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양산 데려간 ‘김정은 풍산개’... 文, 정부에 파양 통보

최훈민 기자 2022. 11. 7. 06:3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3마리 관리비 月 250만원 예산 지원 계획, 정권 교체 후 차질
그러던 중 文측, 정부에 “풍산개 도로 데려가라” 통보
2018년 10월2일 오후 청와대 관저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북측이 선물한 풍산개 '곰이'를 돌보고 있는 문재인 전 대통령. 곰이는 퇴임 때 문 전 대통령을 따라갔다가 오갈 곳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8년 북한 김정은(국무위원장)으로부터 선물받은 풍산개 한쌍과 그들의 새끼 1마리를 경남 양산 사저에서 계속 키울 생각이 없다는 의사를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파양 통보’는 문 전 대통령이 퇴임 직전 담당 부처와 얘기를 마쳐놨던 월 최대 250만원 규모 ‘개 관리비’ 예산 지원에 대해, 새 정부가 부정적 입장을 보이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6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 측은 5일 오전 행안부에 ‘퇴임과 함께 경남 양산 사저로 데려갔던 풍산개들을 국가에 반납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문 전 대통령은 2018년 9월 평양에서 열린 3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북측으로부터 풍산개 2마리, ‘곰이’와 ‘송강이’를 선물 받았다. 암컷 곰이와 문 전 대통령이 원래부터 키우던 ‘마루’ 커플은 새끼를 7마리 낳았는데, 모두 다른 지역에 입양 보내고 단 한 마리, ‘다운이’만 청와대에서 곰이·송강이와 함께 지내왔다. 그리고 문 전 대통령과 함께 청와대를 떠나, 지금까지 경남 양산 사저에서 살았다.

풍산개 반납 통보의 배경에는 매월 250만원 정도의 ‘개 관리비’를 누가 부담하느냐는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정부가 ‘개 관리비 예산 지원’에 난색을 표하자, 문 전 대통령 측이 “그렇다면 도로 데려가라”는 뜻을 밝혔다는 것이다.

◇文측, 퇴임 하루 전 ‘개 관리비’ 예산 지원 길 터놓고 나가

3월 대선이 끝나고, 문 전 대통령 임기 만료가 다가오면서 청와대 풍산개 가족의 거취는 국민적 관심을 끌었다.

3월28일 문 당시 대통령은 윤석열 당선인을 청와대 상춘재로 초대해 대화를 나누던 중 풍산개에 대해 운을 띄웠다. ‘곰이와 송강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던 것이었다. 개와 고양이 7마리를 키우는 윤 당선인은 ‘반려견으로 키우던 사람이 계속 키우는 게 맞다’는 취지에서 “대통령께서 데려가시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그러고 싶다”고 답했다.

곰이와 송강이, 다운이 등 풍산개들과 함께하는 문재인 대통령 내외 /뉴시스

원칙적으로 대통령이 받은 선물은 물건이건 동·식물이건 ‘대통령기록물’로 국가 소유이며, 국가가 관리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올해 초 관련 법령 개정으로 다른 ‘기관’이 맡을 수 있게 된 상태였다. 전직대통령법에 따르면 전직대통령은 고위공무원인 비서관들과 사무실, 경비 등을 정부로부터 제공 받는 일종의 기관으로 분류된다.

그리고 문 전 대통령 임기 마지막날, 문 전 대통령 측 오종식 당시 대통령비서실 비서관과 정부 측 심성보 대통령기록관장이 협약서 한장을 작성했다. 심 관장은 문 정부의 ‘알박기 인사’로 평가된다. 지난 6월 북한군에 의해 살해된 공무원 이래진 씨 유족의 사건 관련 정보공개청구 요청을 거부한 것도 심 관장이었다.

두 사람이 작성한 협약서는 ‘곰이와 송강이 관련 위탁협약서’라는 제목이었다.

최근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오 전 비서관과 심 관장 간 작성된 협약서를 행정안전부에서 제출받았다. 그 협약서 맨 윗줄에는 ‘동물 복지를 존중하며 2018년 남북정삼회담 시 선물로 받은 풍산개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작성됐다’는 문장이 적혀있었다.

위탁 대상이 된 건 송강이와 곰이, 그리고 곰이의 새끼 다운이 등 풍산개 총 3마리였다. 법상 선물 받은 송강이와 곰이만 국가 소유지만, 협약서에는 곰이의 새끼인 다운이도 위탁 대상으로 포함돼 있었다.

그리고 협약서에는 문 전 대통령이 개를 관리하는 데 필요한 경비를 예산으로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행안부는 위탁 대상의 사육과 관리에 필요한 물품·비용을 일반적인 위탁 기준에 따라 합의에 의해 예산의 범위 내에서 지급할 수 있다”는 문구가 적혔다.

◇與圈 “남북 정치쇼에 이용됐던 강아지들만 불쌍”

협약에 따라, 실제로 행안부 내부에선 한달 기준 개밥값으로 35만원, 의료비로 15만원, 개 관리 용역비로 200만원 등 총 250만원 정도의 예산 편성안(案)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편성안은 반년이 지나도록 실행에 옮겨지지 못했다. 행안부와 법제처 안팎에서 반대 의견이 나왔기 때문이다.

“의무가 아닌 자발적 의지로 키우겠다고 했는데 예산 지원이 왜 필요한가” “사육사 인건비까지 예산 지원하는 것이 국민적 눈높이에 부합하느냐” “문 전 대통령은 풍산개 외에도 고양이 등 다른 동물을 많이 키우는데, 예산이 다른 동물에 전용(轉用)되지 않는 것을 검증할 수 있느냐” 등이었다.

지난해 7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선물 받은 반려견 곰이가 새끼를 낳았다는 소식을 전했다. /문재인 페이스북

풍산개 파양 통보의 이유를 묻는 질문에 문 전 대통령 측은 답변을 피했다. 문 전 대통령은 전직대통령예우법에 따라 오종식 비서관과 신혜현 비서관, 박성우 비서관 등 비서관 3명과 운전기사 1명을 두고 있다.

4일 조선닷컴 통화에서 오 비서관은 “문 전 대통령 모시느라 통화가 어렵다. 신혜현 비서관에게 연락하라”고 했다. 신 비서관은 여러 차례 연락에도 답을 주지 않았다.

심성보 대통령기록관장은 6일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풍산개들이 정부 소유더라도 대통령이 키우다가 비용을 이유로 파양하는 게 도의적으로 맞냐’는 질문에도 그의 답은 같았다.

여권 관계자는 “강아지 세마리 키우는게 뭐 그리 어렵다고 나랏돈을 요청하나. 기본적으로 개를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다”며 “남북 정치쇼에 이용됐던 강아지들만 불쌍하게 됐다”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