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먹거리 안전 위해 알아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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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에 관한 우리 국민의 주 관심사가 '배고픔 해결'에서 '안전성'으로 바뀐 지는 20년이 넘었다.
먹거리 안전성에 관한 한 국내 소비자의 '완벽주의'는 해외에도 소문이 났을 정도다.
안전한 먹거리를 보장해주겠다는데 반대할 유권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먹거리 안전에 대한 인식도 '정성(유해물질이 있는지 없는지)'에서 '정량(얼마나 들어 있는지)'으로 업그레이드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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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에 관한 우리 국민의 주 관심사가 ‘배고픔 해결’에서 ‘안전성’으로 바뀐 지는 20년이 넘었다. 먹거리 안전성에 관한 한 국내 소비자의 ‘완벽주의’는 해외에도 소문이 났을 정도다. 이는 농수산물 등 국산 먹거리를 전세계에 내다 팔 때 외국인에게 “한국산이니까 안심하고 살 거야” 같은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줘 반길 만한 일이다.
설령 개의 코와 매의 눈을 가졌다고 해도 오늘 저녁 식탁에 오른 음식이 안전한지를 밥상에서 직접 확인할 수는 없다. 음식 재료의 때깔을 보거나 냄새를 맡아도 식중독균이나 잔류농약, 중금속, 동물용 항생제, 환경호르몬, 방사능 등 우리가 우려하는 식품위해물질은 무색무취·무미기 때문이다.
정부가 먹거리 안전 관리를 위해 사용하는 잣대는 크게 두가지다. 불검출 기준으로 관리, 허용 기준 설정을 통한 관리다.
불검출 기준으로 관리한다는 것은 건강을 해칠 수 있는 물질이 먹거리에서 일절 나와선 안된다는 것이다. 1958년 제임스 델라니 미국 하원의원(뉴욕주·민주당)이 발표한 델라니 조항(Delaney clause)이 불검출 기준을 먹거리 안전 관리에 적용한 대표적인 사례다. 델라니 조항은 발암물질이 먹거리에서 불검출돼야 한다는 것으로, 이를테면 무관용(Zero tolerance) 주의였다. 이에 따라 발암성 의심 농약, 식품첨가물, 동물용 의약품이 극미량이라도 함유된 먹거리는 식용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델라니 조항은 당시 미국 소비자에게 큰 박수를 받았다. 선거에서 유권자 표를 모으는 데도 효과를 나타냈다. 안전한 먹거리를 보장해주겠다는데 반대할 유권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1988년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무시할 수 있는 위험’이란 신개념을 도입해 델라니 조항의 ‘벽’을 허물었다. 설령 발암물질이 들어 있어도 양이 극히 적어 건강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적합 판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때부터 농약, 중금속, 환경호르몬, 동물용 의약품 등 유해물질의 잔류허용 기준이란 잣대를 만들기 시작했다. 정부가 잔류허용 기준을 설정한 뒤 이를 기준으로 해당 먹거리의 적합(허용 기준 이하) 또는 부적합(허용 기준 이상) 판정을 내리는 것이 허용 기준 설정을 통한 먹거리 안전 관리다.
그러나 불검출 기준을 활용한 관리가 완전히 용도 폐기된 것은 아니다. 식중독균은 생물이므로 한마리만 있어도 시간이 지나면 수가 급격히 늘어나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식중독균은 여전히 불검출이 기준이며, 한마리라도 나오면 부적합 판정이 내려진다.
잔류허용 기준에 관한 한 먹거리 소비자와 생산자의 이해관계는 완전히 다르다. 소비자는 가능한 한 엄격한 기준(낮은 허용 기준)을 생산자는 느슨한 기준(높은 허용 기준)을 원하게 마련이다.
이 세상의 무수한 유해물질 모두에 대해 허용 기준을 설정하기 어렵다는 것도 고민거리다. 그래서 새로 채택한 것이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PLS·Positive List System)와 같은 잔류물질 허용목록관리제도다. 이 제도는 이미 농산물엔 도입됐고 2024년부터 축산물과 수산물에도 적용할 예정이다.
아직 허용 기준이 정해지지 않은 유해물질(농약, 동물용 의약품 등)의 기준을 거의 불검출 수준(1㎏당 0.01㎎ 이하)으로 정해 먹거리 안전성을 높인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허용 기준이 기존보다 깐깐해지는 만큼 농축수산인도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소비자의 먹거리 안전에 대한 인식도 ‘정성(유해물질이 있는지 없는지)’에서 ‘정량(얼마나 들어 있는지)’으로 업그레이드할 때다.
박태균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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