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서 사망' 또 듣지 않으려면…"당신도 함께 위험 따져주세요"

김주현 기자 2022. 11. 7.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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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산업재해(산재) 사망 사고를 5년 안에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수준으로 낮추기 위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마련 중인 가운데 산재 예방활동의 위험성 평가를 설계할 때 안전관리자뿐 아니라 모든 부서의 직원이 참여해야 효과가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6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안전 정책을 집행하는 안전보건공단은 최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산업현장 전조직부문의 위험성평가 참여 방안 및 역할 검토'란 제목의 자체 연구보고서를 냈다.

이번 연구는 안전보건공단 산하 연구원인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서 직접 진행했다. 연구원은 "안전은 어느 한 부서의 업무가 아닌 모든 조직 구성원의 근본 업무"라며 "기술중심에서 벗어나 다각적인 시각과 다양한 관점에서 사고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찾아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산업현장의 모든 단계 산업활동에 걸쳐 각 사업장별 전 조직부문이 산재예방활동의 일환으로 위험성평가에 실질적으로 참여하고,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하는 것에 연구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안전은 시공(건설)과 생산(제조)만의 문제가 아니라 시공과 생산 이전의 단계(경영진의 구상 및 검토, 설계, 발주, 유통, 운송, 구매, 검사, 설치, 시운전 등)와 그 이후의 단계(감리, 유지보수, 사후관리 등)도 안전관리에 피할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란 얘기다.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은 산업활동에서 일어나는 거의 대부분의 위험요인을 제거하거나 개선하는 대책을 수립하는 의무를 사업주에게 부여하고 있다. 이에 따른 의무는 보통 안전보건관리 책임자나 관리감독자 등을 통해 이행되고 있다. 하지만 산업현장에선 안전관리자 등이 관리감독자 역할까지 수행하면서 현장의 안전관리가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위험성평가에 도움이 되는 '체크리스트' 샘플도 제안했다. 안전활동이나 현장작업이 시작되는 연구개발, 설비구상, 제품기획 등의 단계부터 모든 관계자들이 모여 향후 안전 상의 문제가 될 유해위험요인은 설계 전에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분석이다.

안전보건공단 관계자는 "위험성평가와 관련해 안전관리자 등 일부 직원들이 작업현장과 상관없이 책상에서 형식적으로 수행하던 악습을 버려야 한다"며 "처음에는 힘들고 매끄럽지 않더라도 사업장 전체 관계자들이 함께 참여하는 관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전보건공단의 이같은 제언은 산재 사고가 줄지 않는 상황에서 시사점이 크다. 안전보건공단 등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산업현장의 재해자수는 6만182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 늘었다. 같은 기간 사고재해자수는 5만611명으로 3.2%, 질병재해자수는 1만1211명으로 16.5% 증가했다. 해당 산재 통계는 산안법 위반 여부를 고려하지 않고, 업무상 사고로 인한 근로복지공단의 유족급여 승인 여부를 기준으로 집계한 결과치다.

올해는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에서 안전보건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때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원년으로 산업 현장에서의 안전 문제에 더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종주 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은 "생명과 안전권은 남녀노소, 빈부, 직업, 국적을 가리지 않고 인류가 지켜야 할 최고의 가치"라며 "근로자는 국가의 존립과 미래를 떠받치는 생산의 주역이고 근로자의 안전 없이는 일도 없고 생산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단 한 명의 근로자라 할지라도 그 생명을 구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끝까지 노력하고, 우리나라가 산재예방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한편 안전보건공단이 산재 사고 예방을 위해 뇌심혈관 질환이 우려되는 노동자를 대상으로 자동전자혈압계를 지급하는 등 자율적인 건강 관리를 유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원 대상은 공단의 '직종별 건강진단 비용지원' 사업에 따라 실시한 건강진단에서 뇌심혈관 질환 등이 우려돼 사후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난 근로자다.

택배기사, 배달종사자, 대리운전자, 온라인 배송기사, 화물차주, 건설기계운전자 등 6개 직종 근로자를 대상으로 약 2000여개의 혈압계를 지원한다. 공단은 옥외 작업이 많은 근로자를 대상으로 KF94 마스크도 보급한다.

환경미화, 택배·퀵서비스, 가스배관 등 설치 관련 업종 등이 대상이다. 50인 미만 사업장 1만곳, 5만여명의 근로자에게 제공된다. 공단은 산재예방 기술지원을 실시하는 민간위탁기관을 통해 마스크를 지원하며 미세먼지 유해성, 건강장해 예방조치 교육도 실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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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기자 nar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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