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내기 ‘두 전설의 리그’[롤드컵]
동갑내기 ‘두 전설’의 표정이 엇갈렸다.
6일 열린 ‘2022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결승에서 생애 첫 우승컵을 들어 올린 ‘데프트’ 김혁규가 주체못할 감격의 눈물을 쏟아내는 동안, 팀과 함께 통산 4번째 우승을 노리던 ‘페이커’ 이상혁은 한동안 굳은 표정을 풀지 못했다. 하지만 2017년 삼성과의 결승전 패배 직후와 달리 눈물을 보이지는 않았다.
이상혁은 “준우승에 그쳤지만 더 발전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눈물이 나오지 않는다”라고 말한뒤 “데프트가 첫 롤드컵 우승을 했다. 그럴만한 자격이 있는 선수다. 축하한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인사를 전했다.
김혁규와 이상혁은 LCK 최고참이자 역대 최고로 꼽히는 선수. 1996년 동갑내기로 2013년에 함께 데뷔했으며, 마포고 동문이라는 연결고리까지 예사롭지 않은 인연이었다.
하지만 지난 10여 년간 둘의 행보는 달랐다.
이상혁이 LoL 최고의 영광인 ‘소환사의 컵’을 세 번이나 들어 올리는 동안 김혁규는 LCK와 MSI, LPL 우승과 MVP 등 선수가 누릴 수 있는 영광을 모두 누렸음에도 유독 롤드컵과 인연이 없었다. 2014년 삼성 갤럭시 블루 소속으로 4강에 올랐던 김혁규는 이후 5번이나 롤드컵에 출전했지만, 8강 문턱을 넘지 못했다.
시즌 초만 해도 은퇴를 고려했을 만큼 노장이 됐지만, 최고의 목표를 향해서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연일 위력적인 경기력으로 건재를 알리던 김혁규는 결국 생애 첫 우승이라는 해피엔딩을 썼다.
감혁규는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데뷔 이후 늘 생각하던 꿈이 현실이 됐다.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LoL인데, 포기한다면 앞으로 살면서 어떤 것도 할 수 없겠다 싶었다. 그래서 결코 포기할 수 없었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쏟았다.
반면, 5년 만에 결승에 오른 이상혁은 목전에서 4번째 우승을 놓쳤다.
그의 독려 속에 T1은 그룹스테이지를 5승 1패로 통과하고, 8강과 4강에서 중국의 난적을 차례로 꺾으며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결승전 상대가 플레이-인(예선)에서부터 기적을 써낸 DRX였지만, 객관적인 전력상 T1의 우세를 점치는 시각이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기적의 팀’ DRX는 생각 밖으로 단단했다. 라인전 주도권을 바탕으로 경기를 굴리는 T1의 승리 공식이 통하지 않으며, 결국 상대의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이상혁은 고개를 떨군 채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이상혁은 ”이번 경기를 통해 많은 걸 배웠다. 다음에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거 같다“고 말했다.
이로써 이상혁의 4번째 우승 도전은 다시 내년을 기약하게 됐다.
조진호 기자 ft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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