 그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이번 경연을 통해서는 그렇게 신선한 충격을 자주 느낄 수 있으리라 장담한다.

미스터트롯의 임현기 음악감독이 지난달 서울 역삼동의 한 호텔에서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정지윤 선임기자



“지금 마스터 경연을 진행 중인데 굉장히 상향평준화가 됐어요. 기대됩니다. 어떤 프로그램으로도 못 볼 만한 상향평준화가 되고 있어요. 마음속으로 기대하는 출연자도 생겼습니다. 저 역시도 빌보드나 국내 음원차트를 끊임없이 들으면서 감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항상 제가 옳다고 생각하지 않고 계속 부족한 부분을 느끼고 주변에 물어보며 준비하고 있습니다.”

연말이 되면 대한민국은 또 한 번 트로트 오디션의 흥분에 빠져들 예정이다. 임현기 감독은 지금 하는 프로그램에 더해 아이돌 프로그램이나 순위 프로그램이 아닌 일상적인 음악 프로그램이 늘 나오는 TV를 꿈꾼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스터트롯 2’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휘어잡는 게 먼저다. 그의 손끝을 이제 모두가 한 번 더 주목할 시간이 다가온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