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책임 규명의 시간…'총체적 부실' 경찰, 법적 처벌 가능성은?

송상현 기자 남해인 기자 2022. 11. 7.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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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서장·상황관리관 곧 수사 시작…업무상과실치사상 적용 가능성 높아
직무유기죄 '글쎄'…지휘부로 수사 확대 가능성 '촉각'
사진은 30일 사고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사고현장에서 경찰 및 소방구급 대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는 모습. 2022.10.30/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송상현 남해인 기자 = 경찰의 이태원 참사 대응이 총체적으로 부실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국가애도기간이 끝나면서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에서도 본격적인 원인 규명과 처벌을 본격적으로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법조계에서는 관련자들에게 업무상과실치사상이나 직무유기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현장 책임자였던 용산경찰서장과 112신고 접수를 총괄하는 상황관리관은 참사 발생 약 4시간 전에 첫 신고를 받고도 등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데다가 사고 발생 이후에도 보고를 지연하면서 희생자 구조를 위한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들 혐의가 실제 처벌로 이어진 사례가 드물어 도의적인 책임을 떠나 법적 책임까지 묻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6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마포청사에 이태원 압사 참사 사고 수사를 맡은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 현판이 설치되어 있다. 2022.11.6/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적용 가능성…대형참사서 공동정범 처벌 사례 다수

7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장 책임자였던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총경)과 참사 당일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으로 근무한 류미진 전 인사교육과장(총경) 등에게 적용될 수 있는 혐의로 업무상과실치사상과 직무유기 혐의가 거론된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두 사람에 대한 감찰 결과를 토대로 이 전 서장 관련 의혹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먼저 업무상과실치사상을 다루는 형법 제268조는 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사람을 사망이나 상해에 이르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전 서장은 사고 발생 후 50분이 지난 오후 11시5분에 사고 현장에 도착한 데다가 기동대 출동 권한이 있는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게는 11시36분에야 처음으로 보고했다. 류 총경은 112신고 접수를 비롯해 서울 시내 야간 긴급 상황을 총괄하는 종합상황실을 지휘하는 역할을 맡고도 1시간24분이나 자리를 비우고 상부 보고도 늦게 했다.

특히 실제 참사 4시간 전부터 직전까지 참사 가능성을 경고하는 11차례의 신고를 받았으나 이 전 서장과 류 총경은 별다른 대응 방안을 마련하지 않았다.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5조는 '생명 또는 신체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으면 위해 방지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런 의무에도 경찰이 업무를 태만히 했거나 규정 위반 사항이 발견된다면 충분히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검사 출신인 법무법인 광야의 양태정 변호사는 "증거 수집이 필요한 상황이어서 처벌을 단정하기 어렵다"면서도 "이 전 서장과 류 총경이 행적에 대해 납득할 수 없는 합리적 이유가 없이 업무를 소홀히 했단 게 드러난다면 처벌 가능성이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는 "(사고 결과를) 예견할 수 있고, 회피할 수 있었다면 과실이 성립하는 것"이라며 "직무유기죄 성립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과거에도 법원은 대형 참사에서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사고임에도 업무상 요구되는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관련자들을 업무상과실치사의 공동정범으로 처벌한 전례가 있다. 단계별 책임자들의 일부 과실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닐지라도 여러 과실이 합쳐져 사고로 이어졌기 때문에 공동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성수대교 붕괴 사고 당시 시공사 현장소장과 사업소장 등 17명이 업무상 과실치상죄 등의 공동정범으로 기소돼 유죄 판결받았다. 그중에는 서울시 도로국장과 공사감독관 등 발주청인 서울시 공무원 등이 대거 포함됐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브리핑룸에서 이태원 사고와 관련한 입장표명을 마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2022.11.1/뉴스1

◇직무유기죄 법원서 엄격 해석, 고의성 입증돼야…세월호 등 참사서 입증 안돼

다만 직무유기죄 적용 여부는 높지 않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형법은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직무를 유기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금고 또는 3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대법원은 직무 유기에 대해 "직장의 무단 이탈, 직무의 의식적인 포기 등과 같이 국가의 기능을 저해하고 국민에게 피해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라고 엄격하게 해석한다. 업무를 게으르게 한 수준이 아니라 사실상 업무를 포기한 수준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직무유기죄는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와 달리 고의성이 입증돼야 한다"며 "관련자들이 늦게나마 현장에 도착하고 상급자에게 보고했기 때문에 징계사유는 되겠지만 고의로 직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라고 입증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대형 참사 때도 공무원이 직무 유기로 기소된 경우는 있지만 유죄 판결로 확정되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때 부실 관제로 재판에 넘겨졌던 진도연안해상교통관제센터(진도VTS) 센터장 등 해경 13명은 직무 유기 혐의에 대해선 모두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직장 무단 이탈, 혹은 의식적인 직무 포기가 아닌 이상 직무유기죄가 성립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경찰의 수사가 윤희근 경찰청장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등 지휘부로 수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혐의를 적용하긴 쉽지 않다는 예상도 동시에 제기된다. 양 변호사는 "아랫선에서 보고가 안 되면 (사고를) 알 수 없었던 상황"이라며 "징계나 감사를 받을 순 있겠지만 범죄로 처벌되려면 증거가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songs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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