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훈의 경제이야기] (122) 레고랜드 사태와 채권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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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랜드의 2000억원대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부도 사태가 가뜩이나 얼어붙은 채권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레고랜드는 강원 춘천에 건설된 테마파크로 5월에 개장했다.
레고랜드의 경우 강원중도개발공사가 레고랜드를 개발해 얻게 되는 수입이 담보가 되는 셈이다.
2050억원의 어음은 결국 부도 처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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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훈의 경제이야기] (122)·끝
레고랜드 ABCP 부도 사태로
얼어붙은 채권시장 더욱 경색
지방채 부도날 수 있다는 인식
회사채·금융채 유찰로 이어져
금융시장 조심스럽게 다뤄야
“레고랜드의 2000억원대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부도 사태가 가뜩이나 얼어붙은 채권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레고랜드 사태가 요즘 뉴스에 단골로 등장하고 있다. 자산유동화기업어음처럼 암호 같은 말들이 많이 나오는데 도대체 무슨 뜻일까.
레고랜드는 강원 춘천에 건설된 테마파크로 5월에 개장했다. 이 사업의 추진을 위해 ‘강원중도개발공사’라는 부동산 시행회사가 설립됐는데 강원도(지분 44%)와 멀린엔터테인먼츠그룹(23%)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출자금으로는 자금이 턱없이 부족하므로 외부 자금을 끌어오게 되는데, 강원중도개발공사는 이를 위해 ‘아이원제일차’라는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했다. 아이원제일차가 어음을 발행해 매각하는 방식으로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고 나서 그 돈을 다시 강원중도개발공사에 빌려주는 방식이다.
특수목적법인을 끼워서 2단계로 돈을 빌리는 이유는 강원중도개발공사의 다른 법적 관계(채권·소송 등)와 분리하기 위해서다. 만약 강원중도개발공사가 다른 이유로 파산하더라도 그 위험에서 분리될 수 있다.
특수목적법인인 아이원제일차는 10개월짜리 어음을 발행했고, 여러 투자자에게 매각했다. 투자자들은 그 어음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결과적으로 레고랜드 사업에 종잣돈을 댔다.
이런 경우에 발행하는 어음을 자산유동화기업어음이라 부른다. 기업에서 현금이 부족할 때 가진 자산을 현금화(유동화)하기 위해 발행한다고 해서 ‘유동화’라는 이름이 덧붙는다.
레고랜드의 경우 강원중도개발공사가 레고랜드를 개발해 얻게 되는 수입이 담보가 되는 셈이다. 그러나 이것만 믿고 투자하기엔 불안하다보니 강원도가 보증을 서서 신용도를 높여줬다.
또 하나 문제는 부동산 개발사업은 몇년간 지속되는데 어음은 만기가 1년 이내라는 점이다. 그래서 만기가 되면 투자자들에게 원리금을 갚고 나서 같은 금액의 어음을 다시 발행해 매각하는 방식으로 돈줄이 끊어지지 않게 한다.
이렇게 어음을 발행해 조달한 돈이 2050억원이었고, 어음의 만기가 2022년 9월29일에 닥치게 돼 있었다.
문제는 레고랜드가 개장했지만 거기서 발생하는 수입으로 채무를 갚을 능력이 안됐다는 점이다. 보증을 선 강원도가 채무를 대신 갚아야 하는데 강원도는 다른 선택을 한다. 어음 만기 하루 전날, 강원중도개발공사의 기업 회생을 법원에 신청하겠다고 폭탄선언을 한 것이다.
기업 회생이 받아들여지면 채권자는 언제 돈을 받을지 모르게 된다. 결코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시나리오다. 이에 주간 증권사인 비엔케이투자증권은 강원도에 채무를 즉시 상환하라고 요구했지만 강원도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2050억원의 어음은 결국 부도 처리됐다.
사태는 일파만파로 번졌다. 지방정부가 발행하는 채권 즉 지방채는 국가가 망하지 않는 이상 절대 부도날 리 없는, 국채에 준하는 신용도를 가지는 것으로 간주돼왔고 이번 건처럼 지방자치단체가 보증한 채무도 비슷하게 여겨져왔다. 그런데 이런 채권마저 경우에 따라 부도가 날 수 있다는 인식이 시장에 확산됐다.
투자자들은 이제 회사채나 은행채를 사는 것도 극도로 몸을 사리게 된다. 기업이 자금 마련을 위해 채권을 발행해도 안 팔리는 유찰 사태가 이어지고 채권 금리는 치솟았다. 금융당국은 부랴부랴 유동성 공급을 비롯한 대책을 내놓았고, 강원도는 채무를 12월15일까지 갚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금융시장이 얼마나 조심스레 다뤄야 하는 존재인지를 잘 보여줬다.
이지훈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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