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대출두고 시중은행-인뱅 '온도차'

이경남 2022. 11. 7.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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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소상공인 대출 취급액 줄여…리스크 관리
인터넷은행, 소상공인 공략 본격화…부실관리 관건

과거부터 '숨은 뇌관'이라고 꼽혀왔던 소상공인 대출 리스크를 주요 은행이 본격적으로 인식하는 모습이다. 경기는 좀처럼 되살아나지 않는 데다가 물가와 금리까지 치솟으면서 소상공인 대출의 부실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반면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이들을 대상으로 대출을 더욱 늘린다는 전략이다. 먹거리가 한정된 인터넷전문은행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리스크 관리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시중은행, 리스크 커진 소상공인 대출 앞으로는 줄인다

지난달말 기준 신한, KB국민, 하나, 우리, NH농협은행이 취급한 소상공인 대출 잔액은 314조8077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1월 301조4069억원보다 13조4008억원 늘었다. 

주목할 점은 지난 10월들어 이들 은행이 취급하고 있는 소상공인 대출이 줄었다는 점이다. 올들어 이들 은행들의 소상공인 대출은 꾸준히 늘며 지난 9월 315조2679억원을 기록했다. 이후 10월 상승세가 꺾이며 전월대비 4602억원 줄었다. 

10월 소상공인 대출 감소는 기준금리가 빠르게 오른 영향이 가장 컸다. 통상 은행이 취급하는 소상공인 대출 금리는 5~10%내에서 취급된다. 모두 변동금리다. 금리가 빠르게 오르다보니 소상공인들이 이자를 감내할 여력이 안돼 좀처럼 신규 대출을 신청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게다가 소상공인 대출의 경우 지역 신용보증기금 등의 보증이 없으면 대출을 취급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실제 소상공인 대출중 80%가량이 보증이나 담보가 있는 경우에만 취급됐다.

지역 신보 등도 코로나19로 보증을 찍어낸 터라 새로운 대출에 대한 여력이 많지 않다. 소상공인 대출 잔액이 줄어들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다.

은행 관계자는 "사실상 정책 금융상품이 아닌 이상 소상공인 대출을 취급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고금리, 고물가 등으로 인해 리스크가 커져 일반 소상공인들에게 대출을 쉽게 내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대출행태서베이 자료에 따르면 올해 4분기 은행들의 대출태도 지수는 13으로 집계됐다. 이 지수가 0보다 높으면 대출 문턱을 낮춘다는 의미고 0보다 낮을 경우 대출을 보수적으로 취급한다는 뜻이다.

전체 지수는 13으로 대출 문턱을 낮출 것으로 집계됐지만 소상공인대출을 포함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태도 지수는 -3으로 집계됐다. 중소기업대출에 대해서는 좀 더 깐깐하게 보겠다는 의미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소상공인 대출의 경우 온전히 사업자금, 운전자금 등으로 활용되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차주들이 대출을 받은 이후 어디에 쓰는지 하나하나 따져 리스크를 따져보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외여건을 살펴봤을때 소상공인 대출을 적극 취급하기는 어렵다"며 "당분간은 그간 취급한 대출 리스크 최소화하고 정부 정책에 따른 지원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10월 27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카카오뱅크 기업뱅킹 출시 설명회에서 이병수 카카오뱅크 개인사업자스튜디오 팀장이 관련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카카오뱅크 제공

이 와중에 인터넷은행은 노크…괜찮을까 

시중은행들과 달리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은 소상공인 대출 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모습이다. 

케이뱅크와 토스뱅크는 올해 1분기부터 소상공인 대출을 취급하기 시작했고 카카오뱅크도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여수신을 모두 취급하는 개인사업자 뱅킹을 이달 오픈했다.

주목할 점은 이들 은행이 내놓은 소상공인 대출의 경우 '신용대출'이라는 점이다. 시중은행들이 소상공인 대출을 취급할 때 보증부 대출, 담보 대출 위주로 취급한 것과 달리 소상공인들의 신용만을 따져 대출을 해주겠다는 의미다.

이들 은행들은 각자 금융관련 정보와 비금융관련 정보를 망라한 신용평가모델을 구축해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은행권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그간 인터넷전문은행이 집중해온 가계신용대출, 주택관련대출은 이미 시장이 포화상태라 출혈경쟁이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주요 시중은행은 그동안 쌓아둔 대출잔액이 많아 이를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지만 인터넷전문은행 입장에서는 당장 대출 성장이 중요한 만큼 모든 부분에서 대출을 늘려야 한다. 따라서 리스크 관리가 어려울 수 있는 신용대출의 문을 우선 열었다는 분석이다.

관건은 앞으로 이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소상공인 대출의 경우 그간 취급해 왔던 대출에 비해 부실가능성이 높은 대출로 취급된다. 특히 이들 은행은 보증이나 담보 없는 신용대출에만 집중했기 때문에 대출 부실시 이를 온전히 회수하기도 어렵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들 역시 보증부 대출이나 담보대출을 취급하고 싶을 것"이라며 "다만 모든 절차가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특성상 보증부 대출, 담보대출까지 취급하기에는 당장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인프라 구축에 시간이 걸리고 각 기관과의 협의도 필요하기 때문에 우선 신용대출부터 접근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신용평가모델을 고도화했다고는 하지만 현재 대내외 여건이 워낙 어렵다는 점은 문제"라며 "다양한 정보를 담아 과거를 평가하는 모델은 미래 리스크를 예측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경남 (lk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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