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초점] 연애 예능은 인플루언서 집합소?
'나는 솔로' PD "홍보 목적 출연자는 배제"
수많은 데이팅 프로그램들이 안방극장에 설렘을 더하는 중이다. 이러한 와중에 연애 예능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한 가지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인플루언서, 연예인 지망생, 혹은 무명 스타 출연자들이 유난히 많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IHQ '에덴'은 시즌2 방영을 앞두고 있다. 지난 8월 막을 내린 시즌1의 이승재는 모델·유튜버·인플루언서·포토그래퍼·편집자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모데는 자신이 모델·방송인·배우로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유나는 프리랜서 아나운서·쇼호스트·모델·큐레이터, 선지현은 배우 겸 모델이라고 말했다. 김나연 양호석 이정현 또한 모델로 활약 중이다. 김철민 또한 유튜브로 많은 이들을 만나고 있던 상황이었다.
지난 8월 첫 공개된 웨이브 '썸핑'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 프로그램에도 연예계 관련 일에 종사하고 있는 이들이 대거 출연했다. 박서현과 이한슬 원지회는 자신이 모델이라고 말했다. 최재원은 배우였다. 이채린은 뮤지컬학과를 다니는 대학생이라고 밝혔다. 채병은은 자신이 프리랜서 모델 겸 배우라고 설명했다. 조재영 또한 프리랜서 모델로 활동 중이라고 알렸다.
이 외에도 많은 데이팅 프로그램에 인플루언서나 연예계와 관련된 일에 종사하고 있는 출연자들이 등장했다. 남다른 매력을 가진 남녀들의 활약이 연애에 대한 판타지를 충족시켜준다는 점에서 많은 시청자들이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출연자들의 등장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도 있었다. 연애가 아닌 홍보에 목적이 있다고 여겨지고 이가 드러나는 경우 몰입도가 깨진다는 것이다.
한 연애 예능 프로그램 관계자는 본지에 대중의 이러한 비판을 인지하고 있다고 알렸다. 그러면서도 "평범한 직장인들은 썸 타는 연애 예능 출연을 위해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휴가를 내는 게 쉽지 않다"고 속상함을 내비쳤다. 또 다른 데이팅 프로그램 관계자는 "다음 시즌 출연자를 더욱 다양한 범주의 직업으로 구성하는 게 목표다"라고 말했다. 뛰어난 매력을 갖고 있으면서 인플루언서, 연예인 지망생, 무명 스타가 아닌 출연자의 발굴은 제작진에게도 어려운 숙제인 셈이다.
이러한 가운데 ENA 플레이와 SBS 플러스의 '나는 솔로'는 일찍이 여러 직업으로 출연자를 구성해 시선을 모았다. 의사, 변호사, 대기업 직장인, 사업가, 무속인 등 다양한 스펙트럼의 남녀들이 솔로 나라에 모였다. 그저 썸이 아닌 결혼을 간절히 원하는 솔로 남녀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인 만큼 평생을 함께할 동반자를 찾기 위해 무리해서라도 휴가를 내고 나온 참가자들이 있었다.
남규홍 PD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자발적으로 신청해서 오는 '나는 솔로' 출연자들은 (연애, 결혼에 대한) 의지가 크다. 개인적인 스케줄을 해결하는 건 크게 문제가 안 된다"고 했다. 또한 "기업마다 문화가 다르겠지만 결혼 적령기에 있는 사람이 휴가를 내고 상대를 찾으러 간다는데 반대한다면 요즘 사회적 트렌드, 문화와 맞지 않는 거라고 생각한다. 회사도 이러한 휴가와 관련해 크게 거부감이 없는 듯하다"고 말했다.
인플루언서가 '나는 솔로'에 지원한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남 PD는 "우린 홍보 목적으로 오시는 분들은 배제한다. 그런 목적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을 굳이 출연시켜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홍보 목적을 갖고 있는 지원자가 빠지면 자연스럽게 다양한 직업이 모이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프리랜서보다는 직업이 뚜렷한 분들을 선호하긴 한다. '나는 솔로'가 방송이다 보니 신분이 분명한 사람이 좋다"고 전했다.
일부 예능들은 SNS 메시지로 출연자들을 섭외하기도 했다. 그러나 남 PD는 '나는 솔로'의 경우 그렇게 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자발적으로 신청을 해서 출연하는 이들이 진정성 있을 가능성이 더욱 높고 설득으로 출연한 의지 없는 참가자의 경우 제작진이 그에게 지나치게 많은 부분을 맞춰줘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좋은 출연자를 구성하는 것은 연애 예능 제작진에게 매우 큰 숙제다. 진정성과 시청자가 반할 만한 매력을 갖춘 다양한 직업의 청춘들을 찾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더군다나 이들이 방송 출연을 꺼리지 않아야 한다는 필수 조건도 있다. 결혼이 아닌 썸을 위한 장기간의 녹화라면 회사에 양해를 구하는 과정부터 난관이 찾아올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연애 예능을 향한 열기 속에서 제작진의 섭외 열정에도 불이 붙었다.
정한별 기자 onestar10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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