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의 꿈' 꺾인 SK쉴더스…'삼성 롤모델' 발렌베리家 품고 날개 달까

오현주 기자 2022. 11. 7.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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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보안기업, EQT 파트너스로부터 투자 추진
박진효 "공동경영 조건"…상장 철회 후 '재원 확보'
박진효 SK쉴더스 대표이사(SK쉴더스 제공)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지난 5월 상장계획을 접은 SK그룹 보안기업 SK쉴더스가 스웨덴 최대 기업집단 발렌베리 그룹 계열 사모펀드(PEF) 운용사 EQT 파트너스와 손을 잡을 전망이다.

새로운 자금 유치를 원했던 SK쉴더스와 정보기술(IT) 강국 한국에서의 보안 포트폴리오 확대를 노린 EQT 파트너스 간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이번 투자 유치로 EQT 측이 최대주주로 오를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지만, SK쉴더스 측은 '공동 경영'을 조건으로 내걸었다는 입장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EQT파트너스는 SK쉴더스 2대 주주인 맥쿼리자산운용 컨소시엄이 보유한 지분 36.87%를 전량 인수하고 SK쉴더스 신주를 추가 매입하는 조 단위 투자 협상을 진행 중이다.

◇SK쉴더스 '발렌베리家' 사모펀드 투자유치 추진…"EQT, 최대주주 될 수도" 관측

구체적인 투자 금액과 지분율은 확정되지 않았다. SK쉴더스 최대주주(지분 63.13%)인 SK스퀘어는 지난 2일 공시에서 "SK쉴더스의 미래 성장을 위한 신규 투자 유치 및 지분 매각 방안 등을 면밀히 검토 중이며,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SK쉴더스는 정보보안 업체 SK인포섹이 지난해 물리 보안 기업 ADT 캡스를 흡수 합병해 출범된 보안기업이다. 앞서 2018년 SK텔레콤·맥쿼리PE 컨소시엄이 칼라일그룹의 ADT 캡스 지분 100%을 사들였고, 지난해 SK텔레콤이 인적분할되면서 SK스퀘어의 자회사가 됐다.

협상 결과에 따라 EQT 파트너스가 SK쉴더스의 최대주주에 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SK쉴더스의 경영권은 완전히 넘기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박진효 SK쉴더스 대표이사는 3일 사내 메일에서 "새로운 파트너십은 파트너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SK와 EQT의 공동경영을 조건으로 추진될 것"이라며 "SK 브랜드와 기존 협력관계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업계 "성장동력 원했던 SK·'국내 보안시장 성장성' 주목한 EQT 측 이해관계 시너지"

업계는 SK쉴더스가 올상반기 경기 불황으로 상장 계획을 접은 가운데,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해 투자 유치에 나섰다고 분석한다. 기존 상장을 통한 성장 계획 대신 성장 동력을 마련해줄 새 파트너를 택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에도 IPO 시장이 좋지 않다는 평이 많아, 기존 공모 자금을 통해 연구개발(R&D) 등에 쓰일 재원을 확보하려 했던 전략을 바꿔야했던 것 같다"며 "또 단기간 손잡았던 맥쿼리도 퇴진해야 하는 상황도 한몫했다"고 말했다.

반대로 EQT 파트너스가 SK쉴더스를 투자처로 낙점한 배경으로는 국내 보안 포트폴리오 확대가 꼽힌다. 지난 1월 서울 역삼동에 국내 사무소를 낸 것으로 계기로 SK쉴더스를 글로벌 보안 업체로 육성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EQT는 보안업체 투자에 꾸준히 지갑을 열어온 회사로 알려졌다. 특히 스웨덴 최대 보안회사 시큐리타스의 가정 보안부문 자회사 시큐리타스 다이렉트를 2008년 인수했고, 2011년 투자금 회수에 성공해 매각했다. 또 지난해부터 이스라엘 사이버 보안 CYE의 지분을 사들어 경영권도 보유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구글도 사이버 보안 기업 '맨디언트'를 성장성 측면에서 높이 평가해 인수했다"며 "국내 기업이 클라우드(가상서버) 등 디지털 전환(DX)에 속도를 내면서 보안 시장의 중요성이 엄청날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 보안업체 중 SK쉴더스를 택한 이유는 국내 정보보안 분야 1위 업체인 것과 동시에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점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회사의 '사이버 보안' 부문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연 평균 매출 성장률 16.4%를 기록했고, 같은 기간 신사업 분야인 '융합보안'과 '안전 및 케어'의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각각 90.1%, 68.2%에 달했다.

EQT 파트너스가 SK그룹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SK쉴더스의 상장전투자유치(프리IPO)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계획을 접었다.

일각에서는 이번 투자로 전세계 보안시장에서의 국내 점유율(1%대 미만)이 커질지 눈여겨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EQT는 주로 중장기 투자를 해 보안 같은 인프라 사업을 장기 경영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같은 투자로 SK쉴더스는 해외 진출을 본격적으로 넘볼 것이며, 저평가된 국내 보안시장이 활성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발렌베리 그룹은 160년간 5대째 가족 경영을 하지만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일임해 삼성그룹의 롤모델로 알려졌고, 실제로도 삼성과 인연이 있다. 고(故)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은 2003년 스웨덴에서 발렌베리 가문을 만났고,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현 회장)도 2019년 서울에서 마르쿠스 발렌베리 SEB 회장과 회담했다.

woobi12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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