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 장인' 모노트리 황현 "짝사랑 끝내기보다 '국민히트곡' 갖고 싶어요"[SS인터뷰]

조은별 2022. 11. 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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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그룹 샤이니의 방백, 소녀시대의 ‘첫눈에’, 온앤오프의 ‘사랑하게 될거야’, 레드벨벳의 ‘데이원’...대중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K팝 팬들 사이에서는 ‘숨듣명’(숨어듣는 명곡), ‘짝사랑 치유곡’으로 꼽히는 곡들이다.

이 곡들을 작사·작곡한 음악 프로듀서 황현이 자신의 음악인생을 갈무리한 에세이 ‘너를 빛나게 할 일들이 기다리고 있어’(웅진지식하우스)를 발간한다. 가장 화려해 보이는 K팝 제작현장의 중심에서 인기 가수들의 녹음현장을 진두지휘하는 스타 프로듀서지만 책속에는 그 이면의 치열한 고민이 담겼다.

팬들 사이에서 ‘짝사랑 장인’으로 꼽히는 황현 자신의 지질했던 러브스토리부터 매일 새로운 멜로디와 가사를 고민해야 하는 작업 과정의 고뇌, 작곡팀 모노트리를 이끄는 중소기업 대표로서 뮤직비지니스를 대하는 자세가 마치 한편의 일기를 훔쳐보듯 솔직하고 진솔한 언어로 적혔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9월까지 약 1년간 집필 기간을 가졌다. 글을 쓰는 것과 가사를 쓰는 것은 전혀 다른 프로세스였다. 10편정도 써놓으니 더 이상 쓸 얘기가 없었다. 진중하고 멋있는 문장들을 쓰고 싶었는데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가사를 쓸 때도 막히면 솔직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곤 했다. 결국 내려놓으니 자연스럽게 글이 써지기 시작했다. 물론 나도 결과물이 이렇게까지 솔직해질 줄은 몰랐다.(웃음)”
곡 작업을 할 때도 숨소리 하나까지 놓치지 않는 꼼꼼함과 세밀함으로 정평이 나 있는 그다. 책 작업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에피소드를 나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에피소드가 어떻게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는지, 그로 인해 지금의 위치에서 반성해야 하는 면까지 성장스토리를 모범생처럼 기록했다.

‘미생’ 작곡가 시절, 자신의 곡이 선택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곳곳에 ‘데모’ 테이프를 보냈지만 선택받지 못했던 에피소드는 곡을 팔기 위해 ‘감성기술자’가 된 자신에 대한 반성으로 이어진다. 이를테면 “혼자만 간직하고 싶었던 에피소드를 망설임없이 노래에 녹여버리는 나는 그저 ‘감성기술자’가 되어버린 걸까?”라는 대목을 통해 단순히 ‘곡팔이 프로듀서’가 아닌 인간 황현의 마음 한구석을 엿본 듯한 느낌을 안긴다.

짝사랑의 기억을 고백하는 “그녀의 삶에서 나는 매우 비중없는 역할을 맡았다”는 문장에서는 왜 황현이 K팝 짝사랑 장인으로 불리는지 단적으로 알 수 있게 한다.

“많은 분들이 유튜브 댓글이나 DM을 통해 대체 어떤 삶을 살았기에 이렇게 독한 짝사랑을 했냐는 질문을 보내곤 한다. (웃음) 그 궁금증을 에세이로 풀어줘야겠다 싶었다. 만약 그런 질문들이 없었다면 이 책은 쓰지 못했을 것이다. 다행히 이불킥해야할 것 같은 에피소드는 없다. 다만 ‘연명치료’라는 에피소드는 꼭 쓰고 싶었던 글이다. 당시 나의 처절했던 상황을 기록에 남겼다.”
자신의 경험을 가사화해 기록을 남긴다는 점에서 작사가의 삶은 때로 잔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황현은 “내 삶은 기록돼 멈춰있다. 매 년 겨울, 첫 눈 올 때쯤 많이 나오는 노래가 소녀시대의 ‘첫눈에’인데 그 노래를 들을 때마다 힘들었던 감정이 트라우마처럼 떠오르기도 한다”고 털어놓았다.

이런 황현의 세계관은 보이그룹 온앤오프를 통해 더욱 풍성하게 펼쳐졌다. 황현은 “온앤오프 멤버들의 성격상 그런 이야기가 잘 어울렸던 것 같다. 만약 그들이 짐승남같은 분위기였다면 이런 세계관을 만들지 못했을 것”이라며 “현재 군복무중이라 따로 연락하지는 못했다. 휴가 나오면 슬쩍 책을 안길 계획”이라고 전했다.

1982년 대구 출생인 황현은 5세 때 피아노를 배운 걸 계기로 자연스럽게 음악에 빠져들었다. 중학시절 잠시 록과 메탈에 빠졌지만 예고 진학을 꿈꾸며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다시 피아노를 배웠다. 당시 그의 부친은 “예고에 진학하면 너랑 비슷한 친구들을 만나게 되지만 인문계 고교에 진학하면 다양한 친구를 만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결국 인문계 고교에 진학한 뒤 한양대학교 작곡과에서 본격적으로 음악을 배우기 시작했다. 대학교 3학년 때 당시 베이시스로 활동하던 가수 정재형의 어시스턴트로 음악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작곡팀 모노트리를 이끄는 그는 프리랜서로 분류되는 K팝 노동자들의 권리 신장에 앞장서는 몇 안되는 이들 중 한명이다. 가장 기본인 4대 보험 적용, 8시간 노동 환경을 마련했다. 그러다보니 모노트리 설립 초창기에는 경리업무까지 도맡았다.

그는 스스로 ‘일중독자, 워커홀릭’이라고 칭한다. 취미는 쇼핑. 좋아하는 브랜드는 아크네와 펜디다. 가장 트렌드를 이끄는 브랜드와 클래식한 브랜드를 좋아하는 면이 클래식을 전공해 트렌드의 최전선인 K팝신에서 일하는 그의 모습과 닮았다.

불혹의 나이에 회사 경영까지 맡았지만 여전히 ‘짝사랑 장인’으로 사랑받는 이유는 특유의 예민한 감수성 덕분이라고 한다. 황현은 “개인적으로 짝사랑을 끝내기보다 전국민이 모두 함께 부르는 ‘국민히트곡’을 만드는 게 가장 큰 로망”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처음 음악을 만들었을 때 내 음악이 오랜 시간 공감받지 못해 외로움을 느꼈다. 내 음악이 대중에게 알려졌을 때 가장 좋았던 건 이런 이야기를 해도 통한다는 것이었다. 소수의 감정을 가진 분들이라도 읽고, 공감하길 바란다.”

mulgae@sportsseoul.com

사진제공|모노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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