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월부] "전쟁 폭리, 횡재세 내라" 바이든 압박에도 … 美석유기업 날개

강계만 2022. 11. 7.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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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고물가 계속 안잡히자
횡재세 부과·담합 조사 압박
기업 "反시장 정책" 정면 반발
엑손모빌 순이익 191% 증가
주가 올해 74% 올라 사상최고
전쟁·감산에 호실적 이어갈듯
횡재세 의회통과 여부 불투명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석유 기업의 초과이익에 대해 '횡재세(windfall tax)' 부과를 검토하면서 석유 기업과의 격돌 제2라운드를 예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지난 3월부터 석유 기업들을 향해 일선 주유소에 공급하는 기름값을 낮추라고 압박했다. 그러나 유가를 포함해 인플레이션이 진정되지 않자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중간선거(11월 8일)를 앞두고 세금 부과와 제재 카드를 꺼내면서 추가로 '석유 기업 때리기'에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방거래위원회(FTC)에 석유 회사들의 가격 담합 여부를 조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석유 기업들은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들이 반시장적이라고 즉각 반발했다. 정부가 횡재세를 거두면 석유 회사들의 시설 투자가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석유 기업들은 올해 미국 증시에서 가장 주목받은 종목이다. 지난 3일(현지시간) 기준 올해 들어 나스닥종합지수가 34% 하락했고, S&P500 역시 22% 떨어졌으며,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2% 내리는 등 하락장인 반면 석유 기업은 날개를 달았다. 주당 110달러 선에서 거래 중인 엑손모빌 주가는 올해 74% 올랐다. 셰브론(52%), 쉘(24%), BP(20%) 등의 주가도 상승 곡선을 그렸다. 석유 기업별 역대급 실적 호조가 주가 상승을 견인하는 모양새다. 엑손모빌은 올해 3분기에 196억6000만달러의 순이익을 거뒀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191% 증가한 규모다. 업스트림 측면에서는 유럽으로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이 호황을 보였고, 다운스트림 측면에서는 생산량과 트레이딩 순이익이 늘어나면서 복합에너지 기업으로서 예상치를 뛰어넘는 이익을 거둘 수 있었다. 셰브론은 이번 3분기에 작년 같은 기간보다 84% 증가한 112억달러를 벌었다. 같은 기간 쉘은 94억5000만달러, BP는 81억5000만달러, 토탈에너지는 66억달러의 순이익을 거뒀다. 이렇게 주요 5개 석유 회사의 3분기 순이익을 더하면 총 500억달러를 훌쩍 넘어선다.

석유 기업들은 주주 환원 정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엑손모빌은 지난 2분기에 주당 88센트를 배당금으로 지급한 데 이어 3분기에는 배당금 규모를 91센트로 확대했다. 쉘은 배당을 15% 늘리고 자사주를 40억달러어치 매입한다는 방침이다. BP는 자사주를 매입하는 데 25억달러를 쓰기로 했다. 석유 기업에 투자한 주주 입장에서는 주가 상승률에 더해 짭짤한 배당수익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당분간 석유 기업 실적은 양호하게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가 여전히 배럴당 90달러 안팎에서 거래되면서 석유 기업의 안정적 수익을 보장한다. 석유수출기구(OPEC)와 러시아 등 산유국으로 구성된 'OPEC+'가 이달부터 생산량을 하루 200만배럴 감산한 것도 국제유가 상승을 부채질한다.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라 천연가스 공급이 부족한 가운데 유럽 지역 에너지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주요 7개국(G7)이 러시아의 전쟁자금 조달을 막기 위해 다음달부터 러시아산 원유에 가격상한제를 도입하면 러시아 원유 공급량이 단기간에 일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미국 에너지관리청에 따르면 하루 1억배럴 수준인 전 세계 원유 수요가 내년 2분기까지 원유 생산량을 소폭 웃돌 것으로 전망됐다. 여전히 에너지 시장 주도권을 공급자들이 쥐고 있는 구도다.

바이든 대통령은 주요 석유 기업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폭리를 얻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그는 미국에서 원유 생산과 정제 능력을 늘리는 투자를 단행하고 주유소 휘발유 가격을 낮추라고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다.

횡재세는 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외부 요인으로 인해 막대한 이익을 거둔 석유가스 기업 등에 매기는 세금이다. 영국은 올해 7월 북해에서 석유·가스를 생산하는 기업의 초과 이익에 대해 한시적으로 25%의 횡재세를 부과했고, 그 세율을 30%로 높인다는 방침이다. 유럽연합도 최근 횡재세 도입을 공식화했다. 그러나 미국 의회에서 공화당의 반대로 인해 횡재세 통과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더구나 이번 중간선거에서 하원 과반이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넘어갈 것으로 전망되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크게 좁아질 수 있다. 석유 기업들은 횡재세 도입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대런 우즈 엑손모빌 최고경영자는 최근 "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이윤을 추구하는 자유 시장 시스템에 맡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강계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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