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D집다] 성인지적 관점에서 본 농업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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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에서 농사만 지어도 바쁜 농번기지만 십수년간 농부였던 내가 농사만 짓고 산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여성농민의 지위를 개선하기 위해서, 또 누구라도 수월하게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성인지적 농업 교육의 질을 높여 농촌에 성평등한 문화의 땅을 포슬포슬하게 일구는 것은 중요할 것이다.
성평등한 교육의 확대로 농촌의 성평등지수가 오른다면 많은 청년여성농민들의 이탈을 막을 수 있을뿐더러 절로 유입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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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에서 농사만 지어도 바쁜 농번기지만 십수년간 농부였던 내가 농사만 짓고 산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비단 이것저것 관심이 많은 ‘하고재비(경상도 방언으로 이것저것 관심이 많아 무슨 일이든 하려고 덤비는 사람을 일컫는 말)’라서가 아니라 농촌에 일은 넘치고 젊은 사람은 없는 까닭이다.
최근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에서 주관한 ‘2022년 주요 농업 관련 교육기관 성평등 모니터링 사업’에 조사자로 참여했다. 농업 관련 강의 내용에 성인지적 감수성이 어느 정도 녹아들었는지 조사해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이었다.
보랏빛으로 익어가는 붉은 어금니동부콩을 수시로 따주고, 주먹찰옥수숫대를 눕혀 마늘밭을 준비해야 하는 등 줄지어 기다리는 밭일로 분주하지만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꼼짝없이 엉덩이를 붙이고 수업을 들었다. 모 기관에서 진행한 ‘농지 이용 및 관리 과정’ 비대면 수업이었는데 전반적인 농지 입문 과정으로 유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의를 들으며 내가 살핀 건 농업 교육의 주체와 대상이 남성 중심적이지 않나 하는 거였다. 모니터링을 하려고 체크리스트를 보며 강의를 들었는데 항목의 예를 들면 이렇다. ‘강의가 농촌의 남성 중심적 문화를 당연시하는가? 여성다움과 남성다움에 대한 고정관념을 표현하는가? 일하는 농민의 이미지가 남성이고 여성은 돌봄 담당자로 표현하는가?’
강의를 들으며 마음에 걸리는 부분도 있었다. 강의에서 ‘배우자가 농업경영체 공동경영주일 경우∼’라는 질문이 나오자 강사는 ‘공동경영주가 배우자의 아내’일 거라고 말했는데 여기에 성별 고정관념이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농업경영체의 주체가 당연히 남성일 거라고 여기는 것이다. 또한 공익직불제 교육자료로 쓰인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만든 영상은 농민의 이미지를 남성화하고 남성이 마을의 대표자를 맡는 문화를 재생산하고 있었다.
청년농 농지제도 이용 성공사례 발표시간에는 남성 발표자가 본인이 남성이어서 가능한 사회적 네트워크(마을에서 남성 이웃들과의 관계), 강한 힘을 요하는 노동, 농기계 활용 등에 대한 경험을 발표해 청년여성농민으로서 공감하거나 따라하기에 어려운 지점이 있었다.
시간을 쪼개 여성농민에게도 발표할 자리를 만들어줬으면 어땠을까 싶었다. 실제 청년여성농민의 탈농업 사유 가운데 주거지 미확보 부분이 크며, 연고가 없는 청년여성농민은 농지를 구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느끼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청년여성농민이 농촌에 정착하는 데 구체적인 농지 임차 활용 경험과 시행착오의 사례 공유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여성농민의 농지 소유 비중은 37.3%에 불과하며, 4명 가운데 1명이 자기 명의의 재산이 없다고 한다. 여성농민의 지위를 개선하기 위해서, 또 누구라도 수월하게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성인지적 농업 교육의 질을 높여 농촌에 성평등한 문화의 땅을 포슬포슬하게 일구는 것은 중요할 것이다. 성평등한 교육의 확대로 농촌의 성평등지수가 오른다면 많은 청년여성농민들의 이탈을 막을 수 있을뿐더러 절로 유입될 것이다.
박효정 (농부와 약초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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