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원 더 내도 안 잡히긴 마찬가지”… 혁신 외면이 부른 택시 대란
“최소 30분 이상 기다리고, 비싼 택시 불러야”
심야 기본요금 1만원, 결국 소비자 부담만 커져
車 공유 서비스 재도입 등 규제 혁신 나서야
지난 3일 오후 11시.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일하는 30대 이채영(가명)씨는 카카오모빌리티의 택시 호출 애플리케이션(앱) 카카오T(카카오택시)를 이용해 택시 잡기를 시도했다. 이날부터 카카오택시 호출료(카카오T 블루 기준)가 기존 3000원에서 5000원으로 오른 만큼 빠른 배차를 기대했다. 하지만 30분 넘게 ‘배차 실패’라는 메시지만 반복해서 나왔고, 1시간 만에 겨우 카카오T 블루를 잡을 수 있었다.
7일 모빌리티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의 택시 승차난 완화 대책에 따라 카카오택시, 반반택시, 타다, 티머니 등 주요 택시 호출 플랫폼 업체들이 심야 탄력 호출료를 인상했다. 호출 플랫폼 시장의 95%를 점유 중인 카카오택시의 경우 일반 택시 호출료는 최대 4000원, 카카오T 블루는 최대 5000원으로 올렸다. 반반택시의 로켓호출과 타다의 타다 라이트 호출료도 각각 최대 5000원, 4000원이 됐다. 호출료 인상은 오후 10시부터 오전 3시까지 서울과 경기, 인천 지역에서 적용된다.
그러나 택시 호출료 인상에도 수도권 심야 택시 대란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택시 잡으려면 최소 30분 이상 기다려야 한다” “비싼 택시가 아니면 짧은 거리는 택시 잡기가 불가능하다” 등 소비자 불편도 계속되고 있다. 이씨도 ‘지금 호출하면 바로 배차된다’는 대형 택시인 벤티나 고급형 택시인 블랙을 탈까 고민했지만 2~4배 비싼 가격에 포기하고 1시간을 기다렸다. 이씨는 “호출료 2000원을 더 냈지만 택시가 안 잡히는 건 마찬가지다”라며 “결국 택시 요금만 올라 소비자 부담만 커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택시 호출료 인상으로 택시기사의 수입이 늘어나면 택시 대란이 일정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본요금 대신 호출료를 올린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실제 인상된 호출료의 90% 이상은 택시기사에게 돌아간다. 카카오T 블루의 경우 기존 호출료 3000원의 절반은 카카오모빌리티와 택시기사 나눠 갖고, 인상된 호출료 2000원의 90%는 택시기사가 가져간다. 전체 호출료 5000원의 66%인 3300원을 택시기사가 가져가는 것이다.
문제는 호출료가 올라간 만큼 소비자 부담이 커졌다는 것이다. 오후 10시 카카오T 블루를 탑승할 경우 기본요금(2㎞) 3800원에 호출료 5000원이 추가되면서 실제 기본요금은 8800원이 된다. 심야 할증이 적용되는 오후 11시부터 오전 4시까지는 기본요금 4600원에 호출료 5000원이 더해져 기본요금은 9600원으로 뛴다. 여기에 서울시가 내년 2월부터 기본요금을 1000원 인상하기로 결정하면서 소비자 부담은 추가된다.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서울시를 따라 기본요금과 할증요율을 올릴 가능성도 크다.
더 큰 문제는 호출료 인상에도 택시 대란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토부는 호출료 인상으로 택시기사 소득이 월평균 25만~35만원 늘어나면서 택시기사들이 돌아올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택시보다 높은 수입을 얻으면서도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배달과 대리시장으로 옮겨간 택시기사들이 택시로 복귀할 가능성은 작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평가다. 심야 시간대 택시 잡기가 여전히 힘든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타다와 우버로 대표되는 자동차 공유 서비스 재도입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부가 규제 혁신에 나서야한다고 주장한다. 요금 인상이라는 쉬운 해결책 대신 규제 혁신을 통해 근본적인 공급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다.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혁신 모빌리티 도입과 택시 총량제 손질 등 근본적인 해결책을 외면하면서 택시 호출료와 기본요금만 올리고 있다”라며 “요금을 올려도 당장 택시 대란을 해결할 수 없고, 시간이 지나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이다”라고 했다.
정부는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입장이지만, 제2의 타다 서비스가 나오기는 더 어려워진 환경이다. 자금력이 풍부한 타다도 실패한 상황에서 어떤 업체가 기득권과 싸우려 하겠냐는 것이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택시 산업 내에서만 택시 대란을 해결하려고 하면 한계가 있다”라며 “새로운 모빌리티 산업을 키우는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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